국정원에 추가 자료 제출 요구 민변 소속 변호사 고발대리인 조사

국정원 압수수색 마친 검찰



강동휘 기자 /
국가정보원 정치 개입 의혹 등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부장검사)은 1일 국정원에서 가져온 압수물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다.

검찰은 전날 서울 내곡동 국정원 내 옛 심리정보국 등을 중심으로 13시간30분여에 걸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압수물에는 국정원 내부 인트라넷 및 컴퓨터 서버 등과 관련된 전산자료, 심리정보국의 업무 지시·보고 문건, 예산 내역, 국정원 직원의 노트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사에 필요한 일부 자료는 확보하지 못해 빠른 시일내에 추가로 임의 제출을 요구한 상태로 민감한 기밀자료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분석이나 자료제출이 시간적 한계로 불가능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선 국정원에 추가로 사건과 관련된 증거물로 보여지는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국정원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정치·대선에 개입한 의혹과 실정법 위반 여부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내부 지침인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문건이 국정원 차원의 정치·대선 개입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도 따질 계획이다.

원 전 원장이 '오늘의 유머', '보배드림', '뽐뿌'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정권과 여당을 옹호하는 내용의 댓글작업을 지시했거나 관련 보고를 받고 묵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함께 수사에 필요한 다른 물증이나 관련자 진술을 추가로 확보하는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후 압수물과 추가 제출 자료물에 대한 분석이 끝나는 대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민모 전 심리정보국장을 한두 차례 추가로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국정원 직원 김모(29·여)씨와 이모(39)씨, 일반인 이모(42)씨뿐 아니라 국정원 중간급 간부들도 이달 초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부터 압수물 분석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해 갈지 정할 것"이라며 "압수수색 성과가 있다, 없다를 지금 말하는 건 안 맞는 것 같다. 잘못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나중에 수사결과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아울러 인터넷사이트 '오늘의 유머' 운영자 이모씨가 원 전 국정원장과 민모 전 심리정보국장, 성명불사자 등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한 사건을 이날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민변이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 게시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정원이 조직한 것으로 의심되는 8개 그룹이 73개의 ID를 생성해 IP주소를 변경해가며 접속하거나 복수 ID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정치·대선 관련 게시글 작성과 추천·반대 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이날 오후 민변 소속 박모 변호사를 고발대리인 자격으로 불러 고발 경위와 내용 등을 조사하는 한편, 민변에서 제출받은 3000쪽 분량의 보고서 등 관련 자료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박 변호사는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분석 결과 보고서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했기 때문에 추가로 자료제출은 하지 않았다"며 "그 대신 수사와 관련해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국정원 댓글 작업'에 동원된 것으로 의심되는 수백개의 휴대전화 번호·전자우편 주소를 토대로 주요 포털사이트 회원 신상정보를 파악, 해당 아이디(ID)와 활동 내역을 분석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특정 후보자나 정당을 옹호 또는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물이나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여론조작을 목적으로 글을 썼는지 여부를 면밀하게 분석 중이며, 일부 중요한 단서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보조요원으로 고용한 일반인이 조직적으로 댓글 작업에 개입한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국정원 직원들이 댓글 작업 대가로 일반인들에게 정기적으로 금전을 지급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이달 말 원 전 원장을 포함한 주요 인물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 판단과 법리검토, 기소대상자 선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 진술이나 물증 확보가 지체되면 수사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기밀을 다루는 기관이 아니면 수사가 쉬운데 국가기밀도 보호해야 되고 수사성과도 내야해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원 전 원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14시간 이상 강도높게 조사했다. 지난달 25일과 27일에는 민모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을 각각 조사했다. 이들은 검찰에서 대선 개입 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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