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80 지난 2월 타이거 우즈 사고이후 미국에서 판매 급증... 수년간 정성들여온 고급차 브랜드 이미지 악영향 우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의 승부수로 불리는 제네시스 GV80에 대해 미국에서 소비자 집단 소송이 제기되면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됐다.

정 회장은 국산차 최초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메르세데스 벤츠, BMW 같은 세계적 명차의 반열에 올리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했으나 이번 사태로 흥행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16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제네시스 GV80 소유자들이 제네시스 미국법인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GV80이 고속도로 주행 중에 차량 떨림 현상이 발생해서 운전자들이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로펌 ‘코윈 로우’는 소장을 통해 “장거리 주행 중 차가 떨리기 시작했고 왼쪽으로 쏠린 상태로 주행했다. 시속 40마일을 넘길 때마다 증상은 반복됐다”며 “딜러를 통해 수리를 맡겼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으로 지난 2월 ‘타이거 우즈 사고’ 이후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GV80는 상승세에 급제동이 결리게 됐다.

지난해 미국에 선적되기 시작한 GV80은 올해 1월 1512대,  2월 1283대 판매에 그쳤다.

하지만 2월 ‘타이거 우즈 사고’ 이후 판매가 늘기 시작해 3월 1636대, 4월 1895대, 5월 2037대로 증가세를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GV80 엔진 떨림 현상은 국내서 수차례 지적돼 차량 출고 중단되기도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가 탄 GV80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판매가 급증한 것이다. 사고 당시 GV80은 도로를 이탈해 전복될 정도로 사고가 컸다.

운전대를 잡은 타이거 우즈가 크게 다쳤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자, 미국 언론에서 'GV80이 타이거 우즈를 살렸다'는 기사를 실었다.

타이거 우즈 사고가 제네시스 브랜드에 미친 영향은 알 수 없지만 사고 이후 GV80 판매가 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미국 집단소송이 GV80 증가에 찬물을 끼얹을 뿐만 아니라 제네시스 브랜드 이미지 자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제네시스 브랜드는 현대차의 고급차 진출을 위해 지난 2015년 11월 출범한 브랜드다.

제네시스 GV80
제네시스 GV80

정의선 회장이 브랜드 출범의 전 과정을 직접 진두지휘한 야심작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집단소송으로 제네시스 브랜드 이미지에 하락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라며 “신속한 원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GV80의 엔진 떨림 현상에 대한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엔진 떨림 현상에 대한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면서 현대차는 2개월 가량 차량 출고를 중단하고 원인 분석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로부터 운전대가 흔들릴 정도의 진동을 느끼는 문제가 속출했다.

당시 현대차는 차종 결함을 인지하고 6월5일부터 디젤 모델의 생산을 중지하고 2개월에 걸쳐 원인 분석에 나섰다.

이에 제네시스 측은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엔진 내 카본의 누적 정도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분석 결과를 설명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에서 GV80에 대한 집단소송이 제기된 것까지만 파악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발생했던 엔진결함 문제와 동일한 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진출이래 최고 실적 올리고 있는 현대차에 적신호

한편 이번 소송으로 미국 진출이래 최고 실적으로 올리고 있는 현대·기아차에 적신호가 켜졌다

현대차는 지난 5월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59% 많은 9만3745대를 판매했다. 기아는 75% 증가한 8만298대다.

이 같이 판매량이 대폭 늘어난 것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판매가 부진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현대차·기아는 다른 완성차 기업과 비교해 보더라도 코로나19 이후 회복 속도가 유달리 빠르다는 평가다.

현대·기아차는 5월 미국 시장 합산 점유율이 10~11%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진출 이래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10년 전인 2011년 5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두자릿수 점유율(10.1%)을 기록한 적 있다.

최근 상승세는 SUV 신차 효과가 크게 기여했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준중형SUV 투싼(1만8848대)이 준중형세단 아반떼(1만8821대)와 중형세단 쏘나타(1만3487대)를 제치고 미국 내 최다 판매 차종으로 올라섰다.

현지 SUV 인기와 더불어 4세대 투싼부터 미국 현지 생산을 시작한 것이 판매량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기아 셀토스·텔루라이드, 제네시스 GV80 등 현대차가 2019년부터 새롭게 내놓은 SUV 모델도 판매 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제네시스 GV80은 브랜드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낸지 5년 만에 본격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본지는 이 문제에 대해 현대자동차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취재에 응하지 않아서 입장을 반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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