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부 헬스장 운영 강행…광주선 유흥업소 '간판 점등' 시위

영업 재개 도장들 "기준 불명확" 반발…정부 "수정·보완 필요" 인정

지난달 23일 서울 명동의 한 가게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출처=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서울 명동의 한 가게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출처=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없이 계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하늘 끝까지 끓어오르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거리두기 금지와 제한업종에 걸린 자영업자들이 왜 우리한테만 차별하느냐?”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정부가 난감한 표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연장되자 이에 반발하는 자영업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호프집·PC방 등 업주들은 이날 참여연대 등과 "감염병예방법과 지방자치단체 고시는 영업중단 손실 보상에 대한 근거조항이 없어 자영업자의 재산권·평등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연말연시 '대목'만큼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지만 실효성도 크지 않은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증액에 그쳤다""정부·국회는 '임대료 멈춤법'과 손실보상 근거규정 마련 등 사회적 고통 분담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등은 "학원·헬스장 업주들의 항의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공개적으로 참여자를 모집해 영업제한조치에 대한 행정소송과 위헌법률심판을 추가로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불만이 표출되면서 정부는 방역지침 완화의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운영 제한으로 큰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는 송구하다""다음 주 일요일까지 거리두기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 나타나면 집합금지 조치를 부분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난감한 정부...풀어주기 시작하면 봇물처럼 불만 쏟아질 것

그러나 이미 헬스장 등 일부 실내 체육시설이 다른 시설들과의 형평성을 주장하면서 운영을 강행한 데 이어 유흥시설 등 다른 업종도 같은 이유로 정부의 방역 조치를 따르지 않을 조짐이다.

인원 제한 등으로 영업이 허용된 시설들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전제 조건 때문에 불안하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실내 체육시설도 제한적, 유동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6일 만인 5일 낮 12시 현재 196000명이 동의했다.

'필라테스·피트니스 사업자 연맹'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해 4월 첫 거리두기 영업 제한 정책부터 식당, 카페, 목욕탕은 일부 영업을 허용하면서 체육시설에만 강력한 잣대를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호한 방역 기준으로 실내 체육시설을 집합 제한 업종으로 분류해 결국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점으로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고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벼랑 끝에 선 실내 체육 사업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 연 대한민국기능성피트니스협회 관계자들. [출처=연합뉴스]
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 연 대한민국기능성피트니스협회 관계자들. [출처=연합뉴스]

 

일부 시설은 아예 방역조치 불복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는 수도권에서 300곳 이상이 정부의 방역 조치에 불복해 문을 연 것으로 추산했다.

겨울이 성수기인 실내 스크린 골프장들도 영업 재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기 안양시에서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는 이모(51)씨는 "수도권 스크린 골프장 업주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우리도 헬스장들처럼 운영을 재개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실내 스크린 골프장은 겨울이 성수기인데 영업이 제한돼 피해가 심각하다""월세와 관리비만 매달 1000만원 가까이 나가는데 추가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된 체육관 관장들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불만을 쏟아내긴 마찬가지다.

인천 연수구의 한 유도학원장은 "9명 이하 교습을 허용했지만 '확진자가 발생하면 학원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다""결국 문제가 생기면 도장이 책임지라는 건데, 불안한 마음에 17일까지는 문을 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천 부평구에서 검도관을 운영하는 관장도 "경영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9인 이하 교습 원칙에 맞게 문을 열었지만 1시간 수업마다 1시간씩 환기·방역을 해야 한다""선착순으로 관원 일부만 교습하기로 해 수입은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유흥 시설 반발 최고조, PC방 등 반발 확산

유흥시설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반발하고 있다. 비수도권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연장돼 유흥시설 5종은 문을 열 수 없다.

이에 반발해 광주광역시에 있는 유흥업소 700여 곳은 5일 오후부터 간판을 켜고 가게 문을 여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실제 영업하지 않고 방역 조치를 준수하는 선에서 항의 표시만 할 예정이다. 손님이 오더라도 단체 행동 취지만 설명한 뒤 돌려보낼 방침이다.

사단법인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광주시지부는 17일까지 이 같은 단체 행동을 이어가기로 했으며 다른 지부와 협의해 전국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경기 수원에서는 한 코인 노래방 업주가 도청과 도지사 공관 앞에서 '집합 금지조치 때문에 못 살겠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국내로 유입된 뒤 정부가 방역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카페, 제과점, 식당, 학원 등에서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인한 여파가 커지자 불만이 한꺼번에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PC방에서 이용객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간격을 넓혀서 앉아 있다. [출처=연합뉴스]
한 PC방에서 이용객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간격을 넓혀서 앉아 있다. [출처=연합뉴스]

 

방역 조치 보완 가능성

여론에 밀린 정부도 방역 조치 보완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시설 간 형평성 문제가 여러 분야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함께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서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5"실내 체육시설은 밀폐된 시설에서 비말(침방울)을 강하게 배출하는 특성이 있어, 학원과 방역적 특성이 동일하다 보기에는 무리"라며 "어려움이 있겠지만 (현행 거리두기 조치가 만료되는) 앞으로 12일 정도만 인내해주시고, 방역관리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은 이날 "북적이는 대형 마트와 출퇴근 시간대 만원 버스·지하철이 코로나19 감염에 훨씬 취약한데 체육시설만 규제하고 있다""체육시설은 회원 명부를 관리해 오히려 대처가 빠르다"고 주장했다.

또 오 회장은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하루빨리 가게 문을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차라리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 일정 기간 각 분야를 멈추는 등 '짧고 굵은' 방역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내 체육 시설 관계자는 거리두기 여파가 상상도 못할 만큼 가혹하다며 결국 12월 거리두기를 기점으로 많은 시설들이 줄도산 위기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조치로 실내 체육시설과 유흥시설의 영업 금지가 2주 연장되고 지난 3일 대구의 한 헬스장 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방역 당국자들은 이런 원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발병 확진자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 다만 몇 개 직종만이라도 풀어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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