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요건 중 대미 무역 흑자·경상수지 흑자 등 2가지 해당

원 달러 환율 하락에 당국이 개입 못하며 미국 눈치만 보는 상황

중국도 같은 조건...스위스·베트남은 아예 환율조작국 지정

부산 남구 부산항 감만부두. [출처=연합뉴스]
부산 남구 부산항 감만부두. [출처=연합뉴스]

트럼프는 한국을 그저 끝없이 돈을 긁어낼 수 있는 돈주머니 정도로 여겼던 것일까? 대선에 지고 나서 곧 물러나야 할 트럼프 대통령은 미 재무부를 통해 16일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 유지했다. 미국 재무부에서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잡는 바람에 입는 우리나라의 피해는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로 원 달러 환율 하락은 치명적이다. 정부로서는 두고 보자니 수출전선에 심각한 타격이 올 것 같고 개입하자니 미 재무부에 찍히면 환율조작국으로 낙인 찍힌다.

이 때문에 1100원 아래로 내려온 원·달러 환율 하락에 정부가 손놓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외환당국은 개입을 주춤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1091원이었다. 2년반만에 1100원대 밑으로 내려선 뒤 지지선을 1080원까지 빠르게 낮추는데 당국이 제대로 개입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심리적 지지선이던 1100원이 무너지고 1080선이 마지노선이라는 재계의 외침도 속절없이 뚫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타나고 있다.

 

수출지향국인 한국으로서는 미국 감시가 큰 부담

현재로 수출업계에선 1080선이 무너지면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외환당국이 구두 경고 정도는 해줘야 하는 상황인데 미 재무부 눈치를 보느라 정부가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미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 직전 단계인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해 모니터링하고 있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해서다.

한편 올해 초 환율조작국에서 해제돼 관찰대상국이 된 중국도 그대로 명단에 남았다. 스위스와 베트남은 환율조작국에 추가됐다.

미 재무부는 이날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환율보고서)를 내고 중국과 일본, 한국, 독일, 이탈리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인도 등 10개국이 관찰대상국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이 이번에도 관찰대상국 명단에서 빠지지 않은 것이다.

관찰대상국 판단 기준은 지난 1년간 200억달러 초과의 현저한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2%를 초과하는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 12개월간 GDP2%를 초과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지속적·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 3가지다. 3가지 중 2가지를 충족하거나 대미 무역흑자 규모 및 비중이 과다하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다.

한국은 이번에도 대미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부문에서 관찰대상국 기준에 해당했다.

재무부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GDP3.5%이고 대미 무역흑자가 줄어들기는 했으나 200억 달러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관찰대상국에 남았다. 미국은 20198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다가 올해 초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서명 이틀 전에 해제했다.

재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미국은 중국에 환율 관리에 있어 투명성을 제고하라고 촉구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스위스와 베트남은 이번에 환율조작국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관찰대상국 중에는 대만, 태국, 인도가 새로 추가됐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스위스와 베트남을 거명하며 "재무부는 오늘 미국인 노동자와 기업의 성장과 기회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0월 베트남의 환율조작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출처=연합뉴스]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출처=연합뉴스]

 

환율 개입 어려워져 수출 전선에 먹구름 낄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은 해당국에 시정을 요구하다 1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으면 미 기업 투자 제한 등 제재에 나설 수 있다. 관찰대상국은 미 재무부의 지속적 감시를 받게 된다.

이번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는 마지막 환율보고서라는 점에서 한국에 대해 끝까지 비우호적이었던 자신의 입장을 여실히 드러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 이번 보고서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측과의 협의 없이 작성됐으며 재닛 옐런 재무장관 내정자가 취임하면 내년 4월 예정된 첫 환율보고서에서 평가결과에 수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가 올해 6월까지 1년간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환율보고서는 반기 보고서라 대개 4월과 10월께 나오는데 작년 하반기 보고서가 올해 1월에 나왔고 올해 상반기 보고서는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하반기 보고서가 12월에 나온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재무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응하느라 올해 1월 이후 보고서를 내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업계는 이번 환율관찰대상국 지정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당국이 개입할 약간의 운신의 폭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 지정까지 시일이 있기 때문에 급격한 환율 하락을 경계할 수 있어서다. 당국의 입장 발표가 언제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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