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알리바바·텐센트에 반독점 벌금…'인터넷 공룡' 길들이기

미보고 M&A에 50만위안씩... 중국 정부 속내 알 길 없어 당황

규제의 힘 '맛보기'로 시장에 강력 경고…정부 통제 강화 수순?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출처=연합뉴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출처=연합뉴스]

최근 중국 정부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마윈의 알리바바를 손보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홍콩 재계에 파다한 가운데 마윈은 이미 얼굴을 비치지 않은지 오래다.

중국 정부가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더 이상 보장하다가는 체제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중국 정부가 그간 느슨한 규제 속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한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본격적으로 반독점 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중국 안팎에서는 당국이 중국인의 거의 모든 생활 영역을 장악한 두 '인터넷 공룡'을 더는 내버려 둘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반독점 카드를 들고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14일(현지시간)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이하 총국)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반독점법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각각 50만 위안(8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총국은 양대 인터넷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당국에 신고 없이 일부 사업체를 인수·합병(M&A)한 행위가 반독점법에 저촉됐다고 덧붙였다.

 

명분은 허가없는 지분 인수...속내는 정부 통제 따르라

총국은 공고문과 별도로 낸 장문의 문답 형태 보도자료를 통해 티몰과 타오바오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거느린 알리바바가 온·오프라인 유통 통합 전략의 일환으로 20142017년 백화점을 운영하는 인타이(銀泰)상업 지분 73.79%를 신고 없이 인수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텐센트의 경우 독서 콘텐츠 서비스 회사인 위원(閱文)이 작년 8월 영화·드라마 콘텐츠 제작사인 신메이리(新美麗)미디어 지분을 100% 인수한 것이 벌금 부과의 이유가 됐다.

총국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외에도 올해 5월 경쟁 업체인 중유즈디(中郵智遞) 지분 100%를 인수한 중국 최대 공동주택 택배 보관함 운영 업체인 펑차오(豊巢)에도 같은 이유로 50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번에 세 기업에 각각 부과된 벌금은 한국 돈으로 1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반독점 규제 강화 방침을 밝히며 인터넷 규제 환경의 대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사실상 처음으로 제재의 '칼날'을 뽑아 든 것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주는 의미는 상당하다는 평가다.

현행 중국 반독점법에 따르면 반독점 감동 당국은 벌금을 부과한 데 그치지 않고 인수·합병을 무효로 되돌릴 권한까지 갖는다.

이번에 총국은 조사 결과 벌금이 부과된 세 회사의 인수·합병 결과가 업계 내 경쟁을 저하해 독점을 강화하는 결과로까지는 이어지지는 않았다면서 '절차 위반'에만 책임을 묻는 형식을 취했다.

총국은 보도자료에서 "비록 벌금 액수는 비교적 적지만 세 건의 벌금 부과가 인터넷 분야 반독점 문제와 관련해 시장에 주는 신호는 강력하다""(규정을 위반하고도) 요행을 바라는 일부 기업의 심리를 위협하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텐센트 [출처=연합뉴스]
텐센트 [출처=연합뉴스]

 

반독점 방치하다가는 부패와 뇌물, 공산당 오염으로 이어질까 우려

총국은 이어 "인터넷 플랫폼 기업 내 경쟁에서 비록 새로운 특징들이 있기는 하지만 인터넷 분야 사업이 반독점법에서 벗어난 곳은 아니다"라며 "모든 기업은 반독점 법규를 엄격히 지키고 시장의 공평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중국은 알리바바 등 대형 인터넷 기업을 향한 각종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중국은 지난달 10일 대형 인터넷 플랫폼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반독점 규제 초안을 공표하면서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자국 인터넷 공룡 기업의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와 더불어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등 중국 금융 당국은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핵심 캐시카우인 인터넷 소액 대출 부문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반독점은 아예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 목표 중 하나로까지 격상됐다.

중국 공산당 중추기구인 정치국은 지난 11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주재로 월례 회의를 열고 내년 경제 운용 방향을 논의하면서 반독점을 주요 정책 목표 중 하나로 직접 거론했다.

중국의 반독점 규제 강화 움직임은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최근 중국 최고 부호인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의 정부에 대한 '도발적 비판' 이후 강화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마윈은 10월 류허(劉鶴) 부총리, 이강(易綱) 인민은행장 등 중국 최고위 경제 당국자들이 참석한 포럼에서 금융 당국의 감독 기조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금융 당국은 지난 112일 마윈을 전격 소환해 공개 질책했고, 급기야 지난 113일에는 역대 세계 최대 규모로 주목받던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 절차가 상장 불과 상장 이틀 전에 전격 중단되는 충격적인 사태로 벌어졌다.

 

법 앞세운 재갈 물리기인가? 마윈의 복귀시기도 궁금

이 같은 당국의 강력한 인터넷 기업 압박 기조에 인터넷 기업들은 납작 엎드리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중이다.

알리바바는 이날 "(벌금 부과에 관한) 통지를 받은 후에 정책 요구에 따라 적극적으로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마윈은 지난 10월 말 공개 연설 이후 한 달 넘게 공식 석상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마윈은 알리바바 회장 퇴임 후에도 자선 사업을 펼치면서 각종 기술·경제 관련 회의에도 꾸준히 참석해 적극적으로 발언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장기간 침묵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편 20135월 마윈이 알리바바의 CEO를 내려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도 알리바바의 본거지인 중국 항저우는 마윈 효과로 창업 열풍이 불면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소식통들은 마윈의 향후 행적에 대해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자숙 기간을 거치면 다시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그를 수면 아래 오래도록 붙잡아 둘 수는 없을 만큼 마윈이 컸다는 관측도 나오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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