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공정 보조 아닌 미래 탈 것으로 변화 계획

최대 9000억원 들여 '로봇 개'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11일 이사회 결의 거쳐 공식화할 예정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폿. [출처=AP연합뉴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폿. [출처=AP연합뉴스]

이미 업계에 소문이 나 있는 대로 현대차그룹이 '로봇 개'로 유명한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에 나선다. 이를 토대로 미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로보틱스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의 제조 공정 지원이나 현장 보조 정도가 아니라 아예 타고 다니는 로봇 시장을 만들어 보겠다는 꿈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날 현대차 이사회를 연 데 이어 오늘 11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사회를 거쳐 인수가 공식화되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부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추진되는 셈이다. 인수 금액은 당초 알려진 10억달러(11350억원)에는 못 미치는 80009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모비스, 글로비스가 인수 금액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고 지분을 나눠 가질 것으로 보인다.

로봇 개 '스폿'으로 유명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분사해 설립됐으며 2013년 구글에 인수됐다가 20177월 소프트뱅크에 팔렸다.

2015년 처음 선보인 '스폿'360도 카메라를 장착하고 네 발로 초당 1.58의 속도로 뛰거나 계단을 오를 수 있으며 방수 기능도 갖췄다. 다만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연구 중심 조직이어서 스폿 외에도 기발한 로봇을 내놨지만 사업화에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로봇을 탈 것으로 보자는 인식 전환

구글도 소프트뱅크도 별 재미를 못본 로봇 사업을 현대차가 인수하는 이유는 현대차그룹이 이번 인수를 통해 로봇을 활용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로봇·인공지능(AI) 분야를 5대 미래혁신 성장분야 중 하나로 선정하고 로보틱스팀을 신설하는 등 로보틱스 사업에 주력해왔다.

정 회장은 작년 10월 열린 임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에는 자동차가 50%가 되고 30%는 개인항공기(PAV),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작년 1월 미국에서 열린 가전·IT 전시회 'CES 2019'에서 바퀴가 달린 로봇 다리 4개를 움직여 걸어 다니는 자동차인 '엘리베이트' 콘셉트카를 처음 공개하고 축소형 프로토타입의 작동 모습을 시연했다. 또 웨어러블 로봇 '벡스'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관련 R&D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작년 5월에는 미국 로봇 스타트업 리얼타임로보틱스에 175500만원을 출자해 지분 2.62%를 확보했다. 그럼 현대차 그룹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미래 이동수단으로 절반이 자동차가 될 것이고 나머지는 로봇과 개인항공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닌, 이동 수단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 기업이 되자는 목표를 세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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