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한령' 해제?...한중 외교장관 회담 일주일 만에 판호 나와

"40조원 중국 시장 다시 열릴까"... 완전히 열릴 가능성은 낮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제공=컴투스]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제공=컴투스]

사드 사태로 인해 중국 정부가 간접적으로 발동했던 한한령으로 게임업계는 중국과 굘가 거의 없었다. 이번에 한중 외교장관 회담 일주일 만에 청신호가 켜졌다.

업계에 따르면 중견 게임사 컴투스의 효자 상품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한국 게임으로는 약 4년 만에 중국에서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받으면서 국내 게임업계 전체가 들뜨고 있다.

그럼에도 한중 문제 전문가들은 신중한 분위기이다. 중국 당국이 게임 규제를 강화한 기조에는 변함이 없는 데다 전체 판호 건수가 줄어든 만큼 중국 수출길이 완전히 열렸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컴투스 '서머너즈 워'는 전날 중국 당국으로부터 외자(외산) 판호를 발급받았다.

중국이 한국 게임에 판호를 내준 것은 20173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이 시작된 이후로 약 39개월 만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과거처럼 다시 중국 시장에 게임을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며 한목소리로 반색하는 분위기다.

한국 게임업계가 중국 진출을 고대한 이유는 중국이 게임 분야에서도 세계 최대 규모 시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중국 게임공작위원회(GPC)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20192308억위안(393000억원)에 달했다. 2016년보다 1.4배 성장했다. 특히 중국은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중국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의 점유 비율은 201649.5%였는데 2019년에는 68.5%로 집계됐다.

한국 게임업계가 노릴 만한 거대 시장이다.

NH투자증권 안재민 연구원은 "지난주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방한한 이후에 공개된 첫 판호 목록에 한국 게임이 들어갔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 부장은 지난달 26일 회담과 오찬을 가지면서 사드와 '한한령'(한류 제한령·限韓令)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양국 외교장관 회담이 영향 끼친 듯

외교부 전언에 따르면 강 장관이 한한령 여파로 회복하지 못한 문화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협조하자고 요청하자 왕 부장은 '소통해나가자'고 답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대부분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의 성패가 게임사의 한 해 농사는 물론 미래 전망까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넥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엔씨소프트 '블레이드 앤 소울 모바일'을 비롯해 넷마블·펄어비스·네오위즈·위메이드·웹젠 등 대다수 게임사가 중국을 겨냥한 게임을 준비 중이다.

일각에서는 컴투스의 판호 획득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수도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최근 '아동·청소년 근시 방지 조치', '미성년자 온라인게임 과몰입 방지 조치' 등으로 게임 규제를 강화하는 기조다.

판호 전문가인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중국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에 한미일 동맹이 공고해지는 것을 불안해한다""한한령 해제 신호를 준 것인데, K팝 공연 교류가 코로나19 때문에 불가능하니 게임 판호를 내준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위 교수는 "과거처럼 판호가 줄줄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국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조였다 풀었다 할 수 있다""공정 무역과 문화 교류 차원에서 우리 정부와 게임산업계가 더 적극적으로 판호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으로는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외자 판호가 막히자 내자 판호를 노리는 방식으로 사업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에 당장 예산 등 사업 계획을 손대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도 있다.

최근 게임사들은 텐센트 등 중국 기업에 퍼블리싱(유통·서비스)을 맡기거나 중국에 개발사를 단독 또는 합작으로 설립하는 식으로 내자 판호를 노려왔다. 일부 게임사는 자사 IP(지적재산)로 내자 판호 취득에 성공하기도 했다.

중국에 게임을 유통하는 한 게임사 관계자는 "중국이 나온 지 4년 된 서머너즈 워에 갑자기 판호를 내준 것으로 보건대 자국 시장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한한령 완화 신호는 주고 싶었던 것 같다"면서 "섣불리 기대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통들도 같은 인식을 갖고 있는 모습이다. 일단 지켜는 보지만 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철저히 하자는 것이다. 한중 게임교류가 활황의 길을 걷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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