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 CEO들 전면배치…13개 계열사 대표 교체

파격적 등용으로 그룹 새바람 일으켜주길 기대해

[제공=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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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롯데그룹 경영진에 젊고 새로운 피가 수혈된다.

롯데그룹은 26일 식품 사업부문(BU)장을 교체하는 등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신동빈 회장은 그룹 전체의 위기감을 고취시키고 절박함을 느끼도록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이날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를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식품BU장에 임명했다.

이 신임 BU장은 1987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해 롯데알미늄과 그룹 감사실 등을 거쳤고 2017년부터 롯데칠성음료 대표를 맡아왔다.

식품BU장은 2018년 이후 2년 만에 교체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집밥 수요 등이 늘면서 식품업계가 호황인 상황에서 식품 계열사 실적이 경쟁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책성 인사에 가깝지만 그것보다는 식품사업부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와 주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롯데지주에서는 커뮤니케이션실장에 롯데건설 고수찬 부사장이 승진 임명됐고, 준법경영실장에는 검사 출신인 박은재 변호사가 부사장 직급으로 영입됐다.

롯데지주는 이로써 2년 새 6개 실의 수장을 전면 교체했다. 보통의 인사에선 이렇게 전면 교체까지는 가지 않는다. 그만큼 롯데그룹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2년간 60% 대표 교체

계열사 인사에서는 13개사 대표가 교체됐다. 지난해 22개 계열사 대표가 바뀐 점을 감안하면 2년 새 약 60%의 계열사 대표가 물갈이됐다. 목표는 역시 인적 쇄신 작업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특히 50대 초반 임원들을 대거 대표로 배치하며 인적 쇄신을 꾀했다.

롯데칠성음료에서는 50세인 박윤기 경영전략부문장이 전무로 승진하며 대표를 맡았고 역시 50세인 강성현 롯데네슬레 대표이사(전무)가 롯데마트 대표(사업부장)로 내정됐다.

롯데푸드 대표에는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을 지낸 이진성 부사장이,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에는 LC USA 대표이사였던 황진구 부사장이 각각 승진 내정됐다.

차우철 롯데지주 경영개선팀장(전무)은 롯데지알에스 대표로, 노준형 DT 사업본부장(전무)은 롯데정보통신 대표로 내정됐다.

모두 50대 초입이다.

롯데그룹은 "시장의 수요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수 있는 젊은 경영자를 전진 배치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에는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인 임병연 부사장이, 부산롯데호텔 대표에는 호텔롯데 국내영업본부장인 서정곤 전무가 내정됐다.

LC USA 대표에는 손태운 전무가 승진 내정됐다.

LC Titan 대표에는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생산본부장인 박현철 전무가, 롯데베르살리스 대표에는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안전환경부문장 황대식 상무가 내정됐다.

롯데네슬레 대표에는 롯데칠성음료 글로벌본부장인 김태현 상무가 내정됐다.

해외법인에서는 롯데제과 파키스탄 콜손 법인의 카얌 라즈풋 법인장이 새로 임원이 됐다.

전반적인 계열사 실적 부진으로 인한 위기감 속에 예년보다 한 달 정도 일찍 이뤄진 올해 임원인사에서는 신임 임원이 지난해 64명에서 50명으로 줄어드는 등 승진과 신임 임원 수도 지난해의 80% 수준으로 감소했다.

여성으로는 롯데칠성음료의 송효진 상무보 등 4명이 새로 임원이 됐다.

롯데그룹은 "이번 임원인사는 혁신을 가속하기 위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임원 직제 슬림화가 특징"이라면서 "직제 슬림화는 젊고 우수한 인재들이 조기에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 그룹 인사에 정통한 재계 원로는 이번 인사에서 롯데 신동빈 회장의 절박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그동안 경륜과 신중함에 무게감을 실었다면 이번에는 패기와 도전에 무게감을 싣는 분위기라며 무엇이라도 좋으니 멈추지 말고 도전하기를 바라는 인사권자의 당부가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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