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두 쪽 난 듯 지원도 입장도 각각 달라

유럽에선 바이든지지... 멀어진 미-유럽 관계 복원 원해

중국은 트럼프가 싫어서 바이든, 러시아는 우군 트럼프 지지

이란 제재완화 기대…이스라엘 '공든탑 무너질라'

트럼프와 바이든. [출처=연합뉴스]
트럼프와 바이든. [출처=연합뉴스]

이번 미국 대선만큼 전세계적 화제와 관심이 쏠린 적은 결코 없었다. 누가 이기고 지느냐에 따라 세계의 질서와 경제 지형이 뒤집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전 세계 각국은 3(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자 초조한 기다림에 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외교정책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오설리번 전 주미 유럽연합(EU) 대사는 "미국은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미래를 앞에 두고 있다"면서 "세기의 대선이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그의 말이 정잡인 듯하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 동안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원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기업인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안보가 아닌 경제의 관점으로 바라봤으며 북한, 러시아, 터키의 권위주의자들에게 호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파리기후협정과 이란핵합의(JCPOA) 등 다자협정에서 탈퇴하고 무역전쟁을 강행했으며 이주민과 난민을 배척했다. 미국을 분열시키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미국의 이미지가 추락하고 우방이 불안해졌다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영국, 캐나다, 일본 국민들의 비중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발을 뺄 것이라고까지 우려한다. 그래서 이들의 입장에서는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더 반갑다.

바이든 후보는 유럽 국가들과의 전통적인 외교관계를 회복하고 기후변화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공조에 참여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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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약속을 지킬 줄 모르는 남자"

트럼프는 재임 기간 내내 그동안 미국이 세워놓은 정치적 방향과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질서속의 약속들을 한번에 무너뜨렸다.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데 4년은 그리 길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과거 적국이었던 러시아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우호적인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간첩 이야기도 나오고 탄핵 이야기도 나올 정도로 러시아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핑퐁 외교로 시작했던 중국과는 완전히 냉정체제로 돌아선 모습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 친정부 매체들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가 강해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고 있다.

러시아의 유명 언론인 예브게니 크셀료프는 지난 1일 정치 대담 프로그램에서 바이든 후보를 '범죄의 대부'로 규정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 2년 동안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전쟁을 치른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기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센터 세계발전연구소 연구원인 딩이판은 "바이든 후보는 중국과 경쟁하면서도 협력할 것이고, 중국도 그러길 바란다"면서 "적어도 고위급 대화를 재개할 수 있도록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자신을 망쳐왔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국가가 탈선하는 것을 바라보는 건 끔찍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3일 이번 선거를 치른 후 미국에 혼란에 빠질 것이라면서 "중국 정치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4년마다 나라를 정치적 혼란에 빠트리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자찬하기도 했다. 독재에 가까운 정부를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유쾌한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홍콩과 대만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보다 중국에 덜 강경한 자세를 보일까 우려하는 모습이 관측된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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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제재완화 기대...이스라엘 공든탑 무너질까 걱정

트럼프 대통령이 4년간 이란과 이스라엘에 보여준 정책 변화는 급진 그 자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서명한 이란핵합의(JCPOA)에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일방적으로 복원해왔다.

미국 주재 아랍에미리트(UAE) 대사인 유세프 알오타이바는 UAE 일간 더내셔널과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대이란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정책에 대해 '위험한 실패'라면서 미국을 동맹국으로부터 따돌림당하게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CBS뉴스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캠프에서 나온 발언이 더 발전적이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 가능성에 큰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과 아랍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 등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정착하길 기원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전략가인 제이슨 펄먼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깝게 지내왔다"면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 네타냐후 총리의 영향력이 심하게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다음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도 물러나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외교가에선 이번 선거는 누가 이겨도 후유증이 오래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트럼프가 패배하면 쉽게 물러서지 않고 집요하게 선거 결과를 비난하며 소송전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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