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속출에 '백신불안' 확산…벌써 28명 사망

의협 "독감접종 1주일 미뤄야" vs 질병청 "중단 필요없다"

영등포구 보건소, 관내 의료기관에 예방접종 보류 권고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 접종을 위해 접수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 접종을 위해 접수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무슨 고집인지 알 수가 없다고 난리들이다. 이미 28명째 독감 백신 접종 사망자가 나왔다.

질병관리청은 22일 보도참고 자료를 통해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25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자체 발표를 합산해 보면 이미 28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사망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속도도 놀랍다.

이 정도면 법정 전염병 치사율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강행하겠다고 고집이다.

불안하지 않은 국민들이 없는 형편인데 대책도 원인도 모른다. K-방역을 세계에 자랑하던 한국 의료계의 현주소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사례가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면서 백신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일선 병원과 보건소에는 백신을 맞아도 될지 문의하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고 대한의사협회는 공식적으로 독감 예방접종 1주일 연기를 권고하고 나섰다.

정부는 아직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연관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또 백신 접종 중단 시 독감에 따른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계획대로 접종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서울 시내 한 보건소가 관내 의료기관에 예방접종 보류를 권고하는 등 일부 엇박자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당분간 관련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독감 백신 접종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망속도 놀랄 정도로 빨라져 불안감 확산

사망 신고를 일별로 보면 지난 16일 인천에서 17세 청소년 사망자가 나왔고 이어 만 70세 이상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이 시작된 191, 204, 2110, 229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지자체 집계 이전 25명 사망자 가운데 사망자의 연령대는 60세 미만 3, 601, 7012, 80세 이상 9명이다. 60세 이상이 22명으로,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지난 16일 인천에서 17세 청소년 사망자가 나온 뒤 엿새 만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왜 이렇게 속도가 빨라지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

주요 사망 사례를 보면 지난 20일 전북 고창에 거주하는 77세 여성과 대전에 사는 82세 남성이 독감백신 무료 접종 후 약 하루 만에 사망했다.

전날에는 대구 78세 남성, 제주 68세 남성, 경기 89세 남성, 경북 73세 여성, 경남 79세 남성, 서울 72세 남성 등이 사망했는데 이들 모두 앞서 독감 예방 접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53세 여성은 국가사업물량이 아니라 경기도 광명의 의료기관에서 유료로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숨졌다. 이날은 전남에서 80세 남성이 백신을 접종을 받은 뒤 숨졌다.

서울 관내에서는 일이 이렇게 커지자 서울 영등포구 보건소에서 제일 먼저 관내 의료기관에 예방접종 보류를 권고했다. 영등포구보건소는 관내 의료기관에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주의 및 보류 권고사항 안내' 메시지를 발송했다.

영등포구보건소는 관내에서 사망한 환자가 접종받은 백신의 상품명과 제조번호를 공개하면서 "해당사항에 대해 서울시 및 질병관리청과 논의 중으로, 변동사항 또는 지침이 내려오는 즉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처럼 사망자가 급증하자 대한의사협회는 국가 예방접종을 비롯해 각 의료기관에서 수행하는 유료 접종까지 모든 독감 백신 접종을 1주일간 잠정 중단할 것을 권고하고, 정부에 이를 반영해 달라고 촉구했다.

의협은 기자회견에서 "아직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인과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인플루엔자 관련 모든 국가예방접종과 일반예방접종을 (29일까지) 1주일 유보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어 "금년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문제의 중심은 '백신 안전'으로, 접종 유보기간 동안 백신 제조 공정, 시설, 유통, 관리 전반의 총괄 점검을 실시하고 사망자의 신속한 부검과 병력 조사 등을 통해 백신 접종과 (사망간) 인과성을 의학적으로 철저히 검증해 예방접종의 안전성 근거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사업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사업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질병관리청 계속 추진 방침” ...고집인지 소신인지

질병관리청은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연관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국가 예방접종 사업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재차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에 "사망자 보고가 늘기는 했지만,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직접적 연관성은 낮다는 것이 피해조사반의 의견"이라며 "아직은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저희와 전문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정 청장은 또 백신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현재까지 사망자들이 접종한 백신은 5개 회사가 제조한 것이고, 모두 로트번호가 다 달라서 한 회사(백신이)나 제조번호가 일관되게 이상반응을 일으키지는 않았다""제품이나 제품 독성 문제로 인한 사망은 아닌 것으로 전문가도 판단한다. 같은 의료기관에서 같은 날 접종받은 분들도 전화로 조사했지만, 중증 이상반응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대한백신학회도 정부와 같은 입장을 취했다.

대한백신학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학회에서도 상황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원인과 해결책을 다각도로 확인하고 있다"면서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함께 계절 독감의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소아청소년과 고령자,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면역저하자에 대한 독감 백신 접종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역 전문가들은 정부 주장대로 아무 이상이 없다면 사망자가 이런 속도도 증가할 리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당장 독감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아닌데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굳이 접종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지적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이러다 코로나19 사망자보다 백신접종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나올 정도다. 정부와 질병관리청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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