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올랐길래 또 나설 상황인지 궁금증 확대

표준임대료 도입·신규 계약에도 상한제 확대 등 거론

전셋집 보러 온 이들이 순번 대기중인 경우까지 발생하는 상황이다. [출처=연합뉴스]
전셋집 보러 온 이들이 순번 대기중인 경우까지 발생하는 상황이다. [출처=연합뉴스]

대체로는 물량 부족이 현실적 이유이긴 한데 전월세 가격 상승이 심상치 않은 수준이라고 부도산 업계가 아우성이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들도 불만이 가득하고 가을철 이사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니 시장 자체가 얼어붙는 모습이다.

이렇게 전월세 가격이 나날이 오르면서 정부가 전세대책을 내놓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어제 14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에서 "전셋값 상승 요인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에 앞서 8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도 "전셋값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두 번의 묘한 발언 때문에 정부 추가조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 모양새다.

 

전국적 규모로 올라가고 있는 전세... 대책이 없다

문제는 서울 수도권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셋값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오르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 주택 전셋값은 0.65% 올라 전달(0.54%)보다 오름폭이 더 커져 53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도는 0.85% 올라 전달(0.71%)보다 상승폭을 키워 55개월 만에 최대 상승했고, 인천도 0.52% 올라 전달(0.17%)보다 오름폭이 3배 넘게 커졌다.

서울은 0.41%로 전달(0.43%)과 비교하면 소폭(0.02%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서초(0.63%)·송파(0.59%)·강남(0.56%)·강동(0.54%) 등 강남 4구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성동·노원·동대문구(0.49%)와 마포구(0.44%), 구로구(0.37%) 등도 오름폭이 커 서울 외곽으로도 전세난이 번지는 모양새다. 경기·인천 역시 교통 등 주거환경이 양호한 지역과 개발 기대감이 있는 지역 위주로 전셋값이 올랐다.

울산(0.96%1.40%)과 대전(0.97%1.01%)1% 넘게 오른 것을 비롯해 부산(0.16%0.25%), 대구(0.17%0.36%), 광주(0.09%0.18%) 등 지방 광역시도 모두 상승폭을 키워 전세난이 전국적으로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은 전체적으로 전달 0.34%에서 지난달 0.41%로 더 올랐다.

수도 이전 등 논의 영향으로 세종시는 지난달 전셋값이 5.69% 올라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상승했다. 세종시의 경우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셋값이 26.23% 폭등했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정부, 각오했지만 통제 안 되는 수준에 당혹

전월셋값 상승은 이미 정부로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강행하면서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던 현상이지만 예상보다 상승세가 가파르고 좀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미 통제할 수준을 넘어 섰다는 지적도 나오는 판이다.

정부는 일단 시장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필요한 경우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솔직히 이렇다 할 수단이 마땅찮은 상황이다.

전셋값은 전국적으로 12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특히 새 임대차 법이 시행된 7월 말 이후 전셋값 상승폭은 더 커지고 있어 서민들의 전세난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주택 전셋값은 한국감정원 조사 기준으로 0.53% 올라 5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가 안정될 것이라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국 전셋값 상승률은 올해 10.28%로 시작해 25월 보폭을 줄여 5월에는 0.09%까지 내려갔으나 60.26%로 반등한 뒤 70.32%, 80.44%, 90.53%4개월 연속 확대됐다.

무엇보다 물량 부족이 심해졌는데 이는 정부의 조급하고 서툰 대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임차인 보호를 위해 시행된 새 임대차 법에 따라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기존 주택에 눌러앉는 수요가 늘면서 전세 물건이 부족해졌고, 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보증금을 2년에 5%밖에 올리지 못하게 된 집주인들이 4년 치 보증금 상승분을 미리 올려 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크게 뛰고 있다는 것이다.

 

약 1만 세대 단지에 물건 5

전셋집을 구하러 다니는 시민들에겐 말도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하다. 악에 받쳤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모두가 분노에 찬 모습이다. 정부 국토교통부에 대한 비난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체 9510가구로 서울 최대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현재 인터넷 부동산 포털 등에 올라온 전세 매물은 5, 월세는 7건에 불과하다. 이 정도 규모의 단지에 이 정도 전세 물량이라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부동산 업자의 말이다.

이 때문에 전셋집을 보러 갈 사람들이 대기표를 들고 나서야 할 상황이 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정보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인기 평형인 전용면적 84.95는 최근 보증금 672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이는 2년 전 계약을 갱신한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보증금 64000만원에서 5%(3200만원) 오른 값에 재계약한 거래로 추정된다.

하지만 유사 평형인 84.96는 지난달 26일 보증금 107000만원(2)에 계약이 체결됐다.

전세 품귀와 새 임대차 법 등의 영향으로 이 아파트 84규모 전세 매물은 현재 보증금 11500012억원에 나와 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전셋값 상승률이 2배에 육박한다.

2년동안 월급을 아무리 모아도 두 배나 뛰는 전셋값을 감당하지는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 전세 물건을 보기 위해 9팀이 아파트 복도에서 대기하고, 이후 부동산 사무소에서 5팀이 제비뽑기로 계약자를 뽑은 사연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사 날짜도 기존 세입자가 이사하는 날에 맞추는 좋지 못한 조건이 달렸음에도 그날 바로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심화한 전세난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문제는 대책이 신통할리 없다는 점

이처럼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홍 부총리가 추가 대책을 언급하기 시작함에 따라 정부가 전세대책을 낸다면 어떤 내용일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지금까지 전세대책을 낸 전례는 많지 않다. 과거 전셋값이 치솟을 때 주택 공급 일정을 앞당기거나 저소득층에 대한 전세대출 금리를 내리는 등의 처방을 한 적은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초저금리 시대여서 전세대출 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많지 않다.

정부가 주택 공급대책을 연이어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다. 3기 신도시 등 신규택지 사전청약 대상도 원래 9000가구였으나 이를 7·10대책 때 3만가구로 확대하고 8·4대책 때 다시 6만가구로 겨우 넓혀놓았다.

임대주택 공급도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과거보다 공급 물량을 대폭 확대해 놓은 상황이다.

정부는 재건축과 재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LH 등 공공이 시행에 참여하고 임대주택을 많이 내놓는 조건으로 용적률을 추가로 부여하는 공공 재개발·재건축 방안을 발표했지만 공공재건축은 현재로선 적극적으로 나서는 조합이 없다.

일각에선 전월세 시장에 표준임대료를 도입하거나 전월세상한제 대상을 신규 계약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이 언급된다.

표준임대료는 정부와 지자체가 적정한 임대료 수준을 정해서 공시하는 제도인데, 국토부는 현재로선 내년에 시행될 예정인 전월세신고제의 효과를 보면서 장기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업계는 이게 마지막 수단이 될 터인데 이것이 먹혀들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고 지적한다.

현재 전월세상한제를 신규 계약까지 확대하는 방안은 현재 국회에 법안이 계류 중이다. 앞서 여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원욱 의원이 낸 법안이 신규 계약에 대해서도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월세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세입자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에 나서거나 전월세전환율을 추가로 조정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전월세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단계"라며 "전셋값 상승률이 다소 줄어들고 있지만 숫자 자체가 높아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신 전문가들은 노답이라고 대책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원론적 대책 말고 현 상황을 해결할 어떤 대안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고 시장은 더 당혹한 상황이라 실수요자들만 죽을 맛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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