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식 원안 위원장 "해양 방류하면 삼중수소(트리늄) 확산은 불가피해“

"해양환경 영향, 뚜렷하게 증명하기 어려워…일본 오염수 처리과정 투명해야"

7월 30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그린피스 회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7월 30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그린피스 회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스가 총리가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다짐하고 도쿄전력이 방류 방침을 확고히 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대해 어두운 전망이 나왔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12일 일본 정부가 해양방류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쿠시마 제1 원전 방사능 오염수에 대해 "해양 방류한다고 하면 방사성 삼중수소(트리튬)의 해양 확산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엄 위원장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안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다만 해양 방류가 어류나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나 정도는 뚜렷하게 증명하기 어려운 분야"라며 "지금 당장 과학적 수치로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의 정확한 시기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아마 일본도 어느 정도 결정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이어 "일본 오염수 처리 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관련된 정보도 충분히 공개돼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처리수 아니다"

엄 위원장은 이날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주장하는데, 후쿠시마 제1 원전 방사능 오염수는 오염수냐, 처리수냐"는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 질문에는 "처리된 물에도 세슘 등이 포함돼 70% 이상 오염된 상태"라며 "처리수나 오염수의 의미를 떠나 물이 오염돼 있다는 건 확실하다"고 답했다.

"오염수가 방류되면 220일 안에 제주도, 400일 안에 서해에 도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지적에는 "북태평양 해류 흐름으로 그 주변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 위원장은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출할 경우 "우리 측에서도 관계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저장돼 있는 방사능 오염수 가운데 오염 농도가 일본 정부의 방출 기준에 충족하는 것은 27% 미만에 그치고, 나머지 70% 이상이 방출 기준을 넘는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내 근로자들이 지난 1월 방사능 오염수를 저장중인 탱크를 교체하고 있다. [출처=EPA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내 근로자들이 지난 1월 방사능 오염수를 저장중인 탱크를 교체하고 있다. [출처=EPA 연합뉴스]

 

일본 언론조차 염려하는데 강행하는 일본 정부

지난 920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630일 현재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저장 오염수 약 110t 가운데 트리튬(삼중수소)을 제외한 나머지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방출 기준치의 100~2만배에 달하는 것이 6%에 달했다고 한다.

10~100배인 것이 15%, 5~10배인 것이 19%, 1~5배인 것이 34%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 기준치에 충족하는 것은 27%, 30t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킨 원자로 내의 용융된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섞이면서 오염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820일 기준으로는 1041개의 탱크에 122t으로 불어나 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ALPS를 이용해 하루 160~170t씩 생기는 이 오염수에서 물 분자와 일체화한 구조여서 기술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트리튬을 제외한 나머지 방사성 물질(62)의 대부분을 흡착 처리했다는 물(ALPS 처리수)을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그런데 ALPS를 거친 처리수의 70% 이상이 일본 정부의 방출 기준치를 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오염수를 태평양에 흘려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방류 전에 ALPS를 이용한 재처리를 반복해 오염도를 법정 기준치 이하로 낮추어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기술적으로 없애기 어려운 트리튬은 물로 희석해 기준치 이하로 농도를 낮출 계획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원전 전문가들은 하지만 트리튬은 농도를 낮추더라도 방출 총량은 결국 같아지기 때문에 해양방출을 할 경우 지구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하면서 우리 정부의 확실한 대응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저작권자 © 굿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