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 두고 설왕설래...미국은 일단 부인

미 한반도 전문가 기고문 통해 전언

"트럼프 행정부, 조심하지 않는다면 역풍 맞을 것"

미군 장병이 부상자 모형을 끌고 오르막을 달리는 테스트를 받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미군 장병이 부상자 모형을 끌고 오르막을 달리는 테스트를 받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주독 미군 철수와 순환배치가 공식화되면서 방위비 협상이 난관에 빠진 한국을 놓고 주한 미군 감축설이 계속 흘러나오자 일단 미국 행정부는 한발 물러서서 진화하는 모양새다.

미국 백악관 고위 당국자와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당장 주한미군을 감축할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 전문가가 언론 기고문을 통해 전했다.

이러한 전언은 미 국방부가 지난 3월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는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계기로 주한미군 감축설이 재점화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10(현지시간) 미 잡지인 '아메리칸 컨서버티브'에 게재한 '트럼프는 병력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어 하나 아직 한국으로부터는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같이 전했다.

그는 "국방부가 한국에 있는 미군 병력을 줄이는 옵션을 백악관에 제시했다는 WSJ의 지난달 보도에도 불구, 백악관 고위 당국자와 또 다른 국방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그렇게 하기 위한 당장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당장이란 표현이다. 외교통들은 지금은 아니라는 말은 향후에는 형편과 상황에 따라 언제든 감축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형편 따라 바뀔 수도

카지아니스 국장은 "실제 서울에서뿐 아니라 이곳 워싱턴DC 내 한국 연구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WSJ에 기술된 '전세계적으로 미군을 어떻게 재배치하고 잠재적으로 주둔 규모를 축소할 것인지에 대한 광범위한 재검토'가 그 이상은 어떤 것도 아닐 것이라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이 대화를 나눠본 2명 이상의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한국 정부 내에서는 미 군 당국자들이 오랫동안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을 위해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에서 언론사 기자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주한미군에 대해 불필요하게 강조했다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의 방위비 분담금 비용을 놓고 한국에 '최대 압박'을 가해온 것이 처음이 아닌 만큼 진짜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수많은 다른 상황과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을 미국에 대한 경제적 경쟁자로 간주, 한국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직·간접적 미군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할 능력과 수단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기고문에 썼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조심하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강경 압박의 역풍 조심해야 할 수도

외교통들은 그가 말한 역풍에 대해 추측을 아끼면서도 한국의 강력한 반발과 핵잠 개발 혹은 핵무기 보유라는 새로운 쟁점을 낳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주독미군 감축을 발표한 지난달 29일 독일이 돈을 안 내서 감축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더이상 호구가 되고 싶지 않다"고 주독미군 감축과 방위비를 연계했음을 사실상 확인하며 방위비 증액 압박에 거듭 나선 바 있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지난달 21일 주한미군 철수 관련 보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면서도 "우리는 모든 전구(戰區·theater)에서 우리가 병력을 최적화하고 있는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 모든 사령부에서 조정을 계속 검토할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미군 주둔·배치에 대한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이튿날인 지난달 22"국방장관은 대통령에게 어떠한 권고안을 제시하지도, 감축을 위한 특정한 제안을 하지도 않았음을 꽤 강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일본 외교통들은 일본이나 한국이 처한 상황이 사실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방위비 80억 달러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방위비 인상을 곤란해 하는 한국이나 일본은 양국 모두가 사실 동병상련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양국이 지금처럼 정보도 협상도 없는 상태에서 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인상 문제와 따로 싸우기보다 힘을 합치는 것이 트럼프와의 신경전에서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한일 양국은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부담을 크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 외교통들의 분석이다.

니케이 신문도 방위비 부담을 이유로 한 주둔 미군의 축소 사안은 한국과 일본의 교섭에 강한 압력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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