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논쟁 치열…'사다리 걷어차기' vs '특권학교 폐지'(종합)

폐지 반대 국민청원 "관심 다른 아이들, 학교 선택할 권리도 있어야"

 

강북구 국제영훈중학교
강북구 국제영훈중학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의 지정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해 특성화중학교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한다"고 발표하자 당장 학부모들이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교육 현장에서는 찬반양론이 맞부딪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아 계층 이동을 할 수 있는 '교육 사다리'를 교육 당국이 걷어찼다며 분노했고, 학생들은 교육당국이 학생 '선택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는 '특권학교'인 국제중의 폐지 절차가 조속하게 마무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학부모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서울시교육청의 국제중 폐지 결정에 반발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자기 자식 다 특목고 보내고 이제 와서 반대냐?

 

한 누리꾼(아이디: be****)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자녀가 외고나 국제학교 등을 다닌 점을 언급하며 "자기 자식들은 죄다 특목고 보내고 해외 유학 보내면서 일반 서민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누리꾼(아이디: pj****)"유학 갈 형편은 안 되는데 좀 다른 환경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국제중 진학이) 분명 기회였을 것"이라며 "교육 분야에서 대입이 아니라 다른 쪽을 손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유모(38)씨는 "경쟁률이 201에 달할 만큼 수요가 크면 국제중을 오히려 늘려야지, 모두가 평등하게 불만족스러운 공교육을 받으라는 이야기냐"라며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막으면 막을수록 대치동 학원들만 좋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영어교육과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가 해외 유학과 비인가 국제학교, 강남지역 영어학원 등 다른 방향으로 쏠릴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당국이 학생 선택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제중 폐지를 반대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청원인은 "모두 다른 재능과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 똑같은 수업을 듣는 것이 과연 평등한 교육일까"라고 반문하며 "다른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 아이들은 그에 맞게 학교를 선택할 권리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평등교육의 정의부터 새로 세워야

 

이 청원은 이어 "국제중학교는 이름에 맞게 다양한 외국어교육, 회화교육, 국제이해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는 많은 친구들이 다양한 지식을 접하는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며 장기적으로는 교육부가 법을 고쳐 국제중 설립 근거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엄정한 특성화중학교 운영성과평가라는 전제하에 서울시교육청의 결정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걱세는 "교육에 관한 국민의 권리·의무를 규정한 교육기본법은 '국제교육'을 모든 국민이 받아야 할 보편적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모든 중학교에서 국제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지 별도의 특권 트랙을 만드는 것은 교육기본법의 규정을 퇴색시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논평을 내고 "지정 취소 절차가 완료돼도 (두 학교의) 국제중 지위는 당분간 유지될 것 같다. 사법부가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2025년부터 고교 서열은 완화되나 중학교 서열은 그대로 존재하고, 한해 1000만원이 넘는 교육비와 초등학생들의 입시경쟁이 의무교육 단계에서 건재하게 된다""다른 교육 당국과 청와대의 노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립학교계에선 이번 교육감의 결정에 대해 대안이 없이 무조건 폐지를 통고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런 식이라면 시중에 널려 있는 대안학교도 다 문을 닫아야 할 것 아닌가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결국 이 조치가 영훈중학교 등 국제중학교를 문을 닫게 하고 말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많았다. 시교육감이 명령를 내린 이상 재판이 걸려도 지원자가 갈수록 줄어들어 결국 문을 닫을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이미 이것을 알고 조치한 것이라는 냉소섞인 반응도 나왔다.

그럼에도 일부의 계층 사다리를 만들어 내던 학교였다는 비판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저작권자 © 굿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