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교민 사회,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

통금 어긴 시위대 체포했지만 충돌없어

전직 대통령 오바마·카터·부시 평화 시위 지지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미국 시위가 혼란에서 벗어나 질서를 찾고 있다.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 산발적 충돌도 있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시위가 진행됐다. 한편으로 교민사회에선 미국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에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 달 28일 밤 미니애폴리스 일대의 한인 점포 5곳이 약탈·방화 피해를 봤고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피해 점포는 10곳으로 늘어났다뷰티 서플라이(미용용품), 의료, 휴대전화 점포 및 식당 등이다.

한인들은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라며 밤마다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폭력 시위와 불법 약탈이 줄었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다행한 것은 미국 전역에 걸쳐 시위대의 폭력 시위 양상이 진정되고 있는 데다,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모습도 차츰 잦아들고 있어 사태 전환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4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방송 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16번가에 모인 시위대는 이전과 달리 평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내를 행진하며 경찰의 폭력에 의해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했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찬양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또한 이날 시위에서 일부 시민들은 유모차를 끌고 나와 시위대에게 물과 간식을 나눠주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경찰도 백악관 주위 도로를 차단하고 시위대와 마주했지만 군중을 자극하지 않고 침묵을 지킨 채 합창하는 시위대를 지켜보는 선에 그쳤다.

이후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이날 밤늦게까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같은 피해 사례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의 개정을 요구하며 의회가 있는 의사당을 향해 평화롭게 행진했다.

경찰과 군인, 연방 요원 등에 의해 도로가 차단되었으나, 시위대는 옆길로 이동하면서 "누구의 거리인가? 우리의 거리이다", "정의 없이는 평화 없다" 등의 구호문구를 외쳤다.

한편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애틀 등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시위가 진행되었으나 이전과 달리 폭력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고 주요 언론은 전했다.

CNN은 뉴욕에서 3일 밤의 시위는 지난 며칠간보다 훨씬 조용하고 평화롭게 진행되었으며 약탈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LA에서도 1000여명이 참여한 시위가 열렸지만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다만 통행금지 시간(오후 9시)를 넘겨서 오후 10시 30분까지 남아있던 시위대 수십 명에 대해 경찰이 체포를 진행하면서 시위가 마무리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AP 통신은 이날 시위에 대해 "항의 시위는 대체로 평화로웠으며, 전국에 걸쳐 거리도 이전보다 차분해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서는 "전날 밤 이후로 전국의 시위가 대부분 평화로이 진행되고 있다"며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도 크게 잦아들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뉴올리언스에서는 경찰이 다리 건널목을 차단할 목적으로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해 해산하는 등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들 "평화 시위 감사"

이같은 상황에,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도 공개적인 발언을 통해 평화 시위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에 힘을 보태었다.

온라인 타운홀 미팅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거리에서 평화적이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시위대에 미국인들도 감사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인종차별 철폐와 경찰 개혁이라는 제도적 변화를 이뤄내자고 당부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평화적 시위 촉구 및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거리의 시위대를 향한 연대의 입장을 밝히며,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여론 수렴을 촉구했다.

미 전역에 20000여 명이 넘는 주방위군이 투입된 것에 더해 각지에 발효된 야간 통행금지령이 정착돼 가는 것도 폭력 사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통금령에 힘입어 뉴욕이 질서를 회복하는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고 평했다.

아울러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지목받는 미니애폴리스 경찰관 4명 모두가 형사 기소된 것도 사태의 진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네소타주 검찰 측은 이날 플로이드의 목을 약 9분간 무릎으로 찍어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 데릭 쇼빈에게 2급 살인 혐의를 추가로 적용한 것에 더해, 알렉산더 킹 등 나머지 경관 3명을 범행의 공범으로 간주해 2급 살인 공모 혐의로 기소했다.

한편 시위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일부 주요 도시는 밤늦게까지 평화 시위가 유지되는 상황이 나타나자 통행금지령을 끝내기로 했다고 WP는 전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나쁜 밤"을 막기 위한 제한은 4일 끝날 것이라고 말했으며 시애틀과 디트로이트도 통행금지를 더는 내리지 않기로 했다고 WP는 설명했다.'

미국의 정치, 경제 전문가들은 시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평화 시위 분위기가 자리잡아 가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사태 회복에 대한 전망과 경제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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