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日정부 송달요청 받고도 무반응에 공시송달 결정 내려

WTO 제소에 일본 입국 해제 연장, 이번 법원 결정까지 폭발요인 가득

아베 정권의 속셈은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한국이 제시해 일본 내 우익의 비난을 덜려고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출처=연합뉴스]
아베 정권의 속셈은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한국이 제시해 일본 내 우익의 비난을 덜려고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출처=연합뉴스]

한일 양국의 긴장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제 강제징용 가해 기업의 국내 자산이 압류됐다는 법원 결정문을 일본 정부가 전달받고도 해당 기업에 송달하지 않자, 법원이 공시송달을 결정함으로써 극한 외교대립이 예상된다.

4일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 1일 피앤알(PNR)에 대한 압류명령 결정 등의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PNR은 포스코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이 합작한 회사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법원 결정에 따라 오는 84일 송달의 효력이 발생한다.

이 압류사건은 2018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신일철주금이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은 원고 측에서 제기한 것이다.

강제동원 피해자 5명의 손해배상 채권을 근거로 올해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PNR의 주식 194794주를 압류했다.

압류된 주식의 가치는 액면가 5000원 기준 97300여만원이다.

법원은 이 결정을 일본제철에 송달하는 절차를 시작했으나 지난해 일본 외무성은 해외송달요청서를 수령하고도 아무런 설명 없이 관련 서류를 반송했다. 법원은 재차 송달 절차를 진행했지만 일본 외무성은 10개월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리인단은 일본 외무성의 행위가 헤이그 송달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법원에 공시송달 결정을 요청해 왔다.

헤이그협약은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에만 송달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리인단은 "법원의 공시송달 결정을 환영한다""하지만 주식압류 결정이 내려진 지 15개월이나 지나 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은 아쉽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피해자들은 한국 법원에 2005년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이 지나서야 확정판결을 받았다""이후의 집행 절차는 신속히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PNR의 주식 감정 절차가 신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아베 속셈은 한국이 해법 들고 나오기를 기대

양국의 긴장감은 갈수록 팽팽하게 느껴질 정도다. 곳곳에 지뢰 투성이라는 외교가의 전언이 들어맞는 분위기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3일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 회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입국제한 조치를 기업인들에 한해 조기에 완화하자는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밝혀진 것도 또 한 번의 대립 국면이다.

교도통신이 일본 외무성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강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기업인(비즈니스 관계자)들에 대한 입국제한의 조기 완화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모테기 외무상은 "일본 내의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시기상조라는 인식을 나타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다.

이 모든 문제에서 아베 정권의 속셈은 결국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한국이 내달라는 것이다.

수출규제를 철회하지 못하는 진짜 속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교 당국자는 지금은 대치 상황이 풀리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항복하는 모습을 보여서 전혀 득이 될 게 없다는 정치적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 한국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었다는 비난이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은 아베 내각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계산을 깔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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