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타당성 판단해달라고 검찰과 한판 승부수 띄워

서울중앙지검, 빠르면 내주 시민위 열어 논의할 듯

이재용 삼성부회장(가운데)
이재용 삼성부회장(가운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검찰의 연속적인 수사에 대해 피의자 입장이던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방어책으로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기소의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함으로써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김종중(64) 옛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측 변호인은 전날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르면 다음 주 중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등 사건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에 넘기는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검찰시민위원회는 위원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해 대검 수사심의위 소집이 필요한지 따지게 될 부의심의위원회(15)를 꾸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심의대상 사건의 사건설명서를 작성해 시민위원들에게 교부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특히 이 사건 자체가 복잡하고 관련자도 많아 시민위원들이 내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하면 시민위는 다음 주 중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중앙지검 시민위가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 대검 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이 부회장 측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으로 16개월 가까이 끌어온 '삼성 합병·승계 의혹' 수사 관련자들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과 기소 여부는 검찰 외부 전문가들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로 2018년 도입됐다.

수사심의위는 수사의 계속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고, 기소 또는 불기소된 사건의 적정성·적법성 등을 평가한다.

다만 검찰총장 직권이 아니라 고소인·피해자·피의자 등 사건관계인 신청으로 소집된 경우, 수사심의위에서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는다.

사건관계인은 해당 검찰청 시민위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지난달 26일과 29일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두 차례 소환 조사한 뒤 사법처리 여부와 수위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검찰은 이에 앞서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63)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61) 삼성물산 사장, 정현호(60) 삼성전자 사업지원TF(사장), 김태한(63) 삼성바이오 사장 등 과거 삼성 수뇌부와 통합 삼성물산 등 계열사 전·현직 고위 임원들을 줄줄이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달 중 수사를 마무리하기로 하고 이 부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방향을 곧 결정할 방침이었으나, 이번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등 절차로 일정이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두 번의 조사에서 모두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5년간이나 수사하고도 증거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상황이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거나 심증이 있으니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는 식의 여론 대립도 끊이질 않았다.

법조계 소식통들도 이번 수사심의위 소집에 서로 다른 시각을 내놓고 있다. 검찰의 자의적 수사를 중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이들도 있고 자칫 여론으로 검찰 수사를 물타기 할 수 있다는 이들도 있다.

원로 변호인 A씨는 삼성그룹에 율사 출신들이 많아 충분히 검토해 보고 던진 사안일 것이라며 과연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소집이 마지막 기소를 앞두고 신의 한 수가 될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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