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9 01:00 (수)
전기차 지원금 그냥 새나간다
전기차 지원금 그냥 새나간다
  • 이광수 기자
  • 승인 2020.01.14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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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전입에 속수무책…부정 수령 거를 장치 미비
제공=현대차

전기차 보조금이 지급되면서 지자체가 지원해주는 전기차 보급 지원금이 줄줄 새나가고 있다지자체별로 부정 수령을 거를 장치가 부실한 탓이다.

경남에 사는 A 씨는 지난해 전기차를 사려고 경남도에 보조금을 신청했다가 "예산을 모두 소진해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는 "부산에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예산이 남아 있어 주소지만 옮기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부산에 사는 지인 주소에 거짓으로 전입 신고를 했다.

A 씨는 위장 전입한 주민등록등본을 보조금 지원 신청서에 첨부해 부산시에 내고 보조금 1400만원을 받았고, 몇 달 뒤 다시 주소지를 경남으로 옮겼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구매 보조금 제도가 위장전입에 뻥 뚫린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자체마다 지원 액수가 다르고, 해당 지역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나 최소 거주기간 같은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에 소비자만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지원금을 더 많이 주는 지자체로 쏠림 혐상이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부정 수급은 형사 처벌받아

 

이 때문에 단속 대상은 더 늘었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위장전입으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부정하게 받은 혐의(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A 씨 등 31명을 적발,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각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전기자동차 구매 보조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지인 주소에 거짓으로 전입 신고한 뒤 해당 내용이 담긴 주민등록등본을 보조금 지원 신청서에 첨부해 보조금을 타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들이 2018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지자체 6곳으로부터 52000만원을 부정하게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내민 위장 전입한 주민등록등본 한 장에 1000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준 곳은 부산, 대구, 경남 양산과 창원, 세종, 경기 부천 등 6개 지자체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처럼 전기차 구매에 위장 전입까지 등장한 이유는 지자체마다 대당 보조금 액수와 지원 차량 대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국가 예산과 지방 예산을 합쳐 지원하는데, 지자체별로 지원금액이 달라 보조금에 차이가 발생한다.

지자체별로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4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지난해 기준 부산은 전기 승용차 구매자에 1400만원을 준 반면, 강원도는 17001800만원을 지급했다.

환경부 전기자동차 통합 포털을 보면 지난해 보조금이 지원된 전기 승용차는 서울 5194, 대구 4620, 부산 1466, 경남 1306대 등으로 큰 차이가 났다.

여기에다 지자체별로 보조금 지급 시기가 달라 구매 시기에 맞춰 보조금을 더 주는 지역으로 위장 전입을 서슴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뒤늦은 부정 수령 대책

 

상당수 지자체는 신청일 기준 주소지가 해당 지역에 돼 있으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게 돼 있다.

행정기관 방문 없이 지인 동의만 있으면 '민원24'에 접속해 인터넷으로도 위장 전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다. 증빙 서류도 주민등록등본만 내면 된다.

주소지 이전 이력이 포함된 주민등록초본만 내도록 해도 어느 정도 부정 수령을 막을 수 있는데, 그만큼 허술한 셈이다.

이에 일선 지자체들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예산이 부실하게 빠져나가는 것을 점검하겠다고 나섰지만 뒤늦은 대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자체들은 전기차 구매금을 매년 확대하고 있지만, 위장 전입을 통한 보조금 부정 수령을 막기 위한 대책은 미미한 실정인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위장 전입으로 보조금을 받은 사실이 확인돼도 보조금을 환수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지자체가 많다.

대부분 지자체는 "전기차 보조금 부정 수령 적발 사례는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지만, 부정 수령을 적발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는 지자체가 많아 위장전입을 통한 보조금 부정 사례는 만연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사례를 제대로 조사해 현실적인 상황을 파악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광주광역시와 제주도가 전기차 보조금을 받은 뒤 2년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 보조금 전액을 환수한다는 규정을 시행하고 있을 뿐 대부분 지자체는 위장 전입한 사람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걸러 낼 수 있는 장치도 충분하지 않다.

이에 부산시의 경우 늦었지만 확인 조치를 강화한다고 나섰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위장 전입해 보조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사례가 5건 확인된 부산시는

'신청일 기준 6개월 이상 부산에 거주한 사람'으로 보조금 신청 지역에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경부가 직접 나서서 정부주도사업으로 바꿔야

 

전기차 구매 보조금 부정 수령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환경부에 몇 가지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먼저 경찰은 지역별로 전기차 구매 수요 차이가 큰 만큼 보조금 지원을 정부 주도 사업으로 전환, 지역별 차등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편차가 있으면 소비자가 쏠리기 때문이다.

보조금 신청조건에 해당 지역에 최소 거주기간(6개월1년 정도)을 내걸고, 지자체별로 다른 보조금 지급 관련 내용도 환경부 주도로 일관되게 정비해야 한다고 경찰은 권고했다.

경찰은 또 지자체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신청 부적격자 조사와 부정수령한 보조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고, 전기자동차 자동차 등록부 변경(주소 이전, 매매, 폐차 등) 정보를 지자체에서 알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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