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6 09:00 (일)
카를로스 곤 도피 후 첫 기자회견 ‘나는 무죄다!“
카를로스 곤 도피 후 첫 기자회견 ‘나는 무죄다!“
  • 이광수 기자
  • 승인 2020.01.09 0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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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과 日정부가 나를 제거하려고 공모했다"
일본 법무상 "정정당당하게 日법원 판단받아라"

"나는 모든 혐의에서 무죄다!"

희대의 탈출로 전세계를 놀라게 했던 전 닛산 자동차 회장 카를로스 곤은 우리나라 시각으로 8일 밤 레바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기소한 일본 검찰을 강력하게 비난하며 일본의 사법제도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곤 전 회장은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전 비리로 나를 기소한 것은 근거가 없다""왜 그들(검찰)은 조사 기간을 연장하고 나를 다시 체포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어 자신이 일본 검찰에 의해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잔인하게 떨어져 있어야 했다며 "그들은 14개월 동안 내 영혼을 파괴하려고 시도하고 내가 아내와 연락하는 것을 막았다"고 말했다.

그는 닛산자동차의 신화를 일으켜 카리스마 넘치는 최고경영자였다가 형사 피고인으로 전락하고 다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극적으로 탈출해 레바논까지 도피했다. 이제는 국제수배범의 한 명으로 전락했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하고 나와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으며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카를로스 곤. [출처=닛산자동차]
카를로스 곤. [출처=닛산자동차]

곤 전회장은 닛산과 르노의 싸움 과정에서 닛산과 일본 정부의 공모로 자신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친구들 중 일부는 닛산에 대한 르노의 영향력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은 나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닛산자동차의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전 사장과 도요다 마사카즈(豊田正和) 경제산업성 출신 사외이사, 법무 담당 외국인 전무 등을 언급하면서 사이카와 전 사장과 도요다 사외이사가 일본 당국과 연계돼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다만, 자신의 축출에 개입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그동안 르노와 닛산, 미쓰비시의 3사 얼라이언스가 경영통합과 합병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는 내부세력의 모략에 당했다면서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쿠데타 증거 있다주장

 

이미 그는 레바논 도피 후에 미국 방송 폭스 비즈니스의 취재에 응해 자신을 기소한 일본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들이(닛산을 지칭하는 듯) 나를 끌어내리고 싶어 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은 증거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곤 전 회장은 이날 주로 일본 사법제도의 불합리함과 인권유린을 폭로하는데 많은 사건을 할애했다.

그는 "하루에 8시간이나 조사를 받았는데, 변호사도 동석하지 않았다"면서 일본의 사법제도에 대해 "기본적인 인권의 원칙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또 자신이 일본에서 재판을 받으면 유죄를 받을 확률이 99.4%나 된다며 외국인에 대한 일본 법정의 유죄 판결 비율이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곤 전 회장은 일본에서 구금된 뒤 400일 넘게 이날을 기다려왔다며 자신의 체포를 일본이 1941년 미국 함대를 공격한 '진주만 공격'에 비유하기도 했다.

 

탈출 결정과 실행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곤 전 회장은 일본을 탈출한 결정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나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절망감이 크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곤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탈출한 방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곤 전 회장이 기자회견에 등장하기는 지난달 30일 레바논에 비밀리에 입국한 뒤 9일 만이다.

그는 브라질에서 태어났지만 레바논에서 자랐으며 프랑스와 레바논, 브라질 시민권을 갖고 있다. 부인 캐럴 곤도 레바논 출신이다. 레바논은 일본과 범죄인 인도협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곤을 돌려보낼 의무가 없다. 곤은 이 점을 노린 것이고 사전에 어떤 형태로든 레바논의 협조를 구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레바논 검찰은 9일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이 수배를 요청한 곤 전 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레바논 언론이 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곤 전 회장의 기자회견에 강하게 반발했다.

모리 마사코(森雅子) 일본 법무상은 현지시간으로 9일 새벽 기자회견을 열고 곤 전 회장에 대해 "주장할 것이 있으면, 우리나라의 공정한 형사 사법제도 아래 정정당당하게 법원의 판단을 받기를 강력히 바란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모리 법무상은 곤 전 회장의 불법 출국을 두고 "어느 나라의 제도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며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내외를 향해 우리나라의 법 제도와 운용에 대해 잘못된 사실을 고의로 퍼뜨리는 것은 도저히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리 법무상이 새벽에 반박 기자회견을 연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도쿄지검의 사이토 다카히로 차석검사도 이날 논평에서 곤 전 회장의 일본 사법제도 비판에 대해 "우리나라의 형사 사법제도를 부당하게 깎아내리는 주장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닛산 내부 싸움 때문일까?

 

곤 전 회장은 2018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와 특별배임 등 혐의로 일본 사법당국에 구속됐다가 10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3월 풀려났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재구속된 뒤 추가 보석 청구 끝에 5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4월 풀려나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닛산측은 도쿄지점의 수사에 전면적으로 협력하고 있는데 지난 해 9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의 비리는 350억 엔(한화 3760억원)에 달한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낮 230분경 도쿄 자택에서 외출한 뒤 오후 4시반 경 온센역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오후 7시 반에 신오사카역에 도착한 후 오후 8시 반에 호텔에 도착했다가 밤 1110분 간사이공항에서 개인 민간 항공기로 출국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검찰은 그의 이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곤 전 회장은 터키 이스탄불로 도주했고, 이스탄불에서는 다른 개인용 비행기를 타고 레바논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칸사이 국제공항에는 출국 증거가 남아 있지도 않다. 일본의 공항관리와 사법제도가 망신살이 뻗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일본 수사당국은 곤 전 회장이 큰 상자에 숨어 일본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니케이신문은 앞으로 곤 전 회장과 닛산, 곤 전 회장과 일본의 사법부와 전면적인 대립이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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