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로 지목됐던 최순실씨가 국정 전반에 관여한 정황이 하나씩 드러나며 온 국민의 분노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학생들과 사회단체들의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및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잇따르고 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특혜'의혹이 불거진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규탄 이화인 시국선언'을 했다.

이날 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당선 이후 우리는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에 살고 있었냐"며 "이번 사태는 헌정사상 최악의 국기문란·국정농단"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정권의 국기문란 사태는 박근혜정권의 무능과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드러냈다"며 "정권은 진정없는 사과가 아닌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현 사태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고 최순실에게 국정을 넘긴 대통령은 국기문란 사태와 앞으로 밝혀질 진상에 책임지고 국민이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화여대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출신 학교인 서강대 학생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 정문 앞에서 '최순실 게이트 해결을 바라는 서강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생들은 학교의 슬로건인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를 인용하며 "선배님, 서강의 표어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마십시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최순실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적나라한 박근혜 선배님의 비참한 현실에 모든 국민들과 서강인은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며 "박근혜 선배님께서는 더 이상 서강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고 비판했다.

서강대 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명쾌한 해명이 되지 못한 채 의혹만 불거졌다"며 "박 대통령의 사과는 단 몇시간만에 거짓말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 정부의 구조를 왜곡한 중대한 위법행위인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은 국정을 최순실에게 넘겨 대통령으로서 담당해야 할 자격을 상실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하고 진실을 밝히며, 국민이 대통령으로 납득할 수 없다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희대 총학생회도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그 자신이 헌법기관인 대통령이 정면으로 위배하게 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특히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 의혹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대학생들이 학점 경쟁에 고통 받을 때 정유라는 엉터리 출결과 레포트에도 학점을 받았다"며 "그가 실력이라고 한 돈의 출처는 곧 최순실이 사유화한 권력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총학은 "박 대통령의 '순수한 마음' 때문에 대한민국은 최순실이라는 한 개인의 손에 놀아났다"고 비판했고, 경희대 총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박근혜 정권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주권을 최순실이라는 개인에게 그대로 넘긴 셈이 된다"며 성역없는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한양대와 고려대, 동국대 총학은 27일, 한국외대는 28일 시국선언을 할 예정이다.

부산에서도 시내 대학 곳곳에서는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대자보와 시국선언이 줄을 이었다.

한편 시국선언은 국가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혼란과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 지식인이나 종교계 인사 등이 한날 한시에 정해진 장소에 모여 우려를 표명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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