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뉴스를 보면서 충격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모 대학 총학생회 선거 과정에서 선거관리를 맡은 총학 집행부가 투표함을 통째로 바꿔치기 하는 등 조직적인 부정선거를 한 사건이었다.

혹자는 이게 충격을 받을 만한 뉴스인지 의문이 들겠지만 나에게는 살인사건이나 대형 교통사고보다 몇 배나 충격적이었다.

왜냐하면 첫째, 깨어있는 지성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 대학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고, 둘째, 투표함을 아예 바꿔치기 하는 등 부정선거 양상이 너무나도 대범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투표함의 투표지 숫자가 실제 투표지 수에 근접하는 등 수법도 치밀했다.

물론 그 뒤로 대학에서 부정선거 뉴스는 들리지 않고 있지만 대신 최근에는 총학생회 선거 과정에서 학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고 있다. 대학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적절한 관리와 학교본부의 선거개입 의혹이 주로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총학생회 선거는 학교측이나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개입할 수 없는 자치기구를 구성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다만 선거관리의 절차와 방법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고 특히 위법행위가 발생했을때는 충분한 증거를 바탕으로 처벌 수위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수단인 후보자 등록무효와 자격 박탁을 너무 쉽게 하는 것 같아 선거 절차 사무 관리에 허점이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앞에서 언급한 사례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온라인투표 서비스이다. 온라인투표 서비스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이용을 승인한 기관 단체에 대하여 pc와 이동통신단말기를 이용한 웹과 모바일 환경에서 전자투표와 개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온라인투표시스템을 지원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온라인투표서비스의 활용이 아직까지 보편화되지는 않아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무엇보다 장소와 시간의 제약을 피할 수 있어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성과 민주성을 강화 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각종 아파트 동대표 선거에서 높은 투표율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동덕여자대학교 학생회 선거 등에서도 사용되었다. 특히 지난 3월 있었던 대한한의사협회장선거에서는 90%에 육박하는 투표율을 보이기도 했다. 

내년에는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있다. 국가의 입법부와 행정부를 구성하는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가장 먼저 경험하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복잡한 투표절차, 쉽게 접근 할 수 없는 투표 환경 등이 대학의 투표율 저하와 정치적 무관심에 분명 한 몫 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에서 보다 많은 인원이 쉽고 편하게 투표할 수 있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게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들이 아닌지 고민해 본다.

부산서구선거관리위원회 박정순

 

저작권자 © 굿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