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모 기업에서 학교 인근에 호텔을 짓겠다고 나선 탓에 교육현장이 분노로 들끓었던 적이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이다.

사사로운 이익에 앞서 국가를 경영하는 근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 인근에 새로운 건물을 세우려면 교육 환경을 저해하지 않도록 관계 부처의 허가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직 돈 벌기에만 혈안이 된 기업의 횡포로 이런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학교 담벼락에 고층아파트 바짝 붙여 건축..일조량 급격히 감소

*학교 오케스트라 활동 등 정상적인 교육활동에 소음 민원 발생 우려

*구청도 재건축조합도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말만 반복

2016년 현재, 강남구 일원동에서는 중동중학교 담벼락과 불과 4.2m 떨어진 곳에 24층 초고층 래미안 루체하임 아파트가 들어서려 하고 있다. 재건축 이전에는 저층 아파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10m가 넘는 간격을 두고 있던 곳이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는 한다.

하지만,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일조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학생들의 학습 공간인 교실과 복도가 어두워진다. 체육이나, 음악, 오케스트라 활동 등 정상적인 교육활동에 따르는 다양한 소리들이 입주민들에게 소음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10m가 떨어진 이전 아파트에서도 시끄럽다는 주민 민원은 종종 발생했었다. 입주민의 거실 생활이 학생들에게 노출되고, 학생들도 일거수일투족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학교와 입주민 모두 구조적이며 장기적으로 해결 불가능한 고통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6-7m가 넘는 곳에 재건축 아파트가 들어서도 학교에서 보면 바로 코 앞이라고 느껴질 만큼 가깝게 보이는게 현실이다. 저층 아파트에서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함에도 불구하고 이격거리를 더 가깝게 건축을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교육의 가치는 내팽겨 치고 오직 돈 벌기에만 혈안이 된 기업의 탐욕 때문이다.

*수차례 구청방문, 재건축조합, 건설사에 요청

*사업시행인가조건 한낱 종이쪼가리로 무시

중동중학교는 재건축 아파트와 학교의 간격을 10m 이상 확보하도록 수차례 관계부처 및 재건축조합, 건설사에 요청했다. 강남구청은 학교 측의 요청을 수용하도록 ‘사업시행인가조건’을 제시했다.

학교 및 학부모측과 협의체를 만들어 긴밀한 협의를 하고, 교육환경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범위내에서 재건축을 시행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단 한번도 학교측과 테이블에 앉아 제대로 된 협의를 한 적도 없을 뿐 아니라 부득이하다는 이유로 차면을 설치하겠다고만 하는게 재건축 조합측의 입장이다.

투명한 차면은 아파트 입주민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고, 불투명한 차면은 아이들을 어두침침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어떤 차면을 설치하든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민원으로 학교는 움츠러진 교육을 할 수 밖에 없다.

'사업시행인가조건’이 한낱 종이쪼가리가 된 것은 강남구청의 태만 때문인가, 재건축조합과 건설사의 탐욕 때문인가. 아니면 우리가 알 수 없는 또 다른 힘들이 있기 때문인가. 일개 힘없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무기력하고 허망할 따름이다.

현재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통학로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한명이 겨우 들어가는 통로를, 그것도 학교까지 안가고 반만 만들고, 태풍이나 눈, 비에도 안전하지 못한 허술한 통학로로 아이들은 매일 위험한 등하교를 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소음과 진동에 대한 모니터링이 없어서 끊임없이 요청했더니 학교 바로 앞이 아니라 학교와는 거리가 먼 저소음 공사지역에 장치를 설치하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도 교육의 백년대계는 허물어지고, 돈을 향한 재건축조합과 건설사의 탐욕은 하늘 높이 치솟아간다. ‘사교육 1번지’라는 강남구의 오명이 드높아지는 동안, 공교육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중동중학교 학부모회장 김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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