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점에 진열된 2016년도 수첩에 절로 눈이 가고, 이제껏 꾸준히 쓰지도 않은 스케줄러를 새삼 새 마음 새 뜻으로 써볼 거라고 쇼핑몰에서 계속 검색하게 되는 걸 보니 어느덧 2015년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실감한다. 

나름 새해 준비랍시고 서랍을 열고 닫으며 해묵은 메모와 영수증들을 정리하다 우연찮게 작년에 선관위에 정치후원금을 기탁하고 받았던 수탁증 봉투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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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선관위에 12월마다 정치후원금을 기탁한 지도 어느덧 7, 8년째가 되어간다. 처음엔 그저 연말정산시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는 얄팍한 이유가 전부였지만, 정치후원금을 기탁한 이듬해 날아오는 선관위의 감사장을 찬찬히 읽어보니 10만원을 기탁하고 발급받은 수탁증 한 장에 담긴 의미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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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호되게 혼을 내면서도 결국은 바른 길로 갈 것이고 가게 해야 한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 것처럼, 우리네 삶과 정치 역시 그와 비슷한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내가 내 힘으로 일하며 살아가는데 정치가 무슨 상관이랴,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의회에서 예산안을 얼마만큼 어떤 방향으로 증액하느냐에 따라, 내 아이가 밤늦게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골목길에 CCTV가 한 대 더 설치될 지도 모른다. 하물며 입법부인 국회에서 어떤 법률을 제정하고, 그 법률이 우리 삶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인가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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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좀더 편안해질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이 좀더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우리 부모님들이 조금이나마 노후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정치인들은 과연 얼마만큼 노력하고 발로 뛰고 있을까. 

이런 의문을 해소하고 때로는 좀더 잘하라고 격려하고 한편으로는 질타하기 위해, 투표와 더불어 정치후원금이라는 방법을 선택해보는 것은 어떨까. 후원회나 선관위에 후원금을 기부 혹은 기탁하는 방법 외에도 스마트폰 앱이나 모바일, 신용카드 포인트 등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후원금을 기부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10만원까지는 연말정산시 전액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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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 한 명이 내는 정치후원금이 얼마나 효력이 있을까 의문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나 한 명’이 조금씩 기탁한 정치후원금이 모인다면 특정 단체나 이익집단과 무관한, 그야말로 투명성 그 자체로 우리나라 민주정치를 깨끗하게 만드는 무한동력이 될 것이다. 
정치인들을 향해 잘 하라고, 우리가 이렇게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무언의 울림. 정치후원금에 그 마음을, 새해를 위한 희망을 담아보고 싶다.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신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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