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을 보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람이 상해임시정부에 정기적으로 돈을 후원한다. 시대적 상황상 무기명으로 했을 뿐 지금으로 따지면 정치자금이자 정치후원금인 셈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임시정부의 독립 투쟁을 위해 필요했던 정치자금, 정치후원금이 지금은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일까? 

정치자금은 정치가 있는 곳에 돈이 필요하다고 하여 “민주주의 비용”이라고도 불린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생활비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인이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금, 즉 정치자금이 있어야 한다.

개인의 생활비는 경제활동으로 마련할 수 있으나, 정치인은 공익을 추구하므로 경제활동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없다. 또한 특정 단체, 기업 등이 자기의 혜택을 목적으로 고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하게 된다면, 정치인은 다수국민의 보편적 이익보다는 소수의 특수이익에 봉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정치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공공창구인 정치후원금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정치자금, 정치후원금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불법정치자금사건때문에 정치후원금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정치자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국민들이 정치후원금을 기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행 법령상 법인·단체로부터는 정치후원금을 받을 수 없다. 법인·단체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의 유입을 전면 차단하고 개인이 제공하는 후원금을 투명한 방법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정치는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므로 나라의 살림살이와 직결된다. 정치가 무너지면 살림살이도 엉망이 된다. 가정의 살림살이가 파탄났다고 가정을 버리지 않듯이, 정치에 실망했다고 하여 등을 돌리면 안된다. 성숙된 정치자금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꾸준한 후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다만, 정치후원금으로 지지해주는 국민들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먼저, 정치후원금을 잘 쓰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수입·지출내역을 단순 공개하는 것을 넘어, 그 상세내역을 전자화하여 누구라도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이 선거결과에 실효성을 갖기 위해 정보공개가 시기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정치자금 위반자는 반드시 적발하여야 하고 위반사항에 대한 엄격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의 정치자금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공짜 민주주의는 없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정치에는 국민들의 건설적인 질책과 비판이 필요하다. 더불어 꾸준한 격려와 관심도 필요하다. 지금은, 국민들이 정치에 꾸준한 격려와 관심을 가져줄 때이다. 그리고 제도적으로도 국민의 격려에 부응하는 신뢰를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이런 것들의 상생효과가 민주정치를 앞당길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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