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를 떠나며 ①] 김성렬 행정1부지사
안행부 창조정부전략실장으로 23일 이임
재임 중 4G행정으로 행정문화 개선 기여


지난 19일 경기도청 제3별관 1층 ‘갤러리 별’에서 열린 <어른마음, 아이마음 전(展)> 개회식에서 김성렬 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가 행사에 참석한 어르신들에게 꽃송이를 선물하고 있다.
경기도는 23일 자로 행정1부지사, 경제부지사, 경제투자실장 등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김성렬 전 행정1부지사는 안전행정부 창조정부전략실장으로, 이재율 전 경제부지사는 안행부 안전관리본부장으로 각각 발령났다.

발령을 앞둔 김성렬 전 행정1부지사를 지난 19일 오후 도청사에서 만났다. 마침 경기도청 벚꽃 축제가 열린 날이어서 꽃 구경을 나온 인파로 청사 안은 붐볐다.

김 전 부지사는 이날 도청 제3별관 1층 ‘갤러리 별’에서 열린 <어른마음, 아이마음 전(展)> 개회식에 참석했다.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회원 작품 200여 점이 일반에 공개됐다.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비약물적 치료인 치매미술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된 전시회였다. 일반 회원뿐 아니라 치매를 앓고 있는 83~106세 연령대 회원들 작품까지 전시됐다.

이번 전시회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인 김성렬 전 부지사는 개회식 참석 회원들에게 꽃송이를 선물하는가 하면 작품 하나하나를 찬찬히 감상하며 2시간 가까이 행사장에 머물렀다. 어르신들이 손등에 그려준 꽃 모양의 보디페인팅을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스레 보여주기도 했다.

김 전 부지사는 “부지사로 경기도에 온 이래 제일 기쁘고 감격스러운 행사”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 전 부지사는 금종례 경기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장의 소개로 한국치매미술협회를 알게 됐다. 앞서 지난 2월 수원시 세류동에 있는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를 직접 방문해 미술을 통한 치매치료프로그램을 접하게 됐다.

“할머니들 그림을 보면 어릴 때 생각도 나고 엄마 같은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내 방과 아들 책상에 할머니들 그림을 붙여 놓고 매일 아침마다 아들과 그림을 보며 마음가짐을 차분히 하고 있어요.”



<어른마음, 아이마음 전(展)>을 주최한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회원들과 기념촬영하는 김성렬 전 행정1부지사.
김 전 부지사는 지난 2011년 7월 경기도에 취임한 이래 1년 10개월간 행정부지사로서 김문수 도지사를 보좌해 왔다. 김성렬 부지사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4G, 스마트행정이다. 그는 재임 기간에 경기도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줬다. 회의와 문서를 줄이고 현장방문과 소통을 강화하는 4G행정의 토대를 닦은 게 대표적이다.

스마트워크센터와 연계해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고, 소규모 실국과 소수 직렬·여성 등을 배려하는 균형인사를 적극 추진한 것도 재임 중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치매미술치료에 대한 관심에서 보듯 김 전 부지사는 노인,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들의 복지환경 개선에 누구보다 열을 올렸다.

경기도 행정1부지사란 직함을 달고 가진 마지막 인터뷰에서도 첫머리에 노인복지 문제부터 화두로 꺼냈다.

“독거노인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예산을 지난해 세웠어요. 이달 중으로 DB 구축이 완성될 겁니다. 독거노인 한 분 한 분마다 자식이 있는지 어떤 집에 사는지 어디 아픈지 돈은 얼마 버는지 이걸 다 카드로 만들어서 맞춤형으로 서비스하게 되는 건 경기도가 처음이에요.”

그는 독거노인 돌봄과 어르신 일자리 창출, 카네이션하우스 사업(노후 경로당과 마을회관을 독거노인용 공동생활주택으로 개조), 경기인터넷중독대응센터 건립 등 그동안의 성과를 풀어냈다.

미래성장동력으로 말(馬) 산업, 물 처리 산업 육성에도 힘 쏟았다고 강조했다. 경량항공기 관련 산업을 더욱 육성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이 밖에 도립의료원 정상화 노력, 자활기업·장애인보호작업장 등의 생산제품을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서로좋은가게’의 활성화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행동파’ 공직자답게 ‘손톱 밑 가시’를 빼기 위해 민간 지원에 직접 나섰던 비화(祕話)도 공개했다.

부천의 한 관광지에서 중국인 관광객 편의를 위해 도로 안내표지판 개설을 건의하자 한국도로공사 경기본부를 직접 찾아가 이를 해결한 일, 평택의 한 민간영농조합이 자사 생산품을 항공기 기내식으로 납품하길 원하자 항공사를 방문해 국제선 기내식으로 제공하도록 도운 일 등등 민원 해결을 위해 직접 발로 뛴 사례들을 경기도를 떠나는 시점에서야 비로소 웃으며 털어놨다.

도지사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을 꼼꼼히 챙기려고도 노력했다. 주먹구구식이던 경기도 디자인에 대해 남다른 심미안을 발휘해 변화를 줬다. 딱딱하기만 했던 ‘언제나민원실’ 공간을 색감과 디자인을 강조해 살아있는 분위기로 바꿨고, 직원들 명함부터 상장, 경기도 소속기관을 알리는 간판 디자인까지 통일되고 세련되게 고쳤다.

부지사로 취임하자마자 집무실 책상에 놓인 자개 명패부터 버리고 실용적이고 깔끔한 명패로 바꿨다는 일화는 디자인을 통한 아이덴티티 구축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그의 행정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4월 의왕시 일원에서 열린 경기도 찾아가는 현장 실국장회의에 참석한 김 전 부지사의 모습.
1년 10개월간 보람도 있었겠지만, 아쉬움도 남았을 터. 김 전 부지사는 GTX, USKR, 한류월드, 수도권 규제, 복지재원 마련 등 굵직한 사업과 정책의 진척 속도가 더딘 것을 안타까워했다. 지방자치의 한계를 절감했다고도 했다.

“현안별로 중앙정부 부처를 일일이 찾아가야 하니까요. 지역 현안 가운데 고칠 것이 뭐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이렇게 고쳐달라고까지 해결책을 만들어서 가져가야 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물고기만 갖다 줄 게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김 전 부지사는 6급 이하 공무원들이 현장 행정의 중요성을 체득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사님이 아무리 말씀하셔도 소용없어요. 모든 경기도 공무원이 ‘도지사’가 돼야 합니다. 특히 실무를 담당하는 주무관들이요.”

그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현장에 나가 지자체와 소통·교류를 자주 해야 시도로부터 고맙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경기도에서 경험한 현장행정을 중앙정부에도 이식하겠다고 공언했다.

“현안에 따라 안행부뿐만 아니라 국토부, 기재부, 환경부 실국장들을 경기북부지역 같은 곳에 데리고 가서 실국장회의를 하는 거예요. 중앙부처와 시도 간에 소통·협력하는 게 국가적으로 필요해요. ”

마지막으로 그는 2년 가까이 동고동락한 경기도 공무원들을 향해 애정 어린 조언을 했다. 공무원으로서 자부심을 지니란 것이었다.

“제 공직 좌우명이 ‘자·즐·보’예요. ‘자’는 자랑입니다. 자기 조직, 자기 자신, 자기 가족, 자기 상사, 자기가 하는 일을 자랑스러워 해야 해요. 주인 의식을 가지란 말입니다.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이다’라는 자랑스러움이 있으면 부정부패도 없어요. ‘즐’은 즐겁게 하자는 겁니다. 즐겁지 않으면 성공한 게 아니에요. 사소한 즐거움이야말로 진짜 즐거움이죠. 치매미술치료협회 할머니들 보셨죠? 얼마나 행복해합니까? 마지막으로 ‘보’는 보람이죠. 공직은 보람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스스로 감동할 때 그게 보람입니다.”

안행부에 따르면 그가 발령받은 창조정부전략실은 행정·민원제도와 정부조직을 총괄하고 있는 옛 조직실 업무에 ‘정부 3.0’ 기능을 추가했다. 김 전 부지사는 “경기도가 1년여 전부터 해온 스마트행정이 ‘정부 3.0’”이라며 성공을 자신했다. 경기도에서 싹 튼 4G, 스마트행정을 롤모델 삼아 ‘정부 3.0’ 달성에 그가 어떤 역할을 할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김 전 부지사가 실국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김성렬 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1958년 경북 포항 출생이다. 고려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7회 출신으로 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책국장·고위공무원국장, 행정안전부 조직실장·인사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2급 이사관이 행정부지사로 승진·임용되던 관례를 깨고 처음으로 중앙부처 1급인 행안부 조직실장에서 경기도 행정1부지사로 자리를 옮겨 취임 당시 화제가 됐다.

양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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