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를 떠나며 ②] 이재율 경제부지사
“신속한 GTX와 USKR 완공으로 일자리 창출”… 희망의 메시지 남겨


이재율 전 경제부지사는 앞으로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도정이 잘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율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지난해 1월 16일 부임한 이후 15여 개월 만에 이임하면서 안전행정부 안전관리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 부지사는 정무부지사를 경제부지사로 바꾼 초대를 역임하며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이지만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맡아 부담이 컸다고 술회했다.

지난 4월 19일 오후, 이재율 경제부지사로부터 그간 도정을 이끌어 오며 느낀 소회를 들어 보았다.

“현장에 다니다 보면 내가 월급을 받는 게 미안할 정도로 어려운 분들이 많더라. 기업은 부도 위기를 맞아 발을 동동 구르며 해결해 달라는 사람도 많았다. 우리가 잘못 해결하면 특혜·감사 문제 등이 뒤따라 실로 미안할 정도였다. 기술개발을 해놓고도 자금 조달이 어려워 문 닫는 공장, 몹쓸 병에 걸려 부인도 떠나고 애들을 키우는 분들도 많았다. 무한 돌봄을 통해 많은 분들을 찾았지만 어려운 분들이 여전히 많다. 기업과 국민이 열심히 일해 세금을 내고, 그 세금으로 어려운 분들을 보살피는 선순환이 잘 이뤄져야 한다.”
그 누구보다 경기도 기업들을 많이 찾아다닌 이 부지사는 먼저 현장의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했다.

경기도 최초의 경제부지사로 경제 분야의 일을 총괄하면서 기존 정무부지사가 관장하던 언론·국회·도의회와의 가교 역할 등 정무적인 기능도 겸했다. 경제부지사 아래 경제투자실을 둬 정책 기획 수립, 공보·홍보 운영, 정무 업무, 도지사 지시 사항 등의 사무를 분장했다.

이 부지사는 “중대한 현안에 대해 국회 등을 상대로 경기도의 요구 사항을 설득해 나가면서 일부 성과가 나타나 보람을 느꼈다”며 “수정법, 상수원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수도권의 중첩된 규제로 공장 신·증설 등의 입지에 어려움이 있어 기업 규제 완화를 중앙정부에 계속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 부지사는 김문수 지사를 보좌하면서 경기도 경제 실무 전반을 진두지휘했다. 18대 대통령 공약에도 반영된 USKR의 조속한 추진과 공공기반시설에 대한 일부 국비지원을 요청했고, GTX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100억원의 용역비를 확보했다. 최근 부동산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에 방문하고 ‘경기도 주택시장 및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정책협의회’를 통해 정부에 건의해 대부분 반영시켰다.

개인적으로 애정을 쏟은 정책으로는 먼저 삼성전자의 평택고덕산업단지 투자유치를 들었다. 이는 삼성전자의 국내외 생산 라인 중 사상 최대 규모(120만평)로 약 100조원 이상이 투자된다. 직접적인 고용 창출은 3만명 이상, 인근 파급 고용효과는 127만명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태양전지·의료기기를 비롯한 신수종 사업, 차세대 반도체 생산 라인을 통한 미래첨단산업의 메카로 조성돼 평택 지역이 미래성장을 이끌어갈 경제 중심지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또 평택 지역에 추진중인 사업과 서해안개발사업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2007년 12월 삼성과의 투자양해각서를 마쳤고, 2010년 12월 사전입주협약을 체결한 이후 19개월 만인 2012년 7월 분양 계약을 했다. 특히 삼성에서 기반시설 국비지원, KTX 통과에 따른 소음진동대책, 세제감면 등 현안 사항 해결 지원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이런 현안 해결을 위해 국회, 중앙부처 등을 수차례 방문 협의해 대부분의 현안 사항이 마무리되면서 분양 계약을 체결했다.

“규제 완화를 하는데 여러 부서가 협업으로 도의회와 협력을 통해 중앙정부에 끊임없이 건의하고, 52명의 경기도 국회의원들이 우리 지역경제 활성화와 대한민국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아주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 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못 푼 게 많다. 지금도 어차피 한 개인이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협력해 중앙정부와 규제를 풀어 나가는 게 가장 시급하다.”
이 부지사는 최근 김 지사가 중앙정부에 건의한 각종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부지사는 “최근 김 지사께서 미국을 방문해 2억5천만 달러, 1540여명의 일자리를 끌어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며 “일본에서 중동까지 투자유치 활동에 전념해 24개사 39억 달러 유치 및 5200명의 직접 고용을 창출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도 스마트 수직농장을 카타르 등 중동지역에 수출하는 계기를 마련한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20일 경기도-카타르 국제공동연구 협력 MOU를 체결해 향후 630억원의 수출과 100억원의 투자유치가 기대된다.


이 전 부지사는 향후 시급한 경기도 도정으로 GTX와 USKR을 꼽았다.
“통계로 보면 매년 7만명 정도의 구인구직 미스 매칭이 나타난다. 기업들의 구인란은 7만명으로 그 자리를 외국인으로 메꾸지만 3D업종 기피로 그마저 구하기가 어렵다. 우리 젊은이들이 그런 좋은 일자리 정보를 잘 알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온라인 구인구직 정보를 일원화하기 위해 원래 개발했던 인투인을 고용노동부 워크넷과 통합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다. 또 31개 시군에 일자리센터를 만들어 미스 매칭을 해소하고, 일바리 버스를 운영해 오지 현장을 찾아다녀 좋은 실적을 거뒀다.”
이 부지사는 경기도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정책의 책임자로 많은 일을 추진했다.

한편, 앞으로 경기도가 더욱 역점을 둘 것으로 GTX와 USKR을 강조했다. 첫째가 GTX로, “그동안 시간 많이 까먹었지만 최소한 내년부터 착공해야 한다. 이는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기 신도시가 서울에서 20~30㎞, 2기 신도시가 30~40㎞ 내외인데 이대로 가면 일본의 모델과 비슷하다. 1~2기 신도시를 만들 때의 모델은 일본 타마 신도시다. 지사님과 그곳에 간 적이 있는데 지금은 공동화돼 있다. 일자리가 없고 베드타운으로 전락해 동경까지 가는 데 1시간 걸린다. 결국 동경으로 돌아가는 U턴 현상이 일어나 타마 신도시에는 노인만 남았다.
서울 중심까지 30분 이내에 도달하는 초고속망이 있어야 한다. 도로는 한계가 있다. GTX가 빨리 돼야 한다. 동맥경화·저혈압에 걸린 수도권이 경쟁력을 잃으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사회적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GTX 사업비가 13조원으로 재정과 민자가 절반씩 들어가는데, 6조5천억원의 재정으로 할 수 있다면 굉장히 싼 것이다. 민자의 6조5천억원 투자는 사업성이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이 부지사는 김 지사와 함께 일본 타마 신도시 얘기를 꺼내며 지지부진한 이유를 의아해했다.

다음으로 USKR을 언급하며 잠시 수심에 빠지는가 싶더니 속내를 털어놓았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2007년에 시작했는데, 여전히 아무 것도 못하고 땅값 가지고 실랑이 중이다. 우리보다 늦게 시작한 싱가포르가 가져갈까 봐 MOU를 맺고 왔는데…. 이미 싱가포르는 2년 전에 오픈해 몇 백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GDP가 3~4% 늘었다.
땅값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고급 일자리와 밀려오는 관광객을 우리가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 아웃바운드가 6천만명이라는데 우리나라에 오는 이는 300만명에 불과하다. 이건 0.1%도 안 된다.
중국인들이 한국을 많이 선호하지만 놀고 즐길 데가 없는 것이다. USKR은 중국 관광객을 빨리 끌기 위한 시급한 사업이다. 새 정부에서 잘 협의해 준공하면 1만1천명의 정규직과 10만명 이상의 간접 일자리가 생긴다. 창조경제로 요즘 몇십만명의 일자리를 찾는다는데, 이런 것이 민간이 자기 돈 투자해 만드는 양질의 고급 일자리 창출이라 생각한다.”

이 부지사는 “이 두 가지 사업은 꼭 해결이 될 것이다. 다만 시간을 잃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며 “새 정부에서 두 개 다 국책사업으로 채택됐다. K-POP 아레나는 벌써 결정돼 진행하고 있어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이재율 경제부지사가 지난해 12월 경기테크노파크에서 열린 <2012 경기녹색산업대상 시상식 및 LED 태양광 구매조달 상담회>에 참석해 경기 녹색산업대상 수상기업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 부지사는 중앙으로 올라가서도 수원에서 출퇴근하며 중앙정부와 상생 협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대민과 가깝고 역동적으로 일해 왔던 경기도의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대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상생 협력을 하겠다는 것.

“박근혜 정부가 1달여 만에 이전의 어떤 정부에서도 하지 않았던 획기적인 부동산대책을 내놔 조금이나마 희망을 갖게 됐다. 여야도 한 목소리로 조정되고,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초당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무엇보다 수백조원의 대기성 자금이 있는 대기업의 투자자금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시켜야 한다. 국내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규제 철폐로 수백조원의 투자 자금이 몰려오면 그것이 곧 일자리 창출이 아닌가.
북한 핵으로 안보가 불안해 환율·주가가 불안정해 외국 투자자들이 투자를 보류하거나 철수를 고려하면 우리 경제에 안 좋다. 그러므로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한민국이 안전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란 것을 대내외적으로 알려야 한다.”

이 부지사는 우선 공무원 덕목의 기본으로 공무원의 소명의식, 철학, 역사의식을 강조했다.
“자리로써 뭘 해야 하고 그 다음에 무엇을 하겠다는 건 없다. 어디를 가도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해왔다. 한 치 앞도 모르는데 말이다. 스피노자처럼 나무 두 그루 심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면 한 그루라도 확실히 심고 싶다.”

직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는 질문에 이 부지사는 “특별한 리더십이나 인기 관리 비책은 없다. 내 마음 같이 상대를 대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은 상대도 하기 싫을 것이다. 성격이 느긋할 것 같지만 급한 면도 있다. 내색만 하지 않을 뿐이다”고 웃으며 대변했다.

끝으로 기업인과 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9988’이라는 말처럼 우리나라는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며, 중소기업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88%를 차지한다.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은 바로 중소기업이다. 결국 중소기업을 살리는 것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도에서는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친기업환경을 조성해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을 구하고 무한돌봄 정신으로 더 낮은 곳으로, 더 뜨겁게 도민을 섬기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 만큼 기업인과 도민 모두가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

☞ 이재율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1960년생으로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밍험대에서 도시 및 지역개발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0회 출신으로 경기도 도정혁신담당관, 정책기획관, 경제투자관리실 투자진흥관, 화성부시장, 도 문화관광국장, 경제투자관리실장, 기획조정실장, 행안부 재난안전실 재난안전관리관, 도 지방행정국장, 정무부지사 등을 역임했다. 2005년 정부 홍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양미라 기자

저작권자 © 굿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