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로 약물 따위를 이용하여 얼마 동안 의식과 감각을 없애고 동시에 운동능력과 일부 반사 능력을 잃게 한다는‘마취’는 수술 전후와 수술 도중 통증 완화는 물론 수술을 받는 환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전반적인 생명징후 변화를 정상상태로 유지·관리함으로써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시행한다.

현대의학에서 마취는 수술 전 환자를 파악하여 진단과 치료를 요하는 사항이 있으면 해결하고, 수술 도중은 물론 수술 후 환자가 회복되어 병실로 이송될 때까지 환자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일련의 과정까지를 마취의 범주에 포함한다.

마취의 준비과정부터 깨어난 후까지 각각의 과정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오해와 진실에 대해 을지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정창영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문=수술 전 평소 복용하던 약물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평소 복용하던 대부분의 약제들은 수술 당일에 복용해도 괜찮다. 하지만 일부 약제는 마취에 사용되는 여러 약제들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마취제나 마취보조제의 약물 작용을 비정상적으로 증강 시키거나 작용시간 연장 등을 가져와 마취 관리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고, 또 복용 약물 자체에 의해 부작용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환자 자신의 안전을 위해 복용하고 있는 약물이나 과거 약물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등을 마취 전에 숨김없이 꼭 알려야 한다.

문=열이 나면 수술을 연기해야 하나요?

답=열이 나는 경우는 주로 감기나 다른 질병이 동반된 경우가 많으므로 수술을 연기하여야 한다. 열이 난다는 것만으로도 수술시 몸에 필요한 에너지 등의 대사 요구가 증가하게 되어 수술 후 합병증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열이 나는 이유를 먼저 조사하여야 한다. 그러나 간혹 열의 원인이 수술을 해야만 제거되는 경우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가 필요하다.

문=마취 전 금식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답=위에 내용물이 가득한 상태에서 마취를 시행한 경우 무의식 상태에서 구토를 하거나 위 내용물이 역류하여 음식물과 위산이 기도로 들어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치사율이 높은 흡인성 폐렴이나 기도 폐쇄 등의 위험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금식을 해야 한다. 따라서 수술 전 음식을 먹은 시간과 종류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문=마취 전 금연을 해야 하나요?

답=정상적으로 기관지에는 기관지 분비물을 제거하는 섬모운동이 계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흡연은 기관지 분비물을 증가 시킬 뿐 아니라 분비물을 배출하는 섬모운동을 억제하여 분비물이 제거되지 못하게 하고, 점점 축적되어 작은 기관지들이 막히게 된다.

이로 인해 수술 후 폐렴, 무기폐 등 폐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 적어도 수술 전 최소 1~2주는 금연을 해야 한다. 또한 흡연은 기관지 자극에 대한 반응성을 비흡연 환자보다 증가시켜서 마취 중 기관지 경련 발작으로 인한 호흡마비를 일으킬 위험도 증가하게 된다.

문=화장을 하면 왜 안 되나요?

답=마취 및 회복 중에 환자의 산소공급 및 말초혈관 순환 상태를 판단할 때 얼굴, 입술, 그리고 손톱 등의 색깔 변화를 참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화장을 하게 되면 얼굴이나 입술, 손톱 등이 원래의 색깔과는 다른 색을 띄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입술에 화장을 한 경우 환자에게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색깔의 변화를 눈으로 판단할 수 없게 되고, 손톱에 화장을 한 경우 환자 감시 장치 중 산소계측기가 환자의 산소치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실에 오기 전에 화장은 모두 지워야하고 손톱의 메니큐어도 제거해야 한다. 가끔 손톱에 봉선화물이 들어 있어도 마취가 안 된다고 하나 이는 거짓이며, 다행히 봉선화물은 산소계측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문=나이가 많으면 마취의 위험이 높아지나요?

답=인체는 30세 이후부터 심장, 간, 콩팥 등 주요 장기의 기능들이 감소하기 시작하며, 특히 60대 이후에는 주요 장기들이 급속한 기능 감소를 보인다.

이는 평소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심한 운동을 할 때 젊은이와 달리 숨이 차고 근육 능력 저하 등 여러 면에서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마취와 수술은 환자에게 심한 운동 이상의 정신적·신체적 부담을 많이 주게 되므로 고령의 환자에서는 이 부담을 이겨낼 여력이 없는 상태가 되어 심폐 및 뇌기능 등 주요장기에 합병증이 발생하기 쉽다.

또한 노인 환자들은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폐 질환 등의 질환이 동반된 경우가 많아 그 위험성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문=임산부가 마취를 받으면 기형아를 출산하나요?

답=임신초기 첫 3개월은 태아세포분열이 왕성한 시기로 마취 뿐 만 아니라 항히스타민제 호르몬제제 등 여러 치료약제나 환경호르몬 등 많은 원인이 기형아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가 지나면 임신 중 마취를 한다고 해서 기형아를 출산한다고 볼 수 없고, 또한 기형이 유발 하지 않는 약물과 마취 방법을 선택하면 안전하다. 단, 임신부는 음식물이 위에 머무르는 시간(저류 시간)이 길어 일반인과 같은 금식 시간을 적용하면 위에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위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마취 시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문=전신마취를 하면 머리가 나빠지나요?

답=수술 받기 전에 전신마취를 하면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몸에 해롭지 않은지 궁금해 하는 경우가 있는데, 흡입마취제 또는 정맥마취제가 뇌혈관의 혈류량, 뇌조직의 대사 또는 기타 다른 조직 등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뇌세포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생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고 마취가 끝난 뒤에는 수술 전 상태로 다시 회복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전신마취에 사용되는 최근의 흡입 및 정맥마취제는 마취제의 거의 대부분이 마취종료 후 곧바로 빠르게 배출되거나 대사되어 뇌 세포의 기능을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건망증이 생긴 것을 간혹 마취로 인한 후유증이나 부작용으로 인해 머리가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스트레스나 다른 원인으로 인해 건망증이 생긴 것이지 마취를 받았다고 해서 머리가 나빠진 것은 아니다.

문=척추 마취 후 허리가 아픈가요?

답=대개의 사람들은 ‘척추마취를 시행하여 수술 한 경우 수술 후에 허리가 아프면 척추마취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척추마취 후에 요통을 호소하는 빈도는 전신마취를 시행한 경우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
수술 후 요통을 호소하는 주요 원인은 척추마취와 전신마취 구분 없이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척추 주위 근육의 이완으로 인한 자세 불안정, 병실 침대 생활에 대한 부적응, 기존에 요통이 이미 있었던 경우 등으로 척추마취가 요통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수술 후 요통은 특별히 치료를 하지 않아도 자연 치유되고 요통이 지속되는 경우는 더운 물수건을 이용한 찜질, 진통제 등 일반적인 대증요법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척추마취가 금기가 아닌 상황에서 단순히 허리가 아플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척추마취를 피할 필요는 없다.

문=마취가 풀린 뒤 입이 타고 입맛이 쓴 이유는?

답=전신마취를 하기 위해서는 기관 내 삽관을 하고 마취제나 산소 등의 건조가스가 사용된다. 이러한 시술이나 가스 등의 자극작용에 의해 기도 내 분비물 증가와 분비물 제거작용 억제가 일어나게 되고, 계속적으로 나오는 침을 삼킬 수 없게 된다.

또 증가된 가래나 분비물이 기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마취 중에 침샘이나 기관지분비를 억제하는 약제를 사용하는데, 이로 인해 입 마름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리고 수술 전후에 금식을 하고 긴장된 상태로 수술을 받다가 깨어난 환자는 입맛이 쓰다고 느낄 수 있다. 이는 마취가 깰 때의 자연스런 현상으로 살아있음을 알리는 신호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문=전신마취에서 깨어나면 헛소리 한다는데?

답=마취에서 깨어나며 '섬망'을 겪는 환자들이 가끔 있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행동이나 말을 내뱉는 것이다. 섬망은 의학적으로 의식과 인지 기능에 급작스러운 변동으로 이상 증상과 징후들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하며, 무의식 상태에서 의식 상태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섬망 증상은 대게 단시간 내에 회복되는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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