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재전송 문제는 KBS의 존재이유



케이블TV사와 지상파 방송사간의 ‘이권타툼’이 결국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왔다. 지상파 재전송을 둘러싼 양측의 싸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곪아오다 한 번에 터진 종기와도 같다.
이번 사태의 결과만을 보면 어느 일방만 잘못했다고 나무라기도 곤란하다. 지상파는 종편 재전송까지 고려해 적정한 전송료를 받겠다는 것이고, 케이블TV 쪽은 적게 지불하고 재미를 보겠다는 속셈이다. 다만 기존 가입자와 신규가자의 구분을 하지 않은 지상파 재전송 중단은 케이블 책임이 크다.
문제는 양측의 이런 이권분쟁의 피해가 우리 국민들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왔다는 점이다. 더 분통이 터지는 것은 국민들이 KBS 공영방송 수신료와 케이블TV수신료 등 이중으로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벙어리 냉가슴 앓아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부랴부랴 나서 급한 불은 껐다고 하겠지만, 완전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또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유일한 재발방지책은 케이블TV 연결 없이도 공영방송 수신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서울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이 난시청지역이어서 쉽게 끝날 사안도 아니다.
지상파재전송 중단 사태는 KBS 책임이 크다. 공영방송으로서 난시청문제나 방송의 질 개선 등 별다른 노력이 없었다는 것은 국민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여기에 2014년까지 누적적자 4,539억 원을 발생시키고도 국민들에 미안한 표정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어렵다. 난시청 문제 해소도 온갖 핑계로 일색이다. 국민들은 수 십 년 동안 공영방송 수신료를 내면서도 전파가 잡히지 않아 지역케이블을 연결하는 고충을 겪어도 KBS 강 건너 불구경만 했다.
필자도 지난 2008년과 2009년 두 번에 걸쳐 방통위에 ‘TV수신료 2중 부담’ 문제와 ‘KBS의 난시청문제 해소방안’을 공식 제의한 바 있지만, 그때마다 방통위는 ‘국회에서 해결할 문제’ ‘쉽게 답할 수 없는 사안’ 등의 애매모호한 답변만 내 놓았다. 방통위의 ‘무사안일’ 한 자세는 결국 공영방송의 발전을 도모하지도, 국민들의 시청권도 확보하지 못한 채 결국 오늘과 같은 지상파 재전송 중단이라는 사태만 낳았다.
시대의 흐름에 비춰보면 KBS 수신료가 현실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과, 인상안에 대한 검토 의 필요성도 국민들은 충분히 수긍한다. 다만 KBS가 디지털시대 개막 또는 종합편성채널 출범에 맞춰 국민들의 시청권보장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으며,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오늘과 같은 케이블TV사태 등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KBS 공영방송 재송신 의무규정 등 제도의 전반적 개선이 필요하다. 케이블TV를 별도로 연결하지 않아도 공영방송 수신이 가능하도록 KBS가 수신장비를 각 가정에 의무 보급해야 한다.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도 방송사들의 재심의 기준을 더욱 엄격히 하고 국민에 대한 도덕성, 윤리성의 실천을 더욱 철저히 이행하도록 해 다시는 국민의 시청권을 볼모로 방송사들이 ‘이권다툼’을 벌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 국회도 당리당략과 생색내기용 법안 등에만 매달리지 말고 작은 것 하나하나가 곧 국민들과 직결된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고, 국민권익 확보에 필요한 법률개정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KBS 수신료 인상 논의는 그 다음 문제다.
요즘 정치권에서 무슨 유행처럼 번지는 복지정책도 알고 보면 작은 것에서부터 국민들의 권익을 챙기는 세세함에서 시작될 수 있다. 세금 많이 거두는 ‘무상복지’에 열을 올리기 보다는 공영방송 수신에 대한 시청권 확보 등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된 것부터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야말로 21세기의 진정한 서민정책의 출발점이자, 복지제도의 기틀인 것이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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