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측과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측은 1일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법 처리와 관련해 '말바꾸기'한 것에 대해 협공에 나섰다.

앞서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이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후보사퇴 시 국고보조금 미지급법(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법을 국회에서 연계처리할 것을 제안한 이후 31일 문 후보가 이를 전격 수용하겠는 뜻을 밝히자 '이 단장의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을 지적한 것이다.

야권의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투표시간 연장으로 젊은층의 투표 참여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투표시간을 2시간 연장할 경우 최소 100만명의 유권자가 더 투표할 수 있을 것으로 양측은 내다보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1일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과 이른바 '먹튀방지법' 개정을 연계하자는 것이 아니었다고 밝힌 데 대해 "정치가 무슨 장난입니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 후보는 이날 강원도 고성군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새누리당은 (연계 주장이) 이정현 공보단장의 개인의견이라고 선을 그으며 입장을 바꾼 것 같다'는 질문에 "우리로서는 정말 진지하게 논의하고 고심 끝에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서, 그 제안을 우리가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뭐 이제와서 아니라고 하면, 그건 뭡니까"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회견장을 떠났다.

이에 앞서 진성준 캠프 대변인은 당사 브리핑을 통해 말바꾸기 논란의 중심에 선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이 단장이 박근혜 후보의 '입'이라는 것은 천하가 아는 일"이라며 "구차하게 변명하지 말고, 차라리 투표율이 높아지면 불리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라"고 비판했다.

안도현 공동선대위원장 또한 "먹튀방지법을 수용하겠다고 해놓고, 문 후보가 수용하니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시동을 걸고 있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를 방해하는 책동"이라고 꼬집었으며,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도 "투표시간 연장이야말로 국민 참정권과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이 단장의 제안에 '배수진'을 치는 심정으로 받아들였는데, 개인의견이라는 것은 정말 몰지각한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한편 안철수 후보 캠프도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제안한 방안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은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해 새누리당 측이 갑자기 오리발을 내기 시작했다. 이 문제는 민주주의와 관련해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며 "2008년 18대 총선에서 투표하지 사람 중 64.1%가 장시간 노동 등 때문에 휴일이었어도 6시까지 투표하기가 어려웠다고 답변했는데, 이러한 사실들은 투표시간 연장이 국민주권의 온전한 발의를 위해서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를 다시 한 번 말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처음에 이점을 국가 보조금 문제와 연계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새누리당의 행태야말로 낡은 정치의 행태"라며 "국민 주권의 문제를 돈으로 따지려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의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표 연장 문제의 거부에서 나타나는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부족, 권위주의적이고 사당화된 새누리당의 현재의 모습,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역사 인식과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부족은 바로 새누리당이 국민 분열을 가중시킬지언정, 국민 통합의 적임자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다"고 밝혔다.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은 당초 문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을 요구하자 후보 중도사퇴시 정당 선거보조금을 주지 않도록 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먹튀방지법)을 같이 처리하자고 지난 29일 밝혔다. 민주당이 150억원 가량인 이 보조금을 포기할 수 없으리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됐다.

문 후보는 하지만 지난달 31일 투표시간 연장이 중요하다며 먹튀방지법을 수용 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그러자 이번엔 새누리당이 애초에 연계처리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동시에 논의하자는 것이었다며 한발 물러섰다. 민주당은 입장을 번복한 새누리당이 '먹튀정당'이라고 즉각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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