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대표 등 4억3000만원 비자금 조성해 99명 의원에 불법 후원금 준 혐의... 인공지능, 미디어 등 신사업 모두 올스톱 될 듯

구현모 KT 대표(출처=KT)
구현모 KT 대표(출처=KT)

KT 구현모 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구현모 리스크'가 목전에 닥쳤다.

구 대표가 기소되면 계약상 구 대표는 자동으로 해임된다. 따라서 구 대표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인공지능(AI), 미디어 등 신사업들은 모두 올스톱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는 지난 4일 구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황창규 전 KT 회장과 구 대표 등은 2014년부터 4년간 총 4억379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금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비자금 조성을 위해 법인 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해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도 동원된 것으로 조사됐다.

KT새노조 등은 2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불법 후원 의혹'을 받는 황창규 전 KT 회장, 구현모 KT 대표이사의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이 사건은 2019년 1월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아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으나 한동안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KT가 지난 3월 미국 증권거래위(SEC) 조사 사실을 인정하고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공시를 하며 이에 부담을 느낀 검찰이 수사를 재개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했다. 또 공소시효가 임박해지자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속도를 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인 후원은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 해명

구 대표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는 지난 2018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시작됐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횡령 혐의로 황창규 전 KT 회장 등 전‧현직 임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정치적으로 부담을 느낀 검찰은 영장을 반려했다.

황 전 회장 등은 2014년부터 3년여 간 접대비로 상품권을 샀다가 되파는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불리는 방식으로 11억5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 중 4억4190만원은 19‧20대 국회의원 99명의 정치후원회 계좌로 흘러갔다. 1인당 국회의원 후원 한도액이 500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 임직원 29명의 명의를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황 회장 측은 불법 후원에 대한 보고를 받은 기억이 없고, 후원이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2019년 1월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고 KT 전산센터를 압수수색하는 등 보완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송치된 후 사건 담당 검사면 2년동안 5명을 교체한 것 외 수사에 진전이 없었다.

             구 대표 기소되면 사임한다는 조건으로 사장에 취임

수사가 재개되면서 최대 관심사는 구 대표의 거취 문제다.

KT 이사회는 지난 2019년 12월 황창규 회장의 후임 대표로 구현모 후보를 추천하면서 조건부 계약을 맺었다.

CEO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조건이었다. 이 조건을 수용한 구현모 후보는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에서 대표로 취임했다.

만약 구 대표가 기소될 경우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지게 되는 것이므로 이사회가 사임을 요청하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KT 새노조는 “구현모 대표는 거취를 지금이라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이사회는 조건부 CEO를 강행한 책임을 지고 구 대표 기소 즉시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T 새비전으로 내세운 '디지코'애 제동걸릴 듯

구 대표가 기소될 경우 KT가 새로운 비전으로 내세운 '디지코'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디지코는 구현모 대표가 지난해부터 내세운 KT의 캐치프레이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을 뜻한다. 본업인 유무선 통신업을 넘어 인공지능(AI), 미디어 등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다.

그동안 KT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 사업을 앞세워 B2B 사업을 강화했다.

또 올레tv의 풍부한 콘텐츠 인프라를 앞세워 OTT 서비스 ‘시즌’과 KT스튜디오지니도 론칭했다.

KT는 콘텐츠 사업 강화를 위해 2023년까지 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KTH와 KT엠하우스를 합병해 커머스 사업을 재편했고 비주력 사업인 KT파워텔을 매각해 성장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 밖에 러시아와 키르키즈스탄 등 해외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구축 사업에도 참여해 글로벌 영향력도 확대하고 있다.

KT 홍보실 관계자는 "검찰 조사 중인 내용으로 KT에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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