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이 드디어 시도될 조짐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도쿄전력과 함께 지역 인사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의견 청취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조수의 흐름 등에 따라 오염수가 가늘고 긴 형태로 퍼질 것이라는 도쿄전력의 예측 결과가 제시되면서 일본 정부를 당혹케 하고 있다.

NHK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과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6일 후쿠시마 시내에서 지역 인사들을 대상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처분 방안에 관한 의견을 듣는 행사에서 이런 예측 모델을 공개했다.

도쿄전력이 해수 1ℓ에 트리튬(삼중수소) 농도가 1베크렐(㏃)을 넘는 범위를 연간 방출량 기준으로 예측한 결과, 연간 100조 베크렐을 방출할 경우 원전 앞바다 쪽으로 2km, 좌우(남북)로 30㎞의 길쭉한 모양이 형성될 것으로 분석됐다.

또 연간 방출량을 22조 베크렐 수준으로 낮추면 앞바다 쪽으로 700ｍ, 좌우로 3㎞의 범위까지 확산할 것으로 예상됐다.

어느 쪽이든 오염수 방출로 문제가 될 것임에는 분명하다. 이와 관련, 도쿄전력은 해양으로 내보내면 방출량에 관계없이 바람과 조류 영향으로 해안을 따라 가늘고 길게 퍼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킨 원자로 내의 용융된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섞이면서 오염수가 늘고 있다.

그동안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이용해 오염수에서 기술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트리튬을 제외한 나머지 방사성 물질(62종)의 대부분을 없앴다는 물(ALPS 처리수)을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는 일평균 약 170t씩 증가하는 오염수가 현재 120만t가량 저장돼 있는데, 이 오염수에 함유된 트리튬 총량은 약 860조 베크렐이고 ℓ당 평균 농도는 현재 73만 베크렐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ALPS 처리수를 방류할 경우 핵 물질 함유량을 법정 기준치 이하로 낮추어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재정화처리를 한 뒤 물로 희석해 트리튬 농도도 낮출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재정화처리 후에도 세슘-137 같은 일부 방사성 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남고, 트리튬 농도를 낮추더라도 해양에 방출되는 총량은 같아진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역 어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 커져

NHK는 도쿄전력이 정부 전문가 소위가 해양방출과 함께 오염수 처분 방안으로 제시한 대기방출안에 대해선 일반적 모델이 없다는 이유로 확산 예측치를 내놓지 않았다며 어업 종사자 등 지역 관계자를 중심으로 해양방류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 참석한 후쿠시마현, 시정촌(市町村·기초행정단위) 자치회, 어업·관광업 조합 등 7개 지자체·단체 대표들은 "풍평피해(오염수 방류로 인한 이미지 훼손) 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와 도쿄전력이 책임을 갖고 만전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치보리 마사오(内堀雅雄) 후쿠시마현 지사는 오염수에 함유된 트리튬의 특성이나 현 지역 상황 등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노력이 부족하다면서 "'처리수'(오염수) 처분이 지역 농립수산업이나 관광업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와타나베 히로미(渡辺博美) 후쿠시마현 상공회의소연합회 회장은 "과학적 근거로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꺼리는 국내외 소비자들을 진정으로 납득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원전 오염수가 섞인 바다 수산물을 어떻게 판매할 수 있는가라는 의구심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원전 전문가들과 수산업 관계자들도 이 문제에 깊은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지만 일단 일본 정부의 향후 방류 계획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