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걱정 가득 '주말 폐쇄' 무색한 대구 유채꽃 명소 인파

대구 북구 하중도에 상춘객들이 나고 온 자동차들이 줄지어 주차하고 있다.
대구 북구 하중도에 상춘객들이 나고 온 자동차들이 줄지어 주차하고 있다.

형형색색 봄꽃이 피어나는 계절, 어느 새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이 느슨해지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가 긴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 연장을 거론하는 와중인데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대구에서 경계심이 느슨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집안에만 몇 달을 갇혀 살았던 시민들이라 탁 트인 공간에서 답답함을 달래는 정도의 활동은 이해한다는 여론이 일부 있지만, 아직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3일 오후 2시께 약 10규모로 유채꽃 단지가 조성된 대구 북구 하중도는 햇살을 받으며 물결치는 유채꽃으로 노랗게 물들었다.

전형적인 봄 날씨를 즐기는 듯 가벼운 옷차림에 마스크를 착용한 채 꽃밭을 거닐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제법 몰렸다. 워낙 넓은 면적에 흩어진 탓에 방문객이 붐빈다거나 혼잡한 느낌은 아니었다.

최근 대구에서도 개인 방역에 주의를 기울이며 햇볕을 쬐고 산책하는 정도로 야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하중도까지 접근하는 과정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다소 거리가 있었다.

노곡교 남단 금호강 둔치 주차장에는 수백 대에 이르는 차가 세워져 있었다. 안쪽 일부 공간을 제외하면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했다

둔치 내 도로 양편 주차장은 진출입로가 1곳뿐인 데다 좁아 차들이 드나들다 수시로 마주쳐 엉키는 모습이 이어졌다.

주차장에서 금호강 한 가운데 있는 하중도를 가려면 노곡교를 건너야 하는데 길목에 대형 파라솔 6, 푸드트럭 2대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노점상들은 핫도그, 어묵, 꼬치, 옥수수 등을 팔았다. 간이 탁자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도 보였다. 핫도그나 어묵 등은 외부에 노출된 상태였고, 손님들은 간식을 먹으려고 마스크를 내리거나 벗었다.

노곡교를 따라 하중도까지 가는 좁은 길은 '2건강 거리'를 유지할 수 없게 했다. 사람이 몰리면서 앞서가거나 마주 오는 사람과 바짝 붙을 수밖에 없었다.

노곡교에서 하중도로 내려가는 계단에서는 출입을 통제하는 문을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미 대구시는 상춘객 유입을 차단하고자 토요일인 4일부터 주말과 공휴일에 하중도를 전면 폐쇄하기로 했다.

그러나 평일 오후 하중도 풍경은 여느 관광 명소나 다름없었다.

신모(42)씨는 "집에서 주로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져 답답한 마음에 나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괜히 왔나' 하는 생각에 걱정이 된다"면서 "노점상까지 성행하는 광경은 자칫 긴장을 늦춰도 된다는 신호로 보일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유채꽃 갈아 엎고 손님들 사양

 

제주도 역시 상춘객의 출입을 막기 위해 유채꽃밭을 갈아엎는 등 만반의 방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제주도 역시 상춘객의 출입을 막기 위해 유채꽃밭을 갈아엎는 등 만반의 방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녹산로는 절정을 맞은 유채꽃과 벚꽃이 해마다 상춘객들을 유혹하는 곳으로 소문나 있다. 하지만 올해는 더 이상 꽃구경이 어려울 전망이다.

녹산로를 낀 마을인 표선면 가시리 마을회가 마을 자랑거리인 유채꽃을 이른 시일 내에 갈아엎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서귀포시가 1일 밝힌 바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상춘객이 녹산로에 몰리는 것을 막으려고 마을에서 유채꽃의 조기 파쇄를 요청했다.

애초 유채꽃은 5월 중순께 서서히 시들면서 파쇄를 진행해 왔으나 마을의 요청에 따라 서귀포시는 녹산로와 조랑말박물관 일대 유채꽃을 조만간 갈아엎기로 했다.

마을회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의 방문으로 지역감염에 대한 걱정이 크기 때문에 마을 자랑거리마저 파쇄해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달 20일에서 24일까지 제주를 다녀간 서울 강남구 미국 유학생 모녀가 가시리 바로 옆 마을인 표선리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걱정을 키웠다.

 

전국 축제장 최소 또는 연기

 

전국적으로도 진해 군항제,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 벚꽃축제, 전남 보성 벚꽃축제, 서울 여의도 봄꽃축제 등 대부분의 봄꽃 축제가 취소됐다.

제천시도 다음 달 1012일 청풍면 일원에서 개최하려던 제24회 청풍호 벚꽃축제 취소를 결정했다.

충주시는 수안보 온천의 우수성과 효능을 알리기 위해 벚꽃, 꿩 요리 등 소재와 연결해 매년 4월에 열던 수안보온천제를 무기한 연기했다.

'묘목 산업' 특구인 옥천군은 올해 묘목축제를 일찌감치 취소했다.

청주시는 오는 56일부터 5일간 열려던 제1회 청주시 도시농업박람회를 취소하기로 했다

진해 벛꽃 축제도 중지했다. 근처 주차장도 노점상도 들어가지 못하게 완전 차단했다.

이렇듯 지자체가 손해를 감수하고도 축제를 연기하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방역 전문가들은 이번 주말이 정말 중요하다면서 시민들이 자신과 이읏의 건강을 위해 당분간 더 절제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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