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본 대학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에 논문

과립 백혈구 기능 억제, 병원균 최고 1000배 증식

장의 신호로 흥분한 생쥐 뇌의 갈증 제어 뉴런
장의 신호로 흥분한 생쥐 뇌의 갈증 제어 뉴런

소금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 성인병 위험이 커진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세계보건기구(WH0)가 권장하는 성인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5이하다. 이는 대략 티스푼 한 개 분량에 해당한다.

그런데 과도한 소금 섭취가 우리 몸의 면역력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금(염화나트륨)이 세균을 퇴치하는 백혈구 기능을 억제한다는 것이다소금이 면역체계를 약하게 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처음이다.

독일 본 대학 연구진은 관련 논문을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하고, 별도의 논문 개요를 25(현지시간) 온라인에 공개했다.

면역계가 약해지는 건, 신장이 소금을 걸러내는 과정과 맞물려 있었다.

신장에는 염분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걸 활성화하는 센서가 있다.

이 센서가 글루코코티코이드(부신 피질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체내 축적을 유도하면, 과립 백혈구(granulocyte) 기능이 억제된다는 게 이번에 확인됐다.

과립 백혈구는 대식세포처럼 식작용을 하지만 주로 박테리아를 공격한다. 과립 백혈구가 제 기능을 못 하면 심한 염증을 초래한다.

연구팀이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된 생쥐한테 고염분 먹이를 먹였더니 지라와 간의 세균이 적게는 100배에서 많게는 1000배까지 증식했다.

소금의 면역력 저하 작용은, 자원자를 대상으로 한 인간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하루 6의 소금(햄버거 2개 함유량)을 추가로 섭취한 피험자는 한 주만 지나도 과립 백혈구의 공격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런 피험자는 글루코코티코이드 수치가 올라가 면역계를 억제하기도 했다.'

사실, 이번 발견은 과거의 연구 결과와 상치하는 의미가 있다. 예컨대 피부에 세균이 감염한 동물에 실험해 보면, 소금이 많이 든 먹이를 먹은 동물이 염증 치유가 훨씬 더 빠르다.

병원체와 이물질을 먹어치우는 대식세포(macrophage)도 염분이 있을 때 식작용이 더 활발하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카타르취나 요빈 박사후연구원은 두 가지 관점에서 일반화의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먼저 인체는 혈액과 다른 여러 기관의 염분 농도를 변함없이 유지하는데, 이게 잘 안 되면 중요한 생리 작용에 문제를 일으킨다.

그 예외의 하나가, 인체의 염분 저장소 역할을 하는 피부라고 한다. 염분이 증가하면 일부 피부 질환이 잘 치료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체의 다른 부분은 많은 양의 염분에 노출되지 않는다. 신장에서 염분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본 대학 실험 면역학 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쿠르츠 교수는 "소금 섭취가 면역 결핍으로 이어지는 데 관여하는 복잡한 제어 회로를 발견하려면 유기체 전체를 연구해야 한다"라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세포 배양 실험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의학 관계자는 이번 연구로 소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좀 더 진전된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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