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일본 시민들이 미야기 현 센다이역 앞에 전시된 도쿄올림픽 성화를 관람하고 있다. [출처=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0도쿄올림픽 연기 또는 취소 논의를 공식화한 가운데 일본 국민과 외국 선수 대다수가 연기하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성화 봉송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아베 신조 총리도 '연기를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도쿄올림픽 취소 움직임을 불식시키려는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22일(현지시간) 긴급 집행위원회를 연 뒤 성명를 통해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와 일본 당국, 도쿄도와 협력해 연기하는 시나리오를 포함한 세부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앞으로 4주 안에 논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IOC의 이런 움직임에 일본 국민의 70%가량이 연기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23일 요미우리신문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소·연기 가능성이 거론되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대해 '연기하는 쪽이 좋다'는 의견이 69%로 집계됐다는 여론조사를 보도했다. 반면 예정대로 개최하는 것이 좋다는 답변은 17%,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8%에 그쳤다.

이 조사는 지난 20~22일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1077명(답변자 기준)을 대상으로 벌인 전화 설문조사 결과다. 

미국의 국가대표급 선수 10명 중 7명도 '도쿄올림픽 개회를 미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미국 올림픽위원회와 장애인체육회가 국가대표급 선수 300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도쿄올림픽 등을 주제로 2시간 동안의 회의를 마친 뒤 도쿄올림픽 연기 등에 대해 긴급 설문조사한 한 결과 70%가 '연기'를 택했다. 

미국 국가대표급 선수들 10명 중 7명은 코로나19 확산을 걱정하며 '연기 결정'을 원했다.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답은 23%였고, 7%는 답을 하지 않았다.

'연기 결정 시점'에 대해서는 선수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34%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쌓이면 곧바로 취소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지금 당장 취소해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선수도 23%나 됐다. 18%는 '늦어도 4월 15일까지는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일본 내 성화 봉송은 애초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NHK는 23일 이 같이 전하며 지난 12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도쿄올림픽 성화가 일본 도착 직후인 지난 21일 미야기현 센다이역 앞에서 선보였을 때는 도쿄올림픽 성화를 구경하기 위해 수만 명이 장사진을 이룬 장면을 보도했다. 

'부흥의 불'로 명명된 이 성화는 공식 봉송 행사가 시작되기 전인 오는 25일까지 동일본대지진(2011년 3월) 당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했던 미야기(宮城), 이와테(岩手), 후쿠시마(福島) 등 3개 현에 순회 전시된다.

성화는 23일 동일본대지진 때 340명이 사망하고 79명이 실종(작년 9월 기준)된 이와테현 오후나토(大船渡)시 전시를 거쳐 24일 후쿠시마현으로 들어간다.

이어 후쿠시마현 전시를 마친 뒤 26일 동일본대지진 직후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 대응 본부가 설치됐던 축구 훈련시설인 J빌리지를 출발해 121일 동안 일본 전역의 47개 도도부현(광역단체)에서 봉송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NHK는 "연기 방안을 포함한 IOC의 검토가 한 달 정도 진행되는데, 만일 연기로 결정될 경우 일단 시작한 성화 봉송을 어떻게 할지가 큰 과제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3일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개최하기 어려울 경우 연기도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도쿄올림픽 연기 검토를 포함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새 방침에 대해 "제가 말씀드린 완전한 형태로 실시한다는 방침과 결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것이 곤란한 경우에 선수 여러분을 가장 먼저 고려해 연기 판단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도쿄올림픽 관련) 판단은 IOC가 내리지만, 중지(취소)는 선택지 중에 없다는 점은 IOC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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