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800명·삼성 190명 '대기'…신차 라인 구축·신제품 출시 차질 우려

인도의 외국인 입국 금지조치에 따라 현대 기아차 등의 인도 공장에 들어가야 할 전문 인력들 발이 묶였다. 이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일어날지 짐작도 어려운 상황이다.
인도의 외국인 입국 금지조치에 따라 현대 기아차 등의 인도 공장에 들어가야 할 전문 인력들
발이 묶였다. 이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일어날지 짐작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기업의 피해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늘어만 가는 가운데 인도 정부의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로 인해 그 피해가 더 가시화하고 있다.

인도는 이달 초 한국에 이어 13일부터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사실상 막기로 하면서 인도의 비자 효력 정지를 통한 '자국 봉쇄' 조치가 갈수록 강해졌다. 이 때문에 인도에 진출한 대기업의 필수 인력 1000여명이 현지에 들어가지 못해 인도는 물론이고 한국의 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얼마나 커질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태다.

12일 인도 업계와 교민 사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삼성그룹 등 주요 대기업의 필수 출장 인력 1000여명이 인도에 입국하지 못한 상태다.

이들은 대부분 전문 인력이다.

자동차 신차 라인 구축, 휴대전화·가전 신제품 출시, 공장·건물 신축 등을 위한 핵심 인력이라 이들이 입국하지 못하면 해당 기업의 경영에 당장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다.

신차가 나오기 전에 한국의 전문 기술진과 협력 업체 직원이 인도에 입국해 관련 설비를 구축해야 하는데 상황이 어려워진 것이다. 문제는 언제 나아질지 짐작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입국 대기 중인 현대차와 기아차 관련 인력 수는 각각 600명과 1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4월 초, 기아차는 이달 말까지 해당 인력이 입국해야 예정된 신차를 하반기에 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인도 정부가 한국에서 들어온 입국자에 대해서는 14일 이상의 격리 기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업은 더욱 초조한 상황이다.

특히 현대차는 인테리어 전문 인력 50여명이 들어가지 못해 뉴델리 인근 구루그람(옛 구르가온)에서 진행 중인 신사옥 건설 작업에도 지장이 생겼다.

삼성의 상황도 심각하다.

삼성은 뉴델리 인근 노이다에서 진행 중인 디스플레이 공장 신설 작업에 피해가 우려된다. 노이다에는 삼성의 세계 최대 휴대전화 공장도 있어 시너지가 기대되는 곳이다. 디스플레이 공장 건물의 뼈대가 세워진 상태에서 이제 첨단 시설 구축을 위한 전문 인력이 들어가야 할 시점인데 발이 묶여버렸다.

반도체, 휴대전화 등의 신제품 개발 관련 주요 인력도 역시 들어가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삼성에는 이처럼 인도 프로젝트 중단 여부에 직접 연관된 이들만 40명에 가깝고 중요 비즈니스나 업무 대체 등을 위해 출장이 예정된 이들의 수도 150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기업 3사만 따져도 전문인력 1000명 가량이 인도에 입국하지 못한 셈이다.

이밖에 집계하지 못한 다른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도 중요 인력도 상당수에 달하는 데다 이들이 인도에 입국하지 못해 여러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양구 재인도한국중소기업인연합회(KOSMA) 회장은 "수주에 성공했음에도 기술진이 입국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기업 등 피해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이 상황이 언제쯤 끝날지 기업인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한 현지인이 비즈니스나 주택 임대 계약 등을 기피하는 일도 벌어졌다.

코트라(KOTRA) 뉴델리 무역관의 한 관계자는 "예정된 바이어 미미팅이 갑자기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여러 한국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역시 코로나19 확산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뉴델리 시민들 모습
인도 역시 코로나19 확산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뉴델리 시민들 모습

그는 "한국산 소비재에 대한 불안감으로 한국산 제품 추가 수입 일정을 연기한 예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공장이 있는 남부 첸나이 인근에서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집주인이 임대계약을 해지하거나 재계약을 거부하기도 했다.

조상현 첸나이 한인회장은 "현지인이 필요 이상의 경계심을 보여 교민 사회의 불안이 가중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첸나이가 속한 타밀나주 주는 한국인 입국자의 자가격리 기간을 28일로 늘린 바람에 기존 출장자의 업무에 지장이 생기기도 했다.

조 회장은 "생산 현장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등 좁은 공간에서 동양인을 기피하는 눈치가 역력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주인도한국대사관 등도 인도 정부에 한국 기업인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을 완화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하는 중이다.

하지만 한 주재원은 "한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도 정부가 갈수록 외국인 입국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라 상황이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인도에는 11일까지 6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인도의 경우 의료시설 낙후와 많은 인구, 밀집 공간에서 사는 생활습관 등으로 코로나19가 한 번 번지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을 것이 분명해 인도 정부가 봉쇄조치를 완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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