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떨어지자 충격 막고자 통화·재정정책 잇따라

영국 국영은행인 영란은행의 총재 마크 카니 총재가 코로나19 대응책을 발표하고 있다.
영국 국영은행인 영란은행의 총재 마크 카니 총재가 코로나19 대응책을 발표하고 있다.

아시아에 몰아닥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불길이 유럽으로 번지면서 유럽 경제당국들이 발칵 뒤집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 지역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충격 완화를 위해 긴박하게 통화·재정정책을 내놓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번질 때는 확산 여부를 저울질하던 이들 나라는 코로나19 사태가 공급 및 소비 측면에 미치는 악영향이 점점 커지자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으로 경제 침체를 막겠다고 나섰다.

먼저 영국은 11(현지시간) 통화당국과 재정당국이 동시다발적인 돈풀기에 나섰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이날 오전 일찍 예상치 않은 전격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당초 오는 26일 통화정책위원회(MP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었던 영란은행은 코로나19 파급 효과가 커지자 이날 특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0.25%0.5%포인트(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예상치 못했던 선제 대응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이 수치 0.25%는 영국 기준금리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2016년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직후 0.25%까지 내려간 적이 있다.

MPC는 기준금리와 함께 국채(4350억 파운드), 비금융회사채(100억 파운드) 등 보유채권 잔액을 현 수준으로 동결하는 한편, 중소기업에 대한 저리 자금 공급, 경기대응완충자본(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 ) 비율 인하 등도 결정했다.

영국 재무부도 이날 브렉시트 후 첫 예산안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300억 파운드(46조원) 규모의 정책 패키지를 내놨다.

 

영국 재무부는 46, 이탈리아는 33조 거금 풀기로,

 

영국 재무부는 우선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 있는 의료서비스에 50억 파운드(77000억원)의 재원을 추가로 배정했다.

또 소규모 사업체의 종업원 병가급여를 정부가 부담하고, 특정 업종·규모의 기업에 대해서는 사업세율을 올해에 한해 폐지하기로 했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우리 경제는 튼튼하며, 재정은 건전하다. 우리 공공서비스는 (코로나19) 잘 대비돼 있다"면서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는 한 마디로 코로나19로 폭탄을 맞는 모습이다. 경제 올스톱, 관광객 셧아웃이라는 전례없는 부진을 겪고 있다. 사진은 밀란 거리 모습
이탈리아는 한 마디로 코로나19로 폭탄을 맞는 모습이다. 경제 올스톱, 관광객 셧아웃이라는 전례없는 부진을 겪고 있다. 사진은 밀란 거리 모습

 

최근 들어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 역시 긴급 자금 투입에 나섰다.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19 피해가 큰 나라다. 10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1149, 사망자는 631명에 이른다.

확진자만 1만 명을 훌쩍 넘어서서 6000만 명에 대한 이동 제한과 격리를 단행했다. 이 때문에 경제가 바닥권으로 추락하고 있는 상태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코로나19로 하방 압력에 직면한 경기를 부양하고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250억 유로(337387억원)의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애초 75억 유로(101216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코로나19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액수를 3배 이상 늘렸다.

이번에는 전체 250억 유로 가운데 120억 유로(161946억원)를 의회 승인을 거쳐 곧바로 집행하고 나머지는 사태 추가 악화 시를 대비해 남겨놓을 예정이다.

헝가리 정부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산업 지원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로 약속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전날 헝가리 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며 수십억 유로 규모의 추경 편성 계획을 밝혔다.

오르반 총리는 다만 거시적인 경제 부양책을 도입하기보다는 관광 같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특정 산업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헝가리 정부는 코로나19 영향에 올해 경제 성장 전망치를 기존 4.0%에서 3.5%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덴마크의 니콜라이 바멘 재무부 장관은 전날 산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자국 기업들에 세금, 부가가치세 납부 기한을 일시적으로 연기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멘 장관은 이번 조치로 자국 기업들에 190억 달러(226000억원) 규모의 추가 유동성이 주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11일 현재 시간으로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등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고, 다른 중소 국가에서도 확진자가 증가일로에 있다.

수출입 전문가들은 유럽 경제의 침체가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면서 우리나라도 추경예산 집행 등을 단행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럽과 미국 시장의 침체 충격파에 대비한 금리 및 채권, 증권시장에서의 대응책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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