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마트 백화점 앞 끝없는 대기줄…오후에도 개선 기미 없어

대구 수성우체국 앞에서 시민들이 정부가 공급하는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 서 있다. [출처=연합뉴스]
대구 수성우체국 앞에서 시민들이 정부가 공급하는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 서 있다. [출처=연합뉴스]

대통령까지 나서서 주무 장관을 마스크 대란 현장으로 나가라고 요구하기까지 한 정부는 정부대로 마트와 약국은 그들대로 도무지 가닥이 잡히는 않는 모양새다. 2일 오후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마스크 대란은 전혀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물량 자체가 너무 적어 공급부족이 계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의 불평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마스크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농협 하나로마트 등 공적 판매처에 마스크 물량을 공급하기 시작한 2, 서울 곳곳에서 이를 사려는 시민들의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아침 일찍부터 나와 결국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손님들은 마트 앞에서 서성였고, 신경이 예민해진 손님들과 지친 직원들이 실랑이도 벌어지기도 했다.

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농협 하나로마트 장안동지점에는 오전 7시부터 마트 밖으로 마스크 줄이 생기기 시작해, 오전 10시께는 100명을 훌쩍 넘는 시민들이 번호표를 받으려고 서 있었다.

장안동 지점은 이날 공적 물량으로 확보한 마스크 800매를 오후 2시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마트 직원들은 오전 1030분께부터 줄 서 있는 시민들에게 대기표를 나눠줬다. 질서 유지를 위해 마트 근처에 경찰이 출동했다.

번호표를 받은 주민 70대 우모씨는 "마스크 판매 소식을 듣고 9시부터 나와서 기다렸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다""공영홈쇼핑에서도 마스크를 판매한다길래 여러 번 전화를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마포 하나로신촌점, '마스크 다 팔렸어요'
마포 하나로신촌점, '마스크 다 팔렸어요'

이날 번호표는 160번대에서 마감됐고, 대기표를 받지 못한 시민들은 한숨을 쉬며 발길을 돌렸다. 일부 시민들은 "내일 판매 예정인 마스크 번호표라도 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번호표를 받지 못한 한 주민은 "직장에 다니는 며느리 대신 왔다. 오후 2시에 판매한다길래 왔는데, 미리 서 있는 사람들 때문에 구매에 실패했다""마스크를 한 사람당 한 개씩만 판매하더라도 모두가 구매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적공급으로 마스크 3만개를 확보한 농협 하나로마트 서초구 양재점에서도 장사진이 펼쳐지긴 마찬가지였다. 마트를 둘러싼 대기 줄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갔다.

주차장이 꽉 차자 주차공간이 아닌 곳에 무리하게 차를 세우는 시민들도 보였다. 차에서 내려 마트로 뛰어 가는 고객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양재동 주민 유모(62)씨는 "어제는 사람이 너무 많아 구매에 실패했는데, 오늘은 겨우 마스크를 샀다""혼자 와서 마스크를 5장밖에 사지 못했다. 집에 여분이 없어 내일 또 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트 관계자는 "원래 오후부터 마스크를 판매했지만,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아 오전 9시에 판매를 시작했다""한 시간에 마스크가 5000개씩 판매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도 주말과 달리 평일에는 직장인들이 많지 않아 대기자가 적은 편"이라며 "마스크는 물량이 들어오는 대로 마진 없이 팔고 있는데, 마스크 가격은 마스크 공급처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고 설명했다.

 

약국은 물량 자채 확보가 어려워

 

한편 공적 물량으로 배정된 마스크 중 일부는 약국에서도 판매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재고 확보 사정이 좋지 않은 약국이 많았다.

종로5가의 한 약국은 이날 오전 '마스크 물량이 없다'고 적힌 안내문을 현관문 앞에 게시했다.

이 약국에는 정부의 마스크 공적 공급 발표 이후 단 한 차례 마스크 100장이 온 것 외에 별도 마스크 공급은 없었다고 한다. 당시 들어온 마스크 물량도 1인당 5개씩 제한해 판매했지만, 30분 만에 매진됐다.

약국 직원 A씨는 "손님들이 마스크가 언제 들어오냐고 문의를 많이 하는데, 마스크가 언제 다시 공급된다는 말도 없는 상황이다""답답하지만 기다리는 것 외에는 따로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영등포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B씨도 "간헐적으로 마스크 물량이 들어오고 있는데, 정확히 언제 들어올지도 모른다""마스크가 풀린다는 소식에 약국 문을 열기 전에 시민 30여명이 줄을 서기도 했다"고 말했다.

마스크 판매를 두고 직원과 손님 사이에 실랑이 발생하기까지 했다.

광진구 소재 하나로마트에서는 직원이 마트 안에서 "마스크가 다 떨어졌다"고 안내하자, 한 손님은 "아침부터 나와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생각해서 제대로 설명을 해야지, 왜 화를 내냐 뭐냐"며 직원의 태도를 따졌다.

일부 손님은 마스크가 없다고 안내를 받자 "이거 다 거짓말이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우체국과 농협 마트를 다녀왔다는 광진구 주민 김모(57)씨는 "어제는 남편과 함께 1시간을 기다렸는데도 마스크를 못 샀다.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났다""면역력이 약해 자가 면역제를 먹고 있는데, 생명줄인 마스크가 없다고 하니 너무 화가 나고 우울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정부도 답답하기 마찬가지다. 한꺼번에 수 천 만장을 찍게 할 수도 없고 나와 있는 물량을 먼저 동원하는 데도 가수요까지 겹치니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진작부터 적극적인 행정 지도와 대책 마련이 되었더라면 이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시민들의 따끔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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