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한진 회장과 분쟁 중인 강성부 KCGI 사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진그룹의 부실은 경영진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한진 회장과 분쟁 중인 강성부 KCGI 사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진그룹의 부실은 경영진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지금은 주총 시즌이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적인 개막을 앞두고 경영자와 주주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최근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주총을 준비하는 상장사의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최악의 '주총 대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미원화학이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면서 올해 첫 주총 테이프를 끊는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내달 18일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및 사내이사 선임 안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같은 달 19, LG생활건강은 20일 주총을 소집하기로 했으며 SK텔레콤은 26, 셀트리온은 27일에 각각 주총을 연다.

대부분의 주총은 3월말이다. 324일에는 코스피 상장사 39, 코스닥 상장사 266곳 등 305곳의 상장사(21일 한국상장사협의회·코스닥협회 집계 기준)가 한꺼번에 주총을 개최하면서 3월 하순까지는 숨 가쁜 주총 릴레이가 이어진다.

이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내달 25일로 예정된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주총 결과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측과 조원태 회장의 퇴진을 주장하고 나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과 반 조원태측의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조 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양측의 지분율이 거의 비슷하게 나와 있다는 것이 변수.

조 전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 주주연합'은 지분 공동 보유 계약을 통해 31.98%(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의결권 유효 지분)의 지분을 확보하고 조 회장의 이사 연임 저지에 나선 상황이다. 이와 함께 주주연합 측이 제안한 한진칼 이사 선임 및 정관 변경 안건이 이번 주총에서 상정 통과될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그럼에도 현 조원태 회장의 연임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지만 낙관할 수많은 없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오는 323일까지로, 연임을 위해서는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켜야 한다.

 

국민연금 경영참여 본격상장사 '비상'

 

올해 주총에서는 상장사들이 당장 임기 제한을 넘긴 사외이사들의 후임을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관련 구인난 또한 예고된 상태다. 최근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상장사 사외이사의 임기가 최대 6(계열사 합산 9)으로 제한된 탓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새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는 상장사는 566개사이고 새로 선임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718명이다. 이중 중견·중소기업이 494개사(87.3%), 615(85.7%)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외이사 (社外理事)는 회사의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 이사이다. 대주주와 관련없는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상법상 사외이사 요건 미충족은 관리종목 지정 사유이기 때문에 상장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5% '이 완화되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입김이 세진 것도 올해 주총의 특징이다.

종전까지는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적극적인 주주 활동에 나설 경우 지분 보유 목적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으로 분류돼 지분 변동 사항을 상세히 밝혀야 했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지분 보유 목적에 '일반 투자 목적'이 신설되면서 배당이나 보편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 활동의 경우에는 월별로 약식 보고만 하면 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대한항공 등 국내 상장사 56곳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 목적'에서 '일반 투자 목적'으로 변경하고 보다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예고한 상태다.

상장사 부담은 최근 코로나19가 국내에서 급격히 확산하면서 주총을 준비하는 긴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주주총회 참여율이 저조한 가운데 코로나에 대한 불안이 겹치면서 의결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감사 선임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 기업의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더구나 중국에 자회사를 둔 회사의 경우에는 회계감사에도 지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현지 코로나 사태로 업무가 마비된 곳이 많아 결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회원사를 상대로 긴급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관련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재무제표 및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을 연장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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