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사업목적에 추가, 현대차 변화의 물결

현대 정몽구 회장
현대 정몽구 회장

한국 자동차산업을 이끌어 오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1년 만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미등기 임원이 된다. 재계에서는 은퇴는 아니라도 사실상 차기 승계를 준비해 온 만큼 놀랄 일은 아니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이사회는 19일 정몽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정몽구 회장 임기는 다음 달 16일 만료된다.

이와 함께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미등기임원과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만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 기존과 동일하게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회장으로서 역할을 지속한다"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라는 추측에 선을 그었다.

정 회장은 1999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 겸 그룹 회장을 맡은 뒤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현대·기아차를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키워냈다.

1938년생으로 만 82세가 된 정 회장은 80대에 접어들면서는 공식 행보는 거의 하지 않았고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아버지 정주영 회장의 뜻에 따라 자동차 사업을 주로 맡아 왔으며 재임기간 중에 품질경영과 현장경영 철학을 뚝심있게 밀어붙여 경쟁력을 끌어올렸으며 그룹 연구개발(R&D) 총본산인 남양연구소를 설립해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또 세계 주요 지역에 현지공장을 건설하며 도전해 빠른 성장을 일궈냈고 국내 부품업체들과 함께 진출해 동반 성장을 추구했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에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헌액된다.

물론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 결정을 두고 무리한 투자라는 논란을 빚기도 했고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 그림자도 남겼다.

정몽구 회장이 빠진 자리에는 현대차 재경본부장인 김상현 전무가 신규 선임했다. 그룹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수익성 개선, 대규모 투자 계획에 따른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등기임원 변동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상장사 중 CFO가 미등기임원인 곳은 현대차와 비앤지스틸이 유일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의 행보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정의선 수석부회장

관심은 다음 달 19일 주주총회 후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넘겨받을지에 쏠린다. 두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현대차그룹 지휘봉을 넘기는 과정은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기 때문에 이번에 이사회 의장직을 인수받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20189월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지난해 주총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으며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따라서 이사회 의장직 계승도 시기가 언제냐일 뿐 자연스런 수순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급할 것도 없고 경영권을 방어할 별다른 이유가 없기 때문에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LG 구광모 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지만 그룹 총수가 의장을 맡지 않은 사례도 많다.

한편, 현대차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사업 목적에 모빌리티 등 기타 이동수단과 전동화 차량 등의 충전 사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모빌리티 사업을 현대차의 다음 먹거리로 선정하고 이를 적극 추진중이다.

현대차는 작년 초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시무식을 처음 주재하며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지원업체로 전환 계획을 발표한 뒤 그에 맞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모빌리티, AI, 보틱스, PAV(개인용 비행체, 신에너지 분야 등 미래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2025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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