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엔 5만4천∼9만명 있다"…미·중 대학 연구자 논문 발표

베이징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융단폭격으로 시내가 텅텅 비었다.
베이징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융단폭격으로 시내가 텅텅 비었다.

중국이 발표하는 통계를 믿을 수가 있을까?

중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지난 9일 기준 84000명에서 14만명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가운데 코로나19의 진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만 감염자가 54000명에서 9만명에 이르며 후베이성 다른 도시에는 21000명 이상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14일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이 의학 논문 사전인쇄 플랫폼(medRxiv)에서 지난 10일 공개됐다.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숫자는 11일까지 42000명 확진자에 1113명 사망이다. 연구 발표와 확연한 차이가 난다.

아직 학계의 심사를 거치지는 않은 이 논문에는 저우융다오(周永道) 난카이대학 통계데이터과학학원 교수, 둥장후 미국 네브래스카대학 의학센터 생물통계학과 교수 등이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자들은 우한의 일부 집단에 대한 표본조사로 우한 내 전체 감염자 수를 추산하고 이를 통해 후베이성 다른 지역과 전국의 감염자도 추정했다.

이들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까지 우한에서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로 돌아간 33000명과 우한에서 싱가포르로 여행 간 1만여명을 표본으로 삼아 이들의 감염 상황을 바탕으로 우한과 다른 지역의 감염률을 추정했다.

추정치인만큼 실제로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과학적인 추론이므로 어느 정도 객관성은 있는 셈이다

연구자들은 이들 두 그룹의 감염률을 종합해 129일까지 우한의 코로나19 감염률을 0.30.6%로 추정했다. 상인이 많아 타인과 접촉 빈도가 잦은 원저우 출신들의 감염률은 0.6%였으며 싱가포르로 여행 간 사람들은 감염률이 0.3%였다.

우한 정부는 춘제를 앞두고 500만명이 우한을 떠나고 900여 만명이 남았다고 발표했는데 우한에 애초 있었던 1400만명에 0.30.6%의 감염률을 적용하면 우한의 코로나19 감염자는 42000명에서 84000명이다.

하지만 우한에서 의심 환자와 경증 확진 환자가 병원이 아닌 자택에 격리돼 가정 내부의 전염 확률이 높아진 것을 고려하면 우한 내의 감염자 수는 지난 9일 현재 54000명에서 9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결론 내렸다.

우한의 병상을 임시로 1100개 만들었지만 다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한의 병상을 임시로 1100개 만들었지만 다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 우한을 떠난 500만명 가운데 70%는 후베이성 다른 도시로 간 것을 보면 우한 이외 후베이 지역의 감염자는 약 21000명에서 35000명에 이른다. 다른 성의 감염자는 900015000명으로 추산됐다.

이를 모두 합한 중국 전체의 감염자 추정치는 8400014만명이라는 추론이다.

연구자들은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의 공식 통계는 연구 결과와 큰 차이가 있지만, 후베이 이외 지역 통계는 자신들의 추정치와 부합한다면서 다른 지역에서는 핵산 검사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지난 12일부터 후베이성이 핵산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오지 않아도 임상 소견과 폐 컴퓨터단층촬영으로 임상 진단한 환자를 확진 환자로 분류하기 시작한 뒤 전국의 누적 환자 수는 폭증해 63000명을 넘어섰다.

 

현재는 6만 3000명 확진환자

 

연구진은 우한에 최소한 54000명의 감염자가 있는데 병원 병상은 8000여개밖에 없으며, 야전병원 병상 2만개를 더하더라도 실제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쩡광(曾光)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유행병학 수석과학자는 이날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우한과 후베이성 밖의 상황을 극명하게 대조하면서 "유행병학상의 계수를 살펴보면 우한의 계수는 6이 넘는다"고 말했다.

계수가 6이라는 것은 1명이 6명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6명이 다시 36명에게 전파하는 식으로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한다는 뜻이다.

쩡광은 다른 지역은 이 계수가 1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후베이성 이외 지역의 신규 확진자는 10일 연속 감소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어려운 질병일수록 정확하고 바른 통계 발표가 더 많은 생명을 구한다면서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 미숙과 통계자료 불신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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