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그룹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한자리에 모여 민관의 공동협조를 구하는 자리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을 초청해 '코로나19 경제계 대응' 간담회를 열었다.

재계는 이날 문 대통령에게 코로나19와 관련한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 개선 등을 건의했다.

건의 요점은 유연근무제도의 정착, 중국 수입물품의 과도한 규제 철폐, 정책감사의 한시적 폐쇄 등이었다.

먼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총대를 메고 정부에 강력한 협조를 요구했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대통령께서 경제 활동을 독려해 경제 심리에도 도움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국에서 정상 조업이 서둘러 이뤄질 수 있게 2월 한 달간 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해달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부는 공무원들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발굴·집행하도록 하기 위해 추후 책임 등 행정상 불이익을 면제하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박 회장은 이를 언급하면서 "더 나아가 이번 사태에 한해 정책 감사를 폐지하는 수준까지 파격적으로 운영한다면 정책 개발·집행이 더 활발해지고 사태 조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정리된 후에는 규제혁신, 서비스산업 육성 등 중장기적 정책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부탁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도 한 몫 거들고 나섰다. 손 회장은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업체들을 대상으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 데 대해 "허용 사유를 확대해 기업의 숨통을 틔워줘 감사하다"며 "기업 활동 활성화 면에서 피해 기업들에 더 적극적으로 정책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유연근로를 위한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탄력근로제의 조속한 입법과 함께 질병관리본부장의 위상을 높일 것도 제안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새로운 정책이 일선에 적용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감사원의 감사 우려로 적극행정이 곤란하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정부의 맞춤형 대책이 꼭 필요해

개별 기업들도 정부가 천편일률적이고 일괄적인 대책만 내놓을 게아니라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를 요구하고 나섰다.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중국 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12만명이 쓸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비롯해 해상운송 비용의 30∼50배인 항공운송 비용과 관련한 관세의 한시 인하를 건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한중 항공화물 운송이 축소·폐지되면 중국산 반도체웨이퍼 조달에 차질이 있으니 이를 축소하지 말아 달라고 했고,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은 롯데호텔 객실 취소가 2만8000건에 달한다며 유통·관광분야 대책을 요청했다.

이들 요구사항들은 실제적으로 당장 긴급하게 처리되어야 할 사안들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문화 콘텐츠를 산업으로 인식하고 많은 지원을 해달라"며 "항공, 관광, 유통 등 분야에 더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품 긴급 운송시 항공 운임에 대한 관세율 인하를 적극 검토 중"이라며 "한중 항공노선 감편도 최소화하도록 국토부 장관과 협의하겠다"고 대답했다.

또한 "관광, 유통, 숙박 등 타격이 큰 업종별 대책을 다음 주부터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서는 5대 그룹에 더해 재계 순위 13위인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이 초청받았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영화 '기생충' 투자사로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 후광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CJ그룹이 투자한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영예를 차지한 것은 한류 문화의 우수성을 또 한 번 세계에 보여준 쾌거"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CJ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자산 규모가 작긴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의 정도나 중국 내 사업 규모, 5대 그룹과 업종 차별성 등을 고려해 CJ도 참석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재계 원로들은 정부가 듣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즉각적이고 속도감 있게 대응책을 발표하고 앞장 서서 문제를 타개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