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가사도우미 등 중국인 기피 현상 극심

서울 마포구의 한 인력사무소 공고문.
서울 마포구의 한 인력사무소 공고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일각에서 국내 체류 중인 중국인 접촉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상대적으로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하던 중국동포들이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두려워하는 시민들이 중국말만 들려도 자리를 피하거나 불편해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식당가 대표들은 그동안 중국 동포를 종업원으로 써 왔는데 식당을 찾는 고객들이 불편해 하는 바람에 난처한 입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로 인해 식당가와 가사도우미 일을 주로 해 오던 중국 동포들이 심각한 구직난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서울 마포구의 한 인력사무소 입구에는 '중국을 방문했던 사람이나 중국 교포분은 증상이 없더라도 들어오지 마시고 구인·구직 상담은 전화 주세요'라는 문구의 안내문이 붙었다.

이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지난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일거리가 2030% 정도 줄었는데, 지금은 6070%는 줄어든 것 같다""워낙 일거리가 줄어 인력사무실 문을 닫고 휴대전화나 전산으로만 영업하는 업체들도 많다"고 전했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인력게시판 앞에서 만난 중국동포 박모(65)씨는 "부천에 있는 직업소개소에서는 중국동포라고 하자 바로 일이 없다고 해 대림동까지 오게 됐다""신종코로나 때문에 중국동포들을 꺼린다. 아무래도 걱정이 크다 보니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접객 업종의 경우가 가장 심각하다. 신종코로나 사태 와중에 가사도우미나 대형마트 등 손님과 마주칠 일이 많은 일자리는 특히 중국동포 기피 현상이 심하다. 중국인을 불편해하는 고객이 많다 보니 채용을 꺼린다고 한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의 외국인노동자는 528063명이다. 국적별로 구분하면 한국계 중국인(중국동포)18185(33.5%)으로 가장 많으며, 순수 중국인도 16963명이나 된다.

마포구에서 주로 가사도우미를 알선하는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신종코로나 이후로는 중국동포를 보냈다가 '이 시국에 중국동포를 보내면 어떻게 하느냐'는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되도록 한국인을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중국동포 리모(62)씨는 "체감상 일감이 70%는 줄었고 주는 돈도 적어졌다""신종코로나 때문에 장사 자체가 안 되니 식당이나 모텔, 마트에서 나오는 일용직 일자리가 거의 없다"고 했다.

특히 식당가는 경기 위축에다 신종코로나까지 겹쳐 중국동포 일자리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영등포구에서 추어탕집을 운영하는 서모(58)씨는 "평소에는 가게 앞에 주차하기도 힘들었는데 신종코로나 사태로 식당이 텅텅 비어 있다""식당에 들어오면서 종업원이 한국인인지 중국동포인지 묻는 손님도 있어 중국동포는 채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동포 종업원을 뒀던 한 양꼬치집에서는 신종코로나 사태 이후 손님이 식당을 찾았다가 중국어가 들리자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식당 업주 김모(49)씨는 "어쩔 수 없이 중국동포 종업원을 내보냈다"고 했다.

그나마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는 건설현장은 나은 편이다. 중국인이라고 해도 최근 중국을 다녀오지만 않으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서울 용산구의 한 인력사무소에서 주로 건설현장 일용노동자를 알선하는 곽모(67)씨는 "하루 100명 정도 일자리를 찾아주는데 3명 중 1명은 중국인"이라며 "건설현장은 워낙 인력이 부족해 계속해서 중국인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중국에 다녀오지만 않으면 노동자들을 받고 있다""중국인 노동자에겐 우한 출신 사람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수그러들지 않는 한 시민들의 경계심이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당분간 중국 동포들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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