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최소 3개월 충격"... 한국 일본 등도 심각 수준

4일 경남 밀양 한 장미 농가에서 폐기될 장미꽃이 쌓여 있다. [출처=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동아시아를 넘어 전세계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도 자동차를 비롯 반도체 전자 섬유 유통 물류 항공 화훼시장까지 전 분야의 충격파가 진행 중이다. 주력 산업인 자동차 반도체 전자 등이 부품 부족으로 시달리고 있거나 당장 가동 중단에 들어간 처지다. 중국에서 사람과 부품이 움직이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당하고 있는 상황이고 당장 대안도 별로 없는 형편이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항공편에 여행객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공항에 가득 차 있던 인파가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행은 항공기 출발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고 일본 나리타와 간사이 공항으로 가는 여객기 화물기도 사람과 화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양재동 화훼시장은 아예 개점 휴업이다.

"꽃 장사를 50년간 해왔는데 이렇게 상황이 안 좋은 건 처음이에요. IMF 때나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할 때보다 더하네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만난 상인 김모(70)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른 타격이 어마어마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지금쯤이면 화훼시장이 최전성기다. 졸업 입학 시즌에 오리엔테이션과 신년하례회 등으로 꽃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평소대로라면 2월은 화훼업계가 가장 바쁠 시기지만 올해에는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산 우려로 이러한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한숨만 쉬고 있다.

김씨는 "꽃이 상품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5"이라며 "최대 절반까지 가격을 내렸는데도 잘 팔리지 않아 손해가 막심하다. 원래 직원 4명을 썼는데, 지금은 격일로 1명만 고용한다"고 말했다.

이곳에 꽃을 공급하는 농민들도 완전 휴업 상태다. 내노낼 꽃들이 다 시들어 보낼 수도 엇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내 여행사들도 개점 휴업이다. 방학 특수는 물 건너갔고 유학생들이 들어오는 것도 못 들어오니 수익을 찾을 길이 없다고 울상이다.

이웃 일본도 우리보다는 낫지만 비슷한 상황이다. 중국에서 부품을 받아 온 대 중소기업 전체가 시름에 빠져 있고 대안을 찾느라 골몰하고 있다.

니케이 오프라인 신문은 현대차가 가동중단에 들어간 사실을 5일자로 1면 톱기사로 소개하면서 일본도 곧 겪을 우려할 만한 일로, 재계가 재고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일본 항공 여행계 역시 단체 중국인 방이 중단으로 가뜩이나 한국 여행객이 반일감정으로 줄어든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지역 TV와 신문들은 연일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계속 해서 보도하고 있는데, 일본 내 감염 환자가 급증하면서 걱정이 태산인 모습이다. 중국산 부품을 많이 쓰는 관서지방의 중소기업들이 특히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5일 오전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 내 꽃 판매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졸업식이 축소되거나 취소되면서 고객들이 줄어 한가한 모습이다. [출처=연합뉴스]
5일 오전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 내 꽃 판매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졸업식이 축소되거나 취소되면서 고객들이 줄어 한가한 모습이다. [출처=연합뉴스]

 

글로벌 산업계도 3개월 이상의 충격파 우려... 분석기관들 한결같은 경고

 

한편 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여파로 중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고, 글로벌 경제가 최소 3개월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믿을 만한 분석들이 나와 재계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분식기관들은 하나같이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CNBC 방송에 따르면 경제 분석 회사인 에노도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이애나 초이레바는 4(현지시간) "신종 코로나 사태로 중국 경제가 기술적 경기 침체에 진입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통상 2개 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면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진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해석한다.

초이레바는 중국의 부채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중국에 좋지 않은 시점"이라며 "신종 코로나의 경제 충격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2012년 설립된 미국의 경제 연구소인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인 프레야 비미쉬는 역시 CNBC와 인터뷰에서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공장 가동 중단 등을 거론하면서 올해 1분기 중국의 성장률이 2%에도 못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AFP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신종 코로나 여파로 세계 경제가 최소 3개월 이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도 "중국에서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낸 바이러스가 기업 활동 위축과 국경 폐쇄 등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중국 요인을 반영해 적어도 올해 1분기 전망치는 하향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세계은행이 미·1단계 무역협상 타결 후 세계 경제의 성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제시했던 것을 무색케 하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맬패스 총재는 "중국의 수출 화물 상당수가 여객기를 통해 운송되는데, 신종 바이러스에 따른 여객기 운항 중단은 글로벌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신종코로나 확산에 따른 충격이 중국 경제에 1분기 혹은 2분기가량 영향을 줄 것이며, 이는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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