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화학, 현대차 쌍용차 등 완성차...중국공장 가동 중단 및 휴가연장

중국 베이징 현대자동차. [제공=현대차]
중국 베이징 현대자동차. [제공=현대차]

신종 코로나가 중국에 진출한 주요 한국기업의 현지 공장 가동을 멈춰세우고 있다. 이 바람에 중국 현지의 가동 중단이나 일시정지와 함께 한국 본사도 비상대책에 들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진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인근 지역만 춘제 연휴 연장을 발표했지만, 사태가 악화하면서 연장 지역도 늘고 있다.

3일 중국 관영매체 환구망(環球網)에 따르면 상하이(上海)시와 장쑤(江蘇), 광둥(廣東)성 등 최소 16개 성과 직할시가 기업들의 연휴 기간을 오는 9일까지로 연장했다. 베이징(北京)시 정부도 지난주 금요일 기업들에 이 같은 내용을 통지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의 한국 기업들도 공장 가동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SK 이노베이션, 쌍용차 등도 빨간 불이 켜졌다.

삼성전자는 쑤저우(蘇州) 가전 공장을 8일까지 가동 중단할 예정이며, LG전자도 지방정부 방침에 맞춰 생산 재개 일정을 늦추고 있다. 현대차 중국 합자법인인 베이징현대도 베이징시 정부 방침에 따라 공장 가동중단을 연장키로 했다.

SK하이닉스 우시 반도체공장 클린룸. [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우시 반도체공장 클린룸. [제공=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의 창저우(常州) 배터리 조립공장도 오는 9일까지 생산라인을 세운다. 회사 관계자는 "본격 납품은 하반기부터여서 현재로선 차질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 중국 옌청(鹽城) 배터리 공장도 건설 일정을 늦출 수밖에 없게 됐다.

LS전선 또한 이창(宜昌)과 우시(無錫)의 케이블 공장 가동 중단을 각각 오는 9일까지로 조정했고, 확보해둔 재고를 통해 납품 일정을 맞추기로 했다.

3일 알려진 바에 따르면 LG화학은 중국 난징(南京) 배터리 공장을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가동하고 있었으나 배터리 공장과 LG디스플레이 모듈(후공정) 공장이 지난 주말부터 사실상 가동을 멈췄다.

이밖에 LG화학 베이징(北京광저우(廣州) 편광판 공장, 톈진(天津) 자동차 소재 공장 등도 같은 시점에 가동을 중단했다.

앞서 난징 정부는 지난달 29일 이미 9일까지의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연장을 통지했으나, 이들 공장은 연휴 때처럼 최소한의 인력으로 가동을 이어간 바 있으나 역부족으로 가동을 세운 것이다.

 

최소화로 가동중인 기업도 많아

 

그러나 공장 가동 중단 시 피해가 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공장의 경우 대부분 정상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시안(西安) 공장과 우시(無錫) 공장 등 반도체 생산라인을 춘제 연휴에도 최소 인력으로 가동해 왔는데 만약에 멈춘다면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쑤저우(蘇州)를 비롯한 모든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도 옌타이(煙台) 모듈 공장 외에는 모두 정상 가동되고 있다.

다만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난징(南京)과 광저우(廣州) 공장도 가동 중단을 포함한 모든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종합화학의 우한(武漢) 정유화학공장은 한번 껐다 켜는 데 최장 2주간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중국 부품, 소재 공장의 가동 중단 장기화에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실질적 피해와 우려는 중국에서 들여오는 소재 수급"이라며 "춘절 기간을 고려해 재고를 확보해둔 상태지만 상황이 길어지면 수급이 타이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급 상황에 따라 대일수출규제로 피해를 입는 것 이상의 피해가 우려되기도 한다.

SK하이닉스도 "현지 휴무 상태가 장기화하면 공급망 전후방이 멈추는 것"이라고 우려했고,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아직 부품 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장기화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이미 중국 공급망 문제로 국내 공장이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에 의존하는 전선 부품(와이어링하니스)이 공급되지 않아 재고 부족으로 완성차를 조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먼저 쌍용차가 4일부터 12일까지 평택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이번 주말 울산공장 팰리세이드 생산라인의 특근을 철회하는 등 생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일부 차종은 이번 주에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종별로 들어가는 와이어링 제품이 다르다 보니 재고사정도 차이가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23만개에 이르는 부품 대부분을 국내 협력업체에서 조달하고 있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와이어링하니스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들여오고 있기 때문에 부품 조달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와이어링하니스 외 다른 부품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국내 협력업체들이 중국에서 재료를 조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에서 생산하던 와이어링하니스를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에서 조달하면서 생긴 위험이 현실화한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이 부품의 생산과 관련해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 부품업체의 생산기지가 이미 외국에 많이 진출했고, 대부분 저가 생산기지여서 국내로 유턴하기 쉽지 않으며 원가가 상승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 히타치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공장 가동 중단 사태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일본 히타치는 "신종 코로나의 확산으로 공급망에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애플도 협력업체 대만 폭스콘의 중국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공급망 차질이 불가피하고,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기업들은 코로나 대책반을 각기 긴급 만들어 상황에 따른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신종코로나 대응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고, 부품 소재 단의 영향도 면밀하게 파악 중이다.

이밖에 LG전자와 LG화학, LS산전 등도 부품과 원자재 공장 가동 일정 현황을 파악하며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 대응책을 논의 중이다.

다만 중국 정부의 교통 차단과 국경폐쇄, 시시각각 변화하는 지방 정부의 지침 등 변수가 많고 부품 공장 출근이 미뤄지고 있어 제대로 된 상황 파악조차 쉽지 않은 형편이다.

정부도 이 같은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워낙 변화의 방향을 짐작하기가 어려워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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