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수수료 내고 중국 등지 여행 취소 움직임도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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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우한 폐렴'이 크게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흘간 이어지는 설 연휴를 맞아 짧은 휴가를 즐기려던 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폐렴 여파로 중국 등지로 여행 스케쥴을 짜서 항공기 티켓까지 끊은 이들은 요즘 한참 고민중이다.

가도 될지 안 가는 것이 옳을지 고민스러워서다. 국내 여행사들에는 요즘 이런 고민을 껴안은 설 여행객들이 계속 전화를 넣고 있는데 특별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환자 발생 지역이 아시아 전역으로 점차 넓어지는 데다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중국 현지는 물론,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까지 꺼리는 분위기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3일 온라인 맘카페와 여행정보 공유 커뮤니티 등을 보면, 현재 중국에서 우한 폐렴 사태를 어떻게 보는지 문의하며 설 연휴에 중국을 방문해도 될지 묻는 글이 최근 이어지고 있다.

여행·호텔 후기 등을 올리는 커뮤니티에서 한 회원은 "23일 일정으로 중국 톈진(天津)에 다녀올 계획이었지만 우한 폐렴이 중국을 넘어 일본, 태국에서도 발견됐다는 소식에 고민 끝에 여행을 취소했다"고 썼다.

부부 동반으로 선전 지역으로 골프 여행을 예약했었다는 남모(58)씨는 "설 당일인 25일부터 닷새간 지인들과 쉴 계획이었는데 우한 폐렴 때문에 취소 수수료 17만원씩 내고 취소했다"고 아쉬워했다.

중국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한 카페에는 "결혼 앞두고 부모님·예비신랑과 상하이(上海)에 가려고 준비했는데 심란하다""취소하면 200만원이 그냥 날아가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글이 올라왔다.

상하이 근처에 거주하는 유학생 배모(23)씨는 "어제 동네 마트에 갔더니 마스크도 동났더라""우한뿐 아니라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느는 추세라 설 연휴에 중국여행을 계획하는 친구들을 모두 말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가 사스와 메르스 파동을 지독하게 겪은 학습효과가 여행객들의 공포를 자극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행사 항공사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국내외 유명 관광지 여행조차 기피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고 동남아 일대도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설 여행객들이 주저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물론 제주 등 국내여행지조차 여행 자체 분위기를 주저앉게 만들까 걱정을 사고 있다.

임신 중이라는 한 여성은 중국인들이 제주도를 많이 찾는 점을 언급하며 "설 연휴에 34일 제주 여행 일정을 잡아두고 항공, 숙소, 렌터카까지 예약했는데 우한 폐렴 걱정에 결국 취소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냐짱 여행을 예약했다는 한 누리꾼은 "설 연휴에 중국인들이 베트남 여행을 많이 간다고 해 걱정"이라면서 "현지에 있거나 관련 소식을 알고 계신 분들은 상황을 공유해달라"고 문의하기도 했다.

여행업계는 겨울방학에 설 연휴까지 이어지는 시기에 우한 폐렴의 불똥이 튀자 걱정하는 분위기다.

여행업체 한 경영자는 중국발 위기가 너무 자주 찾아온다면서 사스를 거쳐 사드 미사일 문제로 곤혹을 겪다가 겨우 빠져나오고 있는데 또 우한 폐렴이라니 당혹스럽고 갑갑하다고 했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우한 폐렴 이슈가 불거지면서 올해 1월 신규 예약 건수는 작년과 비교해 약 15% 감소했지만, 취소 건은 25% 가까이 늘었다""문의전화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여행 취소에 따른 수수료 부담에 대한 불만도 있다. 우한 폐렴 문제가 불거졌더라도 현재로서는 별도의 당국 지침이 없기에 항공·호텔·여행 패키지 상품 취소 수수료는 기존 약관에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오(靑島) 여행을 계획했다는 직장인 염모(26)씨는 "주변에서 걱정하면서 말리는 탓에 호텔에 메일로 문의했더니 수수료 없이 예약을 취소해줬는데 항공권은 취소 수수료만 15만원"이라고 말했다.

항공사 직원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한 항공사 승무원은 가족들의 걱정이 태산이라면서 애기들한테 전염시킬까 싶어 전전긍긍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설 여행객도 여행사나 항공사들도 우한 폐렴의 여파가 어디로 튈지 몰라 속을 끓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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