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불확실성 제거... 미래 투자 집중할 듯

현대기아차 본사 전경. [제공=현대차]
현대기아차 본사 전경. [제공=현대차]

상도의에 맞지 않은 일이라도 기업에 이익이 된다면 기업 침탈이나 적대적 M&A에 뛰어들어 왔던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해 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이 가장 최근에 밝힌 지분 규모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각각 3.0%, 2.6%, 2.1%.

엘리엇이 본격적인 현대차 그룹 경영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20184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보통주 10억달러어치(당시 1500억원 상당)를 갖고 있다고 알린 후부터였다.

이 후 엘리엇은 다음 달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을 걸어 임시 주총 취소를 끌어내고 현대차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겠다고 나섰다.

사실 엘리엇은 한국재계에 두려운 존재로 다가 왔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했으며 2016년에는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라고 요구했다. 한국 굴지의 대기업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면서 그들의 움직임에 온갖 루머가 생겨나고 기업 경영자들의 경영권 방어가 핵심 의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정기주주총회 표대결에서 패했다.

엘리엇은 이 당시 고배당액으로 83000억원을 제시하는가 하면 사외이사 선임도 자신들이 미는 인물로 세워줄 것을 요구했으나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당시 엘리엇은 자신들이 깊숙이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현대차그룹 대차대조표를 정상화하고 기업 경영구조 개선과 책임경영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표대결에서 밀리면서 수포가 되어버렸다.

엘리엇의 진정한 의도는 알 수 없고 한국차 시장을 휘저을 만큼 강력한 힘을 내세웠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엘리엇 제안을 반영해 현대차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와 투명경영위원회 설치 안건이 표결 없이 원안대로 승인됐기 때문이다. 그것이 현대차에 좋은 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로는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주식 매매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주가가 2018년 초에 1516만원대였는데 최근엔 12만원 전후다. 상당한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엘리엇 변수가 사라짐에 따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미래차와 모빌리티사업을 향한 중장기 투자를 확대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엇은 기업의 경영권 방어와 대주주 견제라는 양대 숙제를 우리 재계에 깊숙이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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