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경제가 참 어려웠다는 반증이 한국경제의 상징으로 비춰지던 명동 임대료가 한풀 꺾이는 추세를 드러내면서 입증됐다.

전 세계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10대 상권 가운데 지난해 서울 명동만 임대료가 하락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20일 부동산 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서울 명동의 연간 임대료는 제곱피트당 862달러로, 1년 전보다 1.5% 하락했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1166.11)을 적용해 보면 평당 임대료는 연 3577만원이다. 30평 매장을 빌리려면 1년에 107303만원을 내야 하는 초고가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까지 전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비싼 쇼핑거리였던 명동은 지난해 임대료가 나 홀로 하락하며 순위가 9위로 밀려났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명동 6길의 경우 가장 번화한 거리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임대를 알리는 광고판이 수두룩하게 붙어 있다. 명동을 들러 보면 조금만 중심에서 벗어나도 이런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더구나 무권리 임대 광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권리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장사를 서둘러 접어야 할만큼 절박해졌다는 의미다.

세계10대 상권거리에서 가장 비싼 상권 1위를 차지한 홍콩 코즈웨이베이는 연간 임대료가 1년 전보다 2.3% 오른 제곱피트당 2745달러였다.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는 작년과 같은 2250달러로 2, 영국 런던의 뉴 본드 스트리트는 2.3% 오른 1714달러로 3위였다.

서울 명동은 상권이 어려워지면서 공실률도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서울 명동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8.9%20162분기 11.2% 이후 가장 높았다.

한한령(限韓令)에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던 2016년과 달리 지난해 111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26.1% 급증했다. 일본인 관광객도 같은 기간 12.1%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음에도 명동 임대료가 떨어진 배경으로는 국내 소비 부진으로 인한 업황둔화와 온라인으로 옮겨간 쇼핑문화가 꼽힌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료를 내리면 건물 담보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건물주들은 업황 부진에도 공실인 채로 버티곤 한다""공실률이 높아지고 임대료가 떨어졌다는 것은 상황이 그만큼 좋지 못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 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파동도 여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공실률 증가는 금융연체로 이어질 공산 커져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는 "자영업 업황둔화와 늘어난 온라인 거래에 상업용 부동산 임차수요가 부진하다""지난해 9월 말 상가 공실률은 20093월 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소비 부진에 공실률이 전체적으로 계속 오를 경우 금융기관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가 어려워져서 생긴 공실률 증가라 기초 체력이 약해지면 부동산 대출은 당연히 영향을 받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 동향을 통해 위기 발생 가능성이 예고됐다""공실률 등이 선행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REITs) 상품이 늘었기 때문에, 향후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부실해질 경우 증권사와 일반 투자자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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