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소재 바이오 의약품 개발업체인 에이프로젠을 방문, 세포 배양액 제조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제공=기획재정부]

특별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를 이야기한지 오래지만 실제 바이오 산업의 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각종 규제에 막혀 발전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바이오 업계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바이오산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규제"라고 솔직히 인정하면서 규제를 걷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바이오 의약품 개발업체 '에이프로젠'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에이프로젠은 지난달 국내 11번째 유니콘 기업이자 바이오 분야 첫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됐다. 유니콘 기업이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에 비유하여 지칭하는 말이다.

정부는 올해 바이오산업 등 10개 산업을 선정해 사실상 제로베이스에서 규제 혁파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규제 풀기는 정권 차원의 약속임에도 쉬 풀리지 않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앞서 지난해 연말 신년 인터뷰에서 "모든 법·제도, 기득권 장벽을 다 들어내야 한다"면서 혁신하지 않는 정부와 국회를 강하게 비판했고 정부의 미온적인 규제 풀기를 지적하기도 했다.

바이오의 경우, 지난 20여년 동안 제기해 온 원격진료 등은 이번 국회에서는 아예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의사들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의 거센 반발과 정부와 정치권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은 탓이다.

이에 홍 부총리는 바이오 규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자리에서 "작년 25000억원 규모였던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을 2025년까지 연 4조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바이오산업 R&D 혁신전략'을 조만간 별도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홍 부총리는 바이오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1000억원 규모 글로벌 바이오헬스펀드 조성 방안을 1분기 중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데이터 3'(개인정보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국회 통과에 따라 의료데이터 활용이 본격화되도록 가명 처리 절차, 보안 조치 등을 포함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하고 5대 보건의료 데이터센터 구축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 산업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돌파구

 

홍 부총리는 취임 후 다섯 번째로 바이오기업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에 대해 "우리 경제에서 갖는 중요성, 가능성, 시급성 때문"이라며 "바이오산업 분야는 우리 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산업으로, 막대한 부가가치 및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는 잠재력이 큰 미래 먹거리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에이프로젠 생산라인과 신약개발연구소를 둘러본 뒤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바이오신약 개발 사례 발표를 듣고 업계 건의사항을 들었다.

홍 부총리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바이오 분야 R&D와 관련해 주로 신물질을 찾아내는 '리서치'에 많은 자금이 모여 있는 것 같다""그 이후에 실험·평가·품질테스트 등에 해당하는 '개발' 쪽에도 정부가 좀 더 역점을 두고 지원해달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리서치에만 쏠려가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본 것이다. 사실 바이오 전문가들은 설비, 품질관리, 실험 평가 등의 시장도 무한하게 열려 있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 각사가 잘 하는 것을 하면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한편, 홍 부총리는 "AI 신약개발 지원센터 예산 지원을 늘려달라는 건의, 바이오 쪽에 역량 있는 인재 찾기가 어렵다며 바이오 인재 양성을 집중적으로 해 달라는 의견이 있었다""바이오 산업 TF에서 집중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태펀드에서 바이오벤처기업을 지원할 때 코스닥 상장이 될 만한 회사를 중심으로 하는데, 코스닥 상장이 멀리 있다 해도 임상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한 벤처기업 등도 있으니 관심을 가져달라는 건의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홍 부총리가 이야기한 모태 펀드는 개별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펀드(투자조합)에 출자하여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의 펀드, 국내에서는 정부가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방식의 펀드를 일컫는다.

펀드업의 속성상 아무래도 상장기업을 우선으로 하는 펀드기업 풍토를 지적한 말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홍 부총리 외에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 한훈 기재부 정책조정국장,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중소기업벤처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담당 국장, 업계에서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 회장, 김재섭 에이프로젠 대표, 송형근 다이노나 대표, 이제원 TSD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홍 부총리의 작심 발번에 대해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부의 각 부처가 부처 이기주의와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확실하게 규제 풀기에 매진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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