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6 08:00 (일)
한진그룹 경영권, 샅바싸움 치열
한진그룹 경영권, 샅바싸움 치열
  • 안강필 기자
  • 승인 2020.01.16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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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측, "모든 당사자와 협의할 수 있어"…조원태, 경영권 방어책 고심
제공=대한항공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율 셈법이 복잡해졌다. 케스팅 보트를 거머쥔 반도건설측이 누구 손을 들어줄 것인가에 재계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이 연대할 의외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원태 조현아가 남매의 난을 벌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로 이들 셋의 공동 전선 구축이 현실화하면 조원태 측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달 조 전 부사장의 '반기'로 수면 위로 급부상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측은 최근 3자 회동을 갖고 향후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의외의 합종연횡이라고 놀라워하고 있다. 한진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끊임없이 위협해 온 KCGI가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는 것은 다소 의외라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23일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을 공개 비판하며 '남매의 난'이 불거졌을 때 조 전 부사장과 KCGI가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연합이 성공한다면 3월 주주총회에서 공동 전선의 표대결이 이루어질 공산이 커졌다.

호텔 경영에 강한 애정을 보여 왔던 조현아 측의 셈법도 복잡하기 하다. KCG측이는 한진그룹이 계속 적자를 내고 있는 호텔 사업 부문을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한 배를 타게 된다면 서로 주고 받을 것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조 전 부사장 측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모든 당사자와 협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과 달라진 바 없다""아직 당사자들과 협의 중이어서 구체적으로 누구와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당연한 일이다. 현재로서는 남매의 사이가 벌어져 있어 어떤 가능성도 열린 셈이다.

물론 조 회장과 조현아측이 막판 화해를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KCGI와 연대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 놓은 셈이다.

 

지분 계산법 복잡해져 해결책 쉽지 않아

 

재계 안팎의 예상을 깨고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연대할 경우 지분율 셈법은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미 KCGI가 꾸준히 한진칼[180640] 지분을 매집해 지분율을 17.29%로 끌어올린 데다 반도건설이 최근 경영 참가를 전격 선언하며 한진칼 지분을 8.28%(의결권 유효 기준 8.20%)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만큼 조 전 부사장이 이 둘과 손잡은 것만으로도 조 회장에게 강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한진칼 지분 6.49%를 보유한 조 전 부사장이 등을 돌리면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한진 총수 일가의 지분은 28.94%에서 22.45%로 줄어든다. 여기에 그룹 '백기사'로 분류된 델타항공의 지분 10.00%를 더해도 32.45%에 그친다.

반면 조 전 부사장은 KCGI(17.29%)와 반도건설(8.20%)의 지분을 포함해 31.98%를 확보한 셈이 된다.

이 경우 양측의 차이가 불과 0.47%포인트에 불과한 데다 주총에서의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최소 3839%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총에서의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작년 주총 당시 "진짜 승부는 올해 주총"이라는 얘기가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주총 참석률은 작년(77.18%)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아직 3자 간의 공동 전선 구축이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당분간 주주 간 합종연횡을 둘러싼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총 앞두고 선택지 넓어 어디로 튈지 아무도 예상 못해

 

재계 안팎에서는 우선 반도건설의 결정을 가장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반도건설이 '캐스팅보트'를 자처하고 나선 만큼 성급하게 한쪽 손을 들어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향후 한진그룹의 일감 따내기 등 사업상 이익을 위해 양쪽을 계속 저울질하며 몸값 올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의 선택도 여전한 변수다. 이들이 누구 편을 들어줄지 알 수 없다는 점기 때문이다. 두 모녀가 조 회장에게 등을 돌릴 경우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재계 원로들은 그러나 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4.11%)이 올해 주총에서도 어떤 선택을 할지도 미지수다. 작년 주총에서 당시 3대 주주(7.34%)였던 국민연금은 조양호 회장의 측근 석태수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우호지분 확보에 비상이 걸린 조 회장은 경영권 방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한 것은 외국인 주주와 소액 주주 등을 만족시킬 만한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책 등의 방안과 그룹 쇄신책이다.

작년 대한항공이 주총을 앞두고 우리사주 직원과 일반 주주를 대상으로 위임장 작성을 독려하고 나섰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위임장 독려를 통해 우호지분 끌어모으기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어쨌든 당분간 남매의 난을 둘러싼 합종연횡의 향방이 재계의 큰 관심을 모을 것은 분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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