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일자리 줄고 단기 일자리만 늘어... 자영업자 28년 만에 최대 감소

경제지표상으로는 지난해 취업자가 30만명 넘게 늘었고, 고용률이 22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는 등 지표상으로는 고용 시장의 회복세가 뚜렷하지만 장년층의 취업 상황은 여전히 심각한 취업 부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가 사상 최대로 늘어난 반면 40대 취업자는 28년 만에 최대로 감소하는 등 명암이 엇갈린다.

또 초단시간으로 분류되는 117시간 취업자가 역대 최대로 늘어났다. 이에 반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1998년 이후 가장 많이 감소한 것은 우리나라 자영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고용률은 60.9%1997(60.9%)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특히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3.5%2006년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정부의 재정 일자리에 힘입어 취업자 증가폭이 301천명으로 30만명대를 회복한 덕택이다.

하지만 지난해 늘어난 60세 이상 취업자가 377천명에 달한다. 이 증가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65년 이래 최대다. 50(98천명)20(48천명)도 취업자도 늘었다.

[제공=통계청]
[제공=통계청]

◇ 심각한 40대 장년층의 취업 위기

지난해 117시간 취업자는 301천명 늘어나 1980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로 늘어났다. 특히 20대 가운데 117시간 취업자는 7만명이나 늘었다.

그러나 지표상으로 늘었다 해도 이것은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만들어낸 가 수요일 가능성도 있다. 정부 스스로 이 점을 인정한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고용률이 호조를 보인 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일자리 영향이 컸던 것 같고, 상대적으로 기저효과도 반영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정부의 일자리 사업은 60만명 정도 되는데 60세 이상이 혜택을 본 계층이고 보건복지서비스 분야에서 종사하는 분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취업현황을 살펴보면 산업별로 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6만명), 숙박 및 음식점업(61000) 등에서는 늘었지만, 제조업(-81000), 도매 및 소매업(-6만명) 등에서는 감소했다. 제조업은 2013년 산업분류 개편 이후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

중소 제조업의 위기상황을 드러내주는 증거다.

여기에 초단시간으로 분류되는 117시간 취업자가 크게 늘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줄어든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14천명 줄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1998(247천명)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

문제는 40대다. 40대 취업자는 162천명, 30대는 53천명 각각 감소했다. 40대 취업자 감소폭은 1991(266천명) 이후 가장 컸다.

중소자영업자의 몰락만큼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 이 층의 취업률이 바닥을 친다는 것은 가정 경제의 붕괴를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공=통계청]
[제공=통계청]

◇ 아쉬운 정부의 자평, 국민 체감 취업률이 올라야

정부는 지난해가 고용이 양적·질적으로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인 일자리 반등의 해였다면서 취업자, 고용률, 실업 등 3대 고용지표가 모두 개선되면서 양적 측면에서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상황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작년 고용 상황에 대해서는 정부 재정 일자리 정책으로 양적 개선은 있었지만, 질적 개선은 미흡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내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정부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올해는 나아질 것이라는 것이 정부측 예상이다.

한편 관련 분야 전문가들도 올해도 작년에 이어 고용시장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생산연령인구(15~64) 감소폭이 전년의 4배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지만, 정부가 올해 재정 일자리를 더욱 확대하고 경기도 작년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돼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연간 취업자 증가 목표치를 25만명 내외로 제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취업자 증가 규모가 작년(20만명대 후반)보다 조금 줄어든 20만명대 초반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고, 한국은행은 24만명으로 예상했다.

엄상민 KDI 연구위원은 "작년보다 올해 경기가 더 좋아지고, 일자리 사업 규모도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올해도 취업자 증가폭이 20만명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 투입에 의한 일자리 증가 숫자는 정부 목표치대로 20만명 이상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국민이 체감하는 일자리 상황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용 부문에서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민간에서 투자와 고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교수는 "작년 연간 취업자 증가폭이 30만명대를 기록했지만 60대 이상 고령 연령층에 정부 재정을 투입해서 단기 일자리로 숫자가 늘어난 것"이라며 "30·40대 취업자 수와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 일자리는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30~40대가 제조업을 비롯한 양질의 일자리에서 40~50시간 일하는 경우가 사라지고 60대 이상이 정부 지원을 받는 분들을 중심으로 5~10시간 일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전자가 1명 사라지고 후자가 10명 생기면 숫자상으로는 취업자 수가 10배 늘어난 것처럼 되지만 실제 노동시장 상황은 악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엄상민 연구위원은 "작년 고용 상황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혼재됐다""경제 환경과 기술의 변화로 제조업 일자리가 점차 줄어드는 게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제조업은 우리나라에서 좋은 일자리로 여겨지는 데다 감소폭이 조금 큰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용시장이 정부의 재정 일자리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재정 일자리에 기반한 고용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자리 증가가 민간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의한 것이기보다 정부 정책이나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은퇴연령층의 단기·저임금 일자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고용 상황 개선이 경기 흐름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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